'손잡고' 정식 출범
돈으로 구속하는 손배가압류 맞서
1차 목표액 4억7천만원 초과 달성해...법제도 바꿔야
    2014년 02월 26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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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26일 정식 출범했다. 1차 목표액 4억7천만원을 초과해 달성한 뒤이다.

‘손잡고’는 주간지 <시사인> 독자가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노동조합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10만 명이 4만7천원씩을 모은다면 해결할 수 있다며 편지 한 통과 함께 4만7천원을 전달하면서부터이다.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만들어보고자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시민사회 진영이 총의를 모아 손배가압류 문제만큼은 해결하자고 시민모임을 제안했다.

2월초 아름다운 재단과 <시사인>이 모금운동을 벌였고 가수 이효리씨가 4만7천원을 전달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불과 15일 만에 4억7천만원이 모아졌다.

감옥 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손배가압류

26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손잡고‘ 출범식에서 조국 교수는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해 “파업으로 감옥에 가게 되면 몸으로 때울 수라도 있지만 손배가압류는 임금, 전세값 등 모든 걸 앗아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영국과 같은 경우는 불법파업을 벌였을지라도 손배가압류의 상한선이 정해져있지만 한국은 무한정 청구할 수 있어 사실상 노조활동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잡고' 출범 행사

‘손잡고’ 출범 행사에서 발언하는 조국 교수

그는 모임의 활동 방향에 대해 “‘손잡고’ 모임 자체는 거대한 투쟁을 만든다든가 재야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배가압류 문제만 한정해두고 정말 이 문제만큼은 바꾸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법률과 판례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노동법과 판례를 보면 합법파업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합법파업의 조건이 너무 좁아 아차 하면 불법파업이 된다”며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는 순간 공권력이 투입돼 진압하고 손배가압류로 돈을 뺏어간다. 몸을 가두고 돈으로 옭아 맨다”고 비판했다.

회사도 모르는 손해배상 규모, 노조 탈퇴 회유책으로 사용

손해배상 가압류 피해자 사례 증언도 이어졌다. 김성훈 KEC지회장은 “사측이 손배가압류를 무기 삼아 조합원들에게 퇴사하면 손배 철회를 해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퇴사한 조합원들에게 확약서를 써줬다”며 “결국 끝까지 남아있던 조합원들은 지난 고법 판결에서 100여명 가까이가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명환 철도위원장도 “이번 철도파업에서 사측이 11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법원에 공탁금까지 걸어 빨리 가압류를 해달라고 했다”며 “철도노조는 지난 2009년 파업에서 156억원의 손배가압류를 당했고 그것을 변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가압류부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손배가압류로 인한 피해 상황에 대해 “철도는 2만1천명의 조합원과 91명의 해고자가 있다”며 “2만1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내면 그중 40%를 해고자 91명,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 합쳐 400여명에 대한 생계비를 전달해왔는데, 이런 기금까지 모두 가압류되면서 노조의 순기능인 상호부조의 역할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측에서 일주일 전에 전국에 있는 노조 간부, 심지어 일반 조합원 186명에 대해 개인 손배소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사실상 실제로 노조 활동을 파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무관리업체인 창조컨설팅에서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게 한 홍종인 유성기업 지회장은 “직장폐쇄 과정에서 약 80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해왔는데, 대전 고법에서는 직장폐쇄 개시 전후 손배 규모가 어떻게 됐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회사가 차일피일 미뤄 결국 재심의가 잡혔다”며 “노동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법은 상당히 빨리 처리되지만 사측에게 불리한 재판은 2년, 3년이 걸린다”고 비판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 실제 손실액과 관련 없는 경우 많아

2014년 2월 20일 현재 민주노총 사업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총액은 1,691억 6천만원이고, 사측이 청구이유를 변경하거나 실제로 소송 인정액으로 반영된 금액은 1,250억 9천만원이다. 가압류 총 합계액은 182억 8천만원.

단일 사업장으로 손배 액수가 가장 큰 곳은 227억원으로 철도노조이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도 225억 6천만원으로 적지 않다.

특히 발레오만도의 경우 당초 사측이 26억 5천만원을 손배로 제기했지만 실제로 인정해 반영된 금액은 1천8십여만원에 불과하다.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고용한 경비용역비까지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조건 돈으로 압박하기 위해 실제 손실과 상관없이 높은 금액을 청구하고 있는 관행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KEC도 당초 300억원을 청구했지만 소송 진행과정에서 손실 근거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서 156억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손잡고’에 참여하는 방법은?

‘손잡고’는 단순히 시민들이 대신해 손해배상 금액을 갚아주자는 취지가 아니다. 물론 모인 돈은 손배가압류에 허덕이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손잡고’는 모금 활동 이외에도 손배가압류와 업무방해죄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 사회적 의제화, 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다. 야권에서 대거 참여하고 있는 만큼 빠르면 19대 국회에서 늦어도 20대 총선의 야권 공통공약 1호로 만들자는 포부도 있다.

‘손잡고’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손잡고’에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 자신의 강의료나 원고료를 1회분 이상 기부하는 방법, ‘손잡고’에서 판매하는 릴레이 1인 시위권을 구매하거나, 기고가 가능한 지면에 손배가압류와 관련한 글을 쓰는 등의 방법이 있다. 구체적인 참여방법은 www.sonjabgo.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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