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릉천과 청년의 삶
    [이상엽의 시선] 자신을 드러내는 게 두려운 사회
        2014년 02월 24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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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릉천과 청년의 삶, 표리부동하구나

    모 문화재단에서 기록 사진가를 고용하는 자리에 심사관으로 갔었다. 이제 나이가 조금 들다보니 지원하는 일은 없고 누구를 심사하는 일이 가끔 있다.

    30대 청년 사진가들 6명을 앞에 놓고 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훑어보고 면접도 하다 보니 참 열심히들 산다 싶다. 하지만 정규직도 아닌 단기 계약직인데도 이렇게들 좋은 경력의 청년들이 모여드는 구나. 총 지원자는 26명. 자리는 한 하나. 참으로 힘든 시대다.

    그런데 그들의 세계관을 잘 모르겠다. 거의 대부분 엇비슷한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으로는 그들이 세상에 대해 뭘 고민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변별력이 별로 없다.

    이유는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사회. 개성적 모습을 보여주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남들 편한 사진을 내보이는 두려움. 그것이 싫으면 배고프게 작업해야 하는 예술을 푸대접하는 세상. 이래서는 청년들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기 목소리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문화재단 근처 용두동에서 찍었다. 한강으로 흘러들기 전까지 어리고 여린 저 정릉천. 하지만 강변은 예쁘게 포장되고, 하늘은 시커먼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저 샛강처럼 청년들의 삶은 표리부동하기만 하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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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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