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짜리 시 3편
[문학으로 읽는 우리 시대]무명 시인들의 참된 시
    2014년 02월 24일 0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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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에 중앙대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청소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법적인 책임이 있는 용역업체와의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자 노동자들은 본관을 점거하면서 청소 용역의 원청인 중앙대학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및 본관 점거 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중앙대학교는 이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퇴거 및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에 덧붙여 파업에 병행하여 일어나는 구호, 게시 등의 각 행위에 대하여 백만 원씩 물리는 간접 강제 신청도 함께 하였다.

간접 강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파업 중에 일어나는 노동조합 행사에서 노래를 한 곡 불러도 100만원을 내야할 수 있고 항의 게시물을 부착하여도 100만원을 내야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2014년 2월 중순 현재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도 아니고 또 이런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해도 중앙대학교가 정말로 각 행위에 100만원씩 청구할지는 모를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의 한 달 급여가 100만원 조금 넘는 사정을 고려하면 이 간접강제 신청으로 노동자들이 위축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이들은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자신들의 행위로 100만원을 물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중앙대 본부 측의 조치를 비난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써서 붙였다. 대자보에는 격문도 있었고 만화도 있었고 수수께끼도 있었고 시도 있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3편의 시는 그런 대자보 중에서 특히 나의 눈에 띈 것 들이다. 내가 ‘문학으로 읽는 우리 시대’에 이 시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이런 식으로라도 존경을 표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시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오늘날의 시류를 젊은 시인들이 어떻게 거부하고 어떻게 되받아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는 아래와 같다(아래 옮기는 시 모두 전문이다).

비매품 가격 백만

싸다 싸 벽보 한 장에 백만원.
어느 약장수의 목소리가 심장을 끓인다
부모께 받은 손과 입에 가격표를 허락한 일 없다

나도 사람이다 그 말의 무게가 고작 100만원
학생 미안해요 그 글의 무게가 고작 100만원
잴 저울이 있으랴 어머니 삶의 무게를
잴 저울이 있으랴 어머니 진심의 무게를

그래 금가는 너의 명성
100만 원짜리 붕대로 감겠지
그래 탐욕으로 더러운 얼굴
100만 원짜리 가면으로 덮겠지

에구나 이걸 어째 삐져나온 살처럼
감출 수 없는 거짓부렁
손끝으로 나온 우리의 글과
막은 귀 사이로도 스미는 의혈의 목소리로
 ‘유령취급 반품이다’ (의혈 중앙글패 한대윤)

중대1

이하 사진은 필자

이 시를 쓰는 젊은 시인에게 있어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 불의에 대한 분노는, 어려운 삶을 서로 보듬어 안는 공감은, 분노와 공감을 모아서 함께 싸우고 함께 이겨내자는 연대 의식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삶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고 그 가격으로 삶을 옥좨오는 대학을 그는 ‘반품이다’라는 말로 거부한다.

대학이 인간을 키우고 인간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보호하고 정의와 진리를 가르치는 곳이어야 하지만 이 시를 쓴 시인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이 더 이상 인간적인 대학이 아니라 돈이 지배하는 대학임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대학임을 이 시를 통하여 고발하고 있다.

둘째 시는 다음과 같다. 

백만원 벌금에 감사

시로 울 수 있는가하면
엉엉 소리 내어 울 순 없어도
어머니의 비명소리에 갈라진 목청 하나야

찢어지는 가슴이라고
피 한 방울 감히 대신할 수 있다면
까짓 백만원 우습지도 않겠지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의 정당한 권리도
내가 낸 등록금의 행방도 알 수 없다면
지켜져야 할 약속도 의혈의 이름도 잊혀지리

이 시로 말 아닌 말 내뱉는 그 입의
어금니를 의롭게 흘린 피로 내 목소리 털 수 있다면
깽값 백만원 영광으로
기꺼이 (국어국문 박정호)

중대2

이 시에서 시인은 노래 한 곡, 게시물 한 장, 행사 한 번에 강제 이행금을 부담시키겠다는 발상에 대하여 자신의 시에도 이 강제이행금은 적용될 것이고 그럴 때에 내야하는 강제이행금은 시를 쓰는 자신을 영광스럽게 할 것이라고 진술한다.

이 시인에게 있어 100만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될 수 있는 자신의 시는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고통을, 비명을, 권리의 주장을, 대신하는 것이고 함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 부과될 수도 있는 강제이행금 100만원은 잘못된 행위에 대한 벌금도 아니고 어떤 손해에 대한 배상도 아니다. 100만원은 받아서 영광이 되는 큰 상금이 아니라 털어서 던져 버려야 영광이 되는 치욕의 돈이다.

세 번째 시는 아래와 같다.

탕아의 회고

겨울은 따뜻할 것이다
매 년, 1월을 대신해 하는 다짐임에도
오늘 그 말에 온기가 서렸다

남을 위해 노래하는 베짱이가 될 수 있어 다행이다
개미는 제 배보다 중요한 것은 모른다
쉬이 굶어 죽을 용기는 없지만 서도
탕아는 남을 위해 끼니를 못 거르겠냐고 웃는다

이 노래를 거리에 붙이면 겨울은 꼬박 굶으리
세상은 그만큼 더 올해를 따뜻하게 나리라 믿으며
일하는 법도, 효도하는 법도, 인정할 줄도 모르는 탕아도
오늘은 크게 노래를 붙인다

겨우내 녹지도 않는 눈 긁어대던 굳은 손들이
따뜻하기를 (중앙글패 구국독문 김남영)

중대3

이 시에서 시인은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뒤집으면서(이 이야기가 나오는 고대 그리스의 이솝 우화 원전에는 베짱이가 아니라 매미가 나온다고 한다. 어쩌다가 여름 한 철 노래를 잘 부르는 매미 대신 별로 소리를 내지 않는 풀벌레인 베짱이가 등장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시인으로서의 자신과 자신이 쓰는 시에 대하여 노래한다.

이 시에서 베짱이는 궁핍한 삶을 살지만 남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시인이다. 남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삶은 자신의 앞가림은 하지 못하는 삶이기에 춥고 배고픈 삶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의 시인은 자신의 추위와 배고픔으로 남들이–이 시의 맥락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위안을 받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자신도 따뜻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인은 자식이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세속적인 부모님께는 불효자가 된다. 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의 축적에 기여하라고 요구하라는 자본가들에게는 가치 없는 인간이 된다. 물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 시인은 탕아이다.

그러나 이 시인은 세속에서 비난받는 탕아가 되어 물질적 궁핍을 받아들이더라도 어려운 사람들과 따뜻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시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소개한 젊은 시인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모른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 시인들을 모를 것이다. 그야말로 무명 시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에서 읽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 불의에 대한 분노를 나는 이 세 편의 시에서 읽고 느낀다. 젊은 시절, 제대로 된 시를 쓰던 시절의 김지하가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럈다’라고 말할 때의 시가 바로 이런 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필자소개
민교협 회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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