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향한
백만 개의 뜨겁고 조용한 혁명
[책소개]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베네딕트 마니에/ 책세상)
    2014년 02월 23일 0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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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경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정책 앞머리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보 진영 혹은 시민운동 분야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단어가 주류 담론에 본격 등장한 것이다. 왜 지금 ‘국가’는 ‘다른’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시민들의 반란과 관련이 있다.

언론에서 ‘글로벌 중산층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움직임은 사회 최하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평범한 시민들이 주축이 되고, 기성 정당이나 노조 같은 조직 단위가 아닌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대규모 정치, 사회운동들과 구별된다.

시장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대형 금융기관의 경제 장악 규탄, 교육 및 의료의 상품화 반대 같은 거대 이슈에서부터 특정 상품의 수입 반대, 치안 강화 요구, 공공서비스 투자 확대 요구에 이르기까지 그 슬로건들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이다. 바로 ‘더 나은 삶’이다.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삶이 파괴되고 공익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중단된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름 없는 시민들의 연대기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인 그들이 ‘나’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움직임들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 조용하지만 위력적인 혁명들로 진화해왔다.

이 책의 저자이자 AFP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 기자 베네딕트 마니에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시민사회에서 조용히 일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들에 주목해왔다. 이 움직임들은 관 주도의 ‘운동’도 아닌 데다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는데도 가히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던 농촌은 다시 신록으로 우거지게 되었고, 실업이 만연하던 많은 나라들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고질적 가난과 기아로 괴로움을 당하던 이들은 더 나은 생활을 하며 배를 곯지 않고, 다국적기업들에 초토화된 지역 경제는 다시 부흥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국가나 거대 기업이 해낸 일들이 아니다. 무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해낸 일이다.

베네딕트 마니에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로질러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부터 인도 및 브라질 같은 신흥국과 북미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 조용한 혁명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취재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열망이 이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고 있는 기적 같은 변화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이 무수한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에는 세계를 변화시킬 것임을, 인류의 미래는 시민 사회의 이 조용하고도 위력적인 혁명에 달려 있음을 확신했다.

백만개

“다른 세계는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이 세계 안에 있다” _폴 엘뤼아르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말하자면 마거릿 대처의 저 유명한 말이자 신자유주의의 단호한 명제인 “대안은 없다”에 대한 답변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환경에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에 뿌리를 내린 채 연대하는 시민 자치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 소비지상주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간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던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첨단자본주의에 지친 이들이 자발적으로 단순하고 느린 삶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산지(産地)를 재발견하고 직거래 통로를 만들어 유통 혁명을 일으키고, 지역 문화를 부흥으로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이렇게 탄생한 프랑스의 지역 구매 시스템인 아마프(Amap)는 20년 만에 농경지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미디 피레네 지역의 수많은 농민들을 살려냈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탄생한 여성협동조합 ‘리자트(Lijjat)’는 가난한 여성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콩 전병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 17개 주 4만 2000명의 여성들을 고용하고 77개 지부를 둔 세계 최대 여성협동조합으로 발돋움했다. 모두에게 평등한 임금을 지급하고 투명하게 경영되는 리자트는 인도 여성들의 문맹 퇴치에도 힘쓰고 있으며, 경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이 성차별의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게끔 돕기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서 깊은 출판사가 문을 닫으며 직장을 잃은 57명의 직원들이 보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탄생한 저축협동조합 ‘코프57(Coop57)’은 지역 고용을 위한 금고 역할을 한다.

현재 코프57은 120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역·스포츠·장애인·환경운동 관련 재단 및 협회 등 350개 단체가 합세해 지역 유기농장, 사회적 기업, 아동센터 등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소명을 가진 활동에 출자를 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이익 창출을 위해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는 오히려 득이 되었다. 기존 은행 대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기왕이면 윤리적 목적을 가진 저축협동조합에 예금을 맡기려고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옹성 같기만 하던 기존 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으키는 변화에 의해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몰랐던 ‘다른 세계’가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슴 뛰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와 다르지 않은 이웃들’의 선택이 주는 용기와 영감

그런데 이 같은 조용한 혁명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에 나온 평범한 시민들에 의한 움직임은 21세기를 사는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들(경제 위기, 환경오염, 실업, 도시생활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런 기획들이 우리 사회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들의 활동이 변화에 실제적 양상을 부여해 더디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를 조금 덜 소비한다고 해서, 삶을 좀 더 단순화한다고 해서 그 질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이타카 환경마을의 사람들은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도시 내 아파트라는 일종의 ‘특권’을 내려놓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한국 시민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고, 그 용기는 또다른 실천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이들의 선택’이 주는 안심과 용기는 대단히 힘이 세다. 이 책은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조금이나마 그 영향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다른 삶’을 꿈꾸도록 영감을 준다.

자본주의가 막다른 길에 이른 가운데, 더 참여하고 연대하는, 인간적인 사회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이렇듯 조금씩 세계를 바꾸고 있다. 강요된 선택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 시민 사회에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약은 입에 발린 말을 넘어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물결을 타고 내일의 세계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세계 시민 백과사전

협동조합 모델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으로 한국 사회에 열풍이 불고 있는 협동조합 분야를 다뤘다. 그동안 협동조합이 이룬 성취(고용 창출, 국내총생산 기여, 공공서비스)와 앞으로의 잠재력을 가늠하고, 세계 여러 곳에 생겨난 협동조합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파산한 직장의 사업장을 점거하고 노동자 회생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되찾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칠라베르트 인쇄소와 겔코 사 노동자들의 이야기, 빈민 여성들을 해방시켜준 인도 리자트의 협동조합 이야기처럼 희망을 주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변질과 일부 협동조합의 조직이 가지는 한계도 지적한다.

그럼에도 신의와 약속, 지식의 공유, 조합원의 참여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됨으로써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추는 협동조합은 위기에 봉착한 현 경제체제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모델임은 분명하다.

함께, 그리고 다르게 살기

주거협동조합, 공동주택, 계획공동체, 환경마을, 토지 공유, 빈곤층을 위한 친환경 주거 등, 여러 형태의 대안적 주거들을 소개한다.

주거지를 마련할 돈이 없어서 여럿이 힘을 합친다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나 여성끼리 한 건물에 산다거나, 에너지 자급자족 혹은 친환경적으로 건강한 삶이라는 모토를 중심으로 마을을 건설한다거나…… 오늘날 주거의 형태는 급속히 다양화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주거의 출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선호된 단독 주택 모델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빚과 에너지 비용 증가, 사회적 고립 같은 부작용에 따라 외면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점점 더 사회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시민들의 자각은 점차로 유대적 삶의 추구로 이어지고 있다.

돌봐줄 이 없는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여성 운동가인 테레즈 클레르가 고안한 여성노인 공공주택인 ‘바바야가(Babagaya)’의 사례는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대안 주거의 모범으로 참고할 만하다. 퀘벡에서 활발히 생겨나 오늘날 조합원 5만 명이 가입되어 있고 1200개에 이르는 주거협동조합 역시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거주비가 비싼 한국에서 적극 고민해볼 만한 제도다.

주거 공간은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현재 상태의 멘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사회의 미래상까지 읽을 수 있는 중요 지표이다.

북미와 유럽의 중산층에 일어나는 시민 주거를 향한 열망 어린 움직임은, 현재의 주거로는 공동체로서의 사회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판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직 그 움직임은 미미하지만, 사회적으로 안전한 동시에 환경 친화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표방하는 이 새로운 주거들은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

느리게 살기, 지역에서 소비하기, 지역 상점 되살리기, 소비자협동조합, 공동작업장, 물물교환, 카우치서핑, 지식 교류 네트워크…… 소비지향사회에서 획기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꾼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비할 돈이 없는 ‘500유로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은 물론, 극단적 소비에 염증을 느껴 소비사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선진국의 중산층들까지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2008년 경제위기로 이런 경향을 더욱 뚜렷해졌는데, 그 근저에는 현재의 경제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들은 좀더 자율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부를 축적하기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 시간을 집중하고 자발적으로 삶을 단순화한다.

그들이 행하는 선택적이고 참여적이고 지역 회귀적인 구매 방식은 기존의 유통업자-구매자 사이의 수직 관계를 약화시킨다. 그럼으로써 교환에 인간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경제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가 전 세계적 경향을 결정짓는 선진국의 중산층으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다른 곳에도 그 변화는 확산될 것이고, 누적된 변화는 과소비와 시장 사회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시대에 종말을 알릴 것이다.

시민들의 화폐 이용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은행들의 부정한 관행들이 드러남에 따라 많은 이들이 기존 금융시스템에 등을 돌렸다. 그들 금융기관은 이익 추구를 넘어 공공연하게 투기까지 일삼고, 정말로 돈이 필요한 개인들에게 융자를 해주지 않는 부당한 처사를 저지르고 있다.

이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은 연대 저축 및 상호융자 시스템, 저축협동조합과 같은 대안 금융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고, 다국적 기업에 황폐화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화폐를 고안해냈다.

대안 금융조직들은 자신들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저축을 모아, 지역 고용이나 사회, 경제, 문화 프로젝트 투자, 저소득층의 생활비를 위한 융자 등등 실제로 투자가 절실한 분야에 돈이 쓰일 수 있도록 사업을 운용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탄생시킨 대안 화폐 역시 화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빈곤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가치라는 것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게끔 한다.

자본주의의 탄생 이후 가장 공고하게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린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대안 금융 시스템이 아직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신흥국에서도 공동체은행은 활발히 생겨나고 있다. 이는 현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국가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방증한다.

물, 우리 모두의 공동 재산

생명의 근원이자 본질인, 그러나 고갈이 되는 자원 물을 다뤘다. 옛 지혜가 깃든 전통 농업을 부활시킴으로써 땅에 다시 물을 불러온 인도와 부르키나파소의 사례, 역사 깊은 라틴아메리카의 공동체 관리 수로인 ‘아세키아 데 코문’, 수자원 민영화에 맞서 아예 물 관리권을 사들인 아르헨티나의 투쿠만과 미국 캘리포니아,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시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되었다.

수자원 공동 관리는 가장 오래된 지역민주주의의 형태 중 하나로, 물이 공권력에 의해 관리되고 제도적으로 상업화된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물을 다시 시민이 관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공권력 및 기업들은 빗물 수거조차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물을 둘러싼 역학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시민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압력단체들이 앞서 물이라는 자원의 관리권을 획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르는 것이 시급하다.

농업, 도시의 새로운 경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추월하고 2050년에는 지구에 사는 90억 인구 가운데 3분의 2가 도시인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식량과 소비를 연결하는 중요 역할을 할 도시 농업을 이야기한다.

도시 농업은 또한 탈공업화된 유령도시 디트로이트를 회생시키고, 식품 불균형이 심각한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빈민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및 장애인들에게 신선 식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식품 불균형을 해소하고 도시민들 사이에 연대의식을 고취시켜왔다. 도시 미관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고무적인 것은 자급자족을 위한 텃밭 가꾸기에서 시작된 도시 농업이 지역 장터의 부활과 직거래 통로를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등 경제를 변화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도시 농업 발달의 혜택을 맛본 시민들은 더 푸르고 더 연대적인 도시를 열망하고, 더 자율적인 식생활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식의 변화는 미래의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 즉 질 좋은 식량의 공급과 공평한 분배,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이 사는 땅에 대한 자주적 권리를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무한한 지역 자율성을 위하여

화석연료 고갈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전 세계가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는 요즘, 셰일 가스 개발 본격화로 에너지 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를 둘러싸고 각국이 내세우는 첨예한 이해관계는 북반구의 산업화된 나라들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전 세계 5분의 1이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장에서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과, 화석연료로 파괴된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적극 개발 중인 청정에너지의 현재와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전환 마을’의 사례, 그리고 지역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에너지 자율성을 획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인도 라자스탄의 ‘베어풋 칼리지(맨발의 학교)’의 이야기는 인상적인 사례로 꼽힌다. 만인에게 열린 대중학습센터인 베어풋 칼리지에서는 인도 및 아프리카 각지에서 온 이들에게 태양열판과 램프를 조립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특히 이들은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을 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제적 자립도 함께 돕기 위해서다.

베어풋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자신이 사는 고장으로 돌아가 또다른 이들을 교육시킨다. 말하자면 민들레의 홀씨처럼 퍼져나가 마침내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베어풋 칼리지가 행한 이 교육은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 21개국 및 볼리비아, 부탄, 아프가니스탄까지 퍼져 1만여 가구가 전기의 혜택을 입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농업, 그리고 시민의 힘이 만든 의료기관

그 밖에도 ‘지속 가능한 농업의 창안’ 장에서는 기업형 농업에 맞선 유기농장을 세우기 위한 공동체토지신탁,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농장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대 저축, 지역민들에게 투자를 받고 농산물의 품질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게끔 하는 시민주식회사, 지역 빈곤을 해소하고 전통 종자를 부활시킨 종자은행 등등, 시장 법칙에 장악되고 생태계 및 생물학적 다양성이 파괴된 농촌이 식량 공급이라는 소임을 다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식량 주권을 되돌려주기 위해 시행되는 해결책들을 살펴본다.

‘시민 건강센터’ 장에서는 시민 기부와 의사들의 자발적 봉사로 운영되는 미국의 무료 클리닉, 의사들이 무상으로 진료를 해주며 자율적으로 경영되는 벨기에의 자율경영 의료원, 인도의 유명한 안과 네트워크인 아라빈드 안과병원 등을 소개한다.

이익이라는 논리를 거부하고 최빈곤층에게 솔선하여 치료를 제공하는 이런 사례들은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지만, 궁극적으로 공공 의료 시스템의 당위성을 대체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의료 시스템이 공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일부 기업들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쪽으로 그 성격이 변질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이들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의료란 만인이 누려야 할 공동의 재산이라는 의료의 위상이 건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이 같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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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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