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노조의
    '파업 부결' 역사를 돌아보며
        2014년 02월 21일 10: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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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 민주노총 총파업 거부”

    이런 뉴스가 그저께 저녁부터 언론을 통해서 쏟아지면서 여러 지역 동지들이 “어떻게 된 겁니까?” 라는 질문을 하신다. SNS상에서는 “자기 배만 채울 줄 아는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비난도 더러 올라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2.25 국민총파업”의 힘 있는 성사를 위해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임원들, 그리고 지도위원 동지들, 금속노조 임원들이 현장을 찾아가 조합원들을 만나서 설명하고, 조직했는데, 민주노총 내 단위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을 시켜 버렸다.

    총회 결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도 참담하고 아프다. ‘우리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왜 이번 총파업에 반대표를 던졌을까?’ 곰곰히 생각해도 그 마음을 잘 모르겠다.

    민주노총 중집, 중앙위원회, 금속노조 중집, 현대자동차 운영위원회 등 각종 회의 단위를 거쳐서 토의하고, 결정하고, 결의한 “2.25 국민총파업”이다,

    “조합원의 결정을 물어야 한다”는 몇몇 기업지부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민주노총 가맹조직 중 유일하게 금속노조만 조합원 총회를 결정하고 강행했다. 그런데 금속노조 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에서 부결이 되었다.

    “민주노총 침탈 규탄, 노동 탄압 분쇄, 공공부문 사영화 저지, 연금개악 저지, 박근혜정권 퇴진”이라는 우리의 과제가 여전히 선명하게 살아 있는데, 지금에 와서 “조합원 총회 결정이니 총파업 접자”고 선동하기도 참 난감한 상황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조합원 총회가 끝난 지금, 현재 조건에서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한 방법으로 총파업 전술을 만들고,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길이 없어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27년 역사

    그 역사 속에서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임금과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총파업 총회에서 단 한번도 총파업이 “부결”된 적이 없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전 국민적인 이해와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적 총파업 총회에서는 벌써 네번째 “부결”을 시켰다.

    첫번째가 2008년 2월 13일 미국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등을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찬반투표라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당시 총회 결과는 투표자 대비 56.0% 찬성이었다. 다만 노조법에서 요구하는 조합원 총원 대비 과반수(48.5%)를 넘지 못했을 뿐이다.

    두번째는 2010년 4월 21일과 22일 전임자임금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 노동법 개악에 맞선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38%를 기록했다.

    세번째는 2010년 12월 8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간 1공장 cts점거농성 철수 마지막 날 치러진 비정규직투쟁 연대파업 결의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자 대비 찬성이 20.4%로 ‘부결’ 시켰다.

    네번째가 이번 “민주노총 침탈 규탄, 노동 탄압 분쇄, 공공부문 사영화 저지, 연금개악 저지, 박근혜정권 퇴진”을 내건 2014년 2월 18일 총회에서 투표자 대비 44%대의 찬성으로 부결시킨 것이다.

    결국, 2002년, 2004년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한 총파업 총회에서 50%이상 찬성으로 가결 시켰던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2008년 이후 총회에서 소위 말하는 정치파업과 관련하여 투표자 대비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해주지 않은 경우가 세번째다.

    공교롭게도 2010년 이후 그 세 번의 지부 총회 소집권자가 이경훈 지부장이었다.

    현자1

    2월 18일 조합원 총회 당일 현장에 배포된 현자지부 소식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장에서 노조간부 직책 없이 평조합원으로 있는 내가 보아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의 2.25 국민총파업 조직화 과정을 보면,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경훈) 집행부는 적극적인 총파업 조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속민투위, 금속연대, 민주현장, 들불 등 현장 4조직은 공조체제를 강화하면서 대대적인 총파업 조직에 나섰다.

    이경훈 지부장이 소속된 현장 조직인 “현장노동자”는 조합원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서 “조합원이 동의되지 않는 총파업 있을 수 없다”, “정치파업, 조합원 앞에 솔직해지자”는 선전물을 통해서 과거 정치파업의 폐해를 부각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자동차지부는 2.25 국민총파업과 관련하여 전체 대의원 간담회, 현장위원 간담회도 없었고, 출근투쟁, 현장순회 등의 실천 지침도 없었다. 선전사업도 유인물 신문 배포는 일상적인 수준이었고, 내용에서도 적극적인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

    오히려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배포된 현자지부 신문에서 이경훈 지부장의 “노설”은 아무리 읽고 해석해 봐도 “현자지부가 이번 총파업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찾을수 없고, 오히려 “우리만 총대 메는 일은 안한다. 미뤄져왔던 숙제 해결을 위해 달려가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더욱이 조합원 총회가 실시되는 당일 식당을 통해 배포된 현자지부의 공식 소식지는 “투쟁계획 의결 못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라는 제목을 올렸으니 현자지부 집행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알 수 있었다.

    반면, 현장조직들은 의장단회의 정책단회의 체계를 가동하면서 “2.25 국민총파업” 조직과 조합원 총회 가결을 위해 각 조직별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였고, 사업부 대표와 대의원회, 현장위원회까지 선전전에 동참했다. 중식 식당 홍보투쟁과 출근 선전전 등 실천투쟁까지 배치하며 나름의 노력을 했었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들은 총회에 참여했고, 표결 결과는 현장조직 활동가들의 주장과 호소에 공감을 하지 않았고, 현자지부 집행부의 의중(?), 우려(?)에 대해 동의를 표한 것으로 나름대로 해석이 된다.

    “……정치에 발목 잡히고, 전국 투쟁에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노동조합 본연의 사업을 망치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상적 정의감에 많은 것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선명성의 허구 속에 현대차는 빈 강정이 되고 있지는 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선명성에 허우적대는 현대차는 또다시 비난과 오해의 똥물을 뒤집어 쓰면서 지쳐 가겠지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구호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모든 사람들이 알 것입니다. 동의되지 않는 투쟁은 결코 제대로 된 결과를 가질 수 없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자지부의 현재는 미뤄져 왔던 숙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주간연속2교대의 핵심인 8/8 근무의 정착과 상여금 800% 명문화 입니다. 그리고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이 그것입니다. 5대 집행부는 눈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며 달리겠습니다.”

    (2014년 2월 13일, 현자지부 신문 이경훈지부장 노설 내용 중 발췌)

    현자2

    회사측이 발행한 총파업 방해 선전물

    돌아보고 고민해야 할 것들

    “조합원들의 선택이 왜 이랬을까?”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조합원)들은 임금과 고용, 복지등 자기 이익에만 매몰되었는가? 현자지부는 “배부른 이기주의, 귀족노조”라는 국민적 비아냥을 넘어설 수 없는가? 전민중들의 사안,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정치파업을 조합원들은 싫어하는가? 파업,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인가?정치파업에 대한 거부감인가?

    그렇다면 우리 조합원들의 정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2.25 국민총파업을 위한 투쟁 과제와 목표가 조합원들의 동의를 왜 못 얻었는가? 이번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지 못한 원인은? 현장 활동가 조직의 실천적 노력에 모자람이나 문제는 없었는가? 지부장의 성향과 지향에 대해 조합원들은 동감하고, 그에 따르는 게 당연한가? 자본의 선전과 선동이 조합원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까?

    앞으로 조합원에게 어떤 내용, 어떤 방법으로 정치의식과 계급의식을 높여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피할 수 없는 숙제를 안게 된 총회 결과이다. 조합원의 정서를 빙자하거나 편승하여 민주노조 운동의 본류를 이탈하여 ‘어용’의 길로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현대차 민주노총 파업 부결” 검색을 하니 이런 글도 있군요. 2010년 파업 부결 이후에 한 조합원의 글에서.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종이에 새겨 뿌린 유인물이나 신문이 다 였다. 어떤 결정이 나도 부결이면 따를 것 같았고, 가결이면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현장에 있는 작업자들은 모두 투표 당일 날에야 겨우 투표 장소를 알아보고 무슨 일인지 담소도 한번 나눠보지 못한 채 찍기만 했다. 이런 투표는 공장안에서는 희귀한 일이다.” (2010.04.25 블로그 ‘바라밀다’에서 발췌함)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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