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무엇이 문제였을까?
    진보정의연구소와 한국정당학회, 공동학술회의 열어
        2014년 02월 20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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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의 분열 등으로 대중적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는 진보정치에 대한 평가와 전망, 과제에 대해 ‘진보정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학술회의가 19일 개최됐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도서관에서 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와 한국정당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조승수 전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에 나선 진보의 1단계 실험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며 “진보 및 진보정당의 추락과 존재감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의원은 진보정당의 내부 정파 싸움을 진보정치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정파연합당에 대해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이라면서도 “정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이 정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치세력의 가장 핵심적 오류로 그는 “자신을 투철한 운동가로 무장시킨 추상적 이념에 갇혀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정치 프로그램과 실천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진보정치 역사에서 정파 갈등과 분열은 그 원인이자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지금까지 진보정당은 ‘저항의 정치학’만 알았지 그보다 더 중요한 ‘통치의 정치학’에 대해서는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정당 정치의 강화와 좋은 리더십, 조직문화 혁신, 노동 중심성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 정치 현실에서 독재냐 민주주의냐 식의 낡은 문법은 효용을 잃었다는 사실”이라며 “권위주의 기득권 세력의 재집권만 막아야 한다는 일종의 ‘공포의 동원’에 의존하는 것은 민주적인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또다시 민주파에 대한 절망만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토론회219

    지병근 “신뢰없는 정당통합이 분열될 경우 악영향 심각”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지난 2012년 총선 직후 발생한 통합진보당 내부 갈등이 분당으로 이어지고 이석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비교적 성공적으로 발전해왔던 진보정당운동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2년 기준 정당 통합을 전후로 나타난 당원 수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의 경우 정당 통합이 성사된 2011년 당원수가 13만여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만 5천명이 증가했지만, 2012년 분당으로 2만5천명이 빠져나갔다.

    진보신당도 창당 이후 지속적으로 당원 수가 증가하다 정당 통합과정에서 집단 탈당으로 당원 수가 급속도로 감소하다 이후 사회당과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1만1천여명으로 전년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즉 2012년 현재 진보신당과 정의당의 당원수를 모두 합치더라도 통합 이전인 2010년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당원 수인 3만1천여명(2만5천여명+5천7백여명)에 비해 무려 절반에 가까운 당원이 이탈한 것이다. 수치는 선관위 신고 기준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신뢰를 충분히 쌓지 않은 채 성사된 정당통합이 분열에 이를 경우 얼마나 진보정당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친북세력 정치적 관용 높을수록 진보정당 지지…나머지 유권자 외면 의미”

    그는 한국의 유권자와 진보정당에 대한 투표 결정을 분석한 결과 한국 유권자들은 친북세력에 대한 정치적 관용 수준이 매우 낮고, 불과 10% 정도의 유권자만 친북세력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박탈을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을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진보적 유권자들이라 하더라도 친북세력에 대한 정치적 관용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북한의 체제유지가 아니라 민주적 체제전환이 이들의 반북의식을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민주주의 바로미터 조사 결과 정치적 관용 수준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을 선호할 가능성이 증가하지만, 노조 가입 여부, 소득, 학력, 성별, 영남 등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진보정당에 대한 선호가 유권자의 계급적 특성이나 경제적 지위보다 이념적 성향과 북한에 태도의 함수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친북세력에 대한 정치적 관용의 수준이 지극히 낮은 한국에서 이처럼 진보정당이 친북세력에 대한 정치적 관용이 높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결국 다수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 가입이 진보정당 선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의 지지를 바탕으로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창출하는 것이 상당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정당의 친북파 비판은 정파간 세력 경쟁”

    그는 현재의 진보정당의 한계로 “이념적 불투명성과 폐쇄성, 구체성 결여”를 꼽으며 “사회개혁의 구상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실현가능성이 높은 계획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경쟁 과정에서 특정한 이슈에 대한 ‘소유권(issue ownership)을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한 이슈는 진보진영이 우선시하는 것인데도 최근 진보적 이슈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보수정당에 의해 분점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를 극복하기위해 “무엇보다 다양한 진보적 이슈의 창출과 지속적으로 관련된 정치정보와 이에 대한 진보적 해석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낮은 정치적 관용과 이념적 보수성을 극우보수세력이 북한과 연계해 진보정당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합리하다면서도 “특히 민족해방파(NL)가 주도했던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를 포함하여 세습체제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또한 이러한 위협에 무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도록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회당을 비롯한 일부 진보세력이 북한 체제와 북한의 조선노동당을 옹호하는 행위가 사회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한국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탄압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북한 체제의 친위대 역할을 수행해온 소위 ‘주사파’에 대한 비판이 자칫 극우세력에 의한 반공주의적 여론몰이와 이념조작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진보진영에 대한 탄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감내하기보다는 이를 회피하고 정파간 세력경쟁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수십년 내 실현 불가능한 관념적 논쟁으로 날 새는 일 지양해야”

    노회찬 전 의원은 “혁신을 통한 진보정치의 재탄생”을 강조하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 솔직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소강령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세속화’ 되어야 한다”며 “수십년 내에 실현불가능한 먼 미래의 계획이나 궁극적 이상과 신념을 중심으로 정파를 나누고 관념적 논쟁으로 날을 새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경제민주화,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주도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며 또한 “진보정당의 근간은 노동문제의 해결이다. 노동이 존중 받는 복지가 가장 튼실한 복지이다. 진보정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농어민 등 가장 힘든 근로계층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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