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도 못한 청춘들의 죽음
    부산외대 신입생들과 고교실습생의 안타까운 사고를 보며
        2014년 02월 18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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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 늦은 시간 집에 들어가니 텔레비전에서 ‘뉴스 속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주시 양남면의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강당 지붕이 무너져 꽃다운 대학 새내기들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이 매몰되어 있다는 소식과 구조작업 장면이 이어졌다.

    새벽 두시가 넘도록 뉴스를 보며 가슴 졸이다가 잠깐 잠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니 10명의 아이들이 죽었다고 한다.

    17일 오후 9시 15분께 부산 외국어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진행 중이던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의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강당에서 발생한 지붕 붕괴사고로 대학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등 10명이 숨졌다. 그리고 10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우라 리조트

    무너지 마우나 리조트의 구조 모습(방송화면)

    사고가 일어난 강당은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2층 건물이었다. 최근 울산 효문공단을 중심으로 모듈화단지, 중산산단, 매곡산단 등에서 17개 업체가 지붕이 붕괴되거나 공장건물 구조가 뒤틀리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금영ETS라는 기업에 실습을 나갔던 고교생 1명이 사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장례식도 못 치르고 차가운 영안실에 안치된 상태로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의 신분으로 기업체에 실습을 나갔다가 공장 지붕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환이, 그리고 대학 신입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설레임으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가 지붕이 붕괴되는 바람에 깔려서 목숨을 잃은 부산외대 14학번 아이들의 죽음…. 정말 할 말이 없다. 이들은 모두 내 딸, 민지랑 동갑내기들이다.

    내 나이와 비슷할 그들의 부모님들 심정이 어떨지, 가늠조차 힘들다.

    이것이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누가 감히 폭설을 앞세워 “자연재해”라고 우길 것인가? 지난 6일부터 9일간 내린 폭설로 경주엔 평균 30cm의 눈이 내렸고, 마우나 리조트가 있던 양산면 신대리 동대산은 정확한 양이 측정되지 않았지만 해발 500m 이상인 상황을 감안하면 70cm 이상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습설’의 경우 마른 눈인 ‘건설’에 비해 두 배 이상 무거운데, 1제곱미터에 1미터의 눈이 쌓일 경우 하중이 300kg에 이른다. 가로 10미터, 세로 20미터 가건물에 습설 50cm가 쌓인다면 눈의 무게만 30톤에 달한다. 이번 사고가 난 체육관 지붕에는 약 50센티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어제 사고 시간에도 동대산 일대엔 5cm 안팎의 눈이 더 내리는 상황 이었다.

    이런 조건들을 감안할 때 마우나 리조트측이 건물의 안전관리에 대한 무책임함이 어느 정도 였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 내용을 살펴보면 건물 지붕재로 샌드위치 페널을 사용한 것부터 문제였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폭설로 인해 수십 센티의 눈이 지붕에 쌓여 있었는데 제거조차 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에도 추가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리조트 측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건물 안 행사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비싼 사용료까지 챙겨 가면서 말이다.

    사고가 난 리조트는 코오롱 계열사가 운영하는 휴양시설로 신입생 환영회 등 단체 행사에 자주 활용되는 곳이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18일 오전 6시 사고 현장을 찾아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엎드려 사죄드린다”며 “특히 대학생활을 앞둔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뉴스는 전한다.

    마우나 리조트는 울산시와 경주시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실제 경주보다 울산이 가까운 곳이다. 내가 경주시 양남면 석읍리가 고향이니, 양남면 신대리에 위치한 이곳은 내 고향 땅이다. 현대자동차 회사 측의 행사나 노조의 행사도 자주 이곳에서 진행한 관계로 밤새 보았던 사고 현장 화면의 그림은 너무 낯익은 곳이었다.

    코오롱 자본이 운영하는 마우나 리조트 참사에 대해 10년 동안 코오롱자본을 상대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최일배 동지의 페이스북 글이 가슴에 꽂힌다.

    “아침 출투 방송을 틀지 않았다. 경주 코오롱 마우나 리조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을 죽인 코오롱에 대한 분노는 10년이 되어도 가시질 않지만 !!”

    1주일 전 실습나간 공장에서 붕괴된 지붕에 깔려 숨진 대환이 친구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졸업식 당일(12일), “학교 차원에서 대환이의 추모 의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환이 친구들의 제기에 대해서 “학교가 마이스트 고등학교로 지정되었는데 그러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답변으로 추모 의식조차 묵살해버렸다는 그 선생들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깊어질 뿐이다.

    대환이 외삼촌(후배)이 아침에 전화를 해왔다. 오늘 사고 난 지 1주인이 지나서야 회사 측과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진다고 한다. 어찌 마무리를 해야 할지….

    사람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은 뒷전이고, 오로지 자본의 이윤을 위해 헌신하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12년간 입시 지옥에서 시달리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청춘의 꽃을 피워야 할 아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아프다.

    먼저 간 꽃들에 대한 명복과 남은 부모형제. 친구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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