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23년만에
유서대필 사건 희생자 강기훈
    2014년 02월 13일 03:22 오후

Print Friendly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렸던 소위 ‘유서 대필 사건’의 희생자였던 강기훈씨(51세)가 23년만에 누명을 벗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13일 서울고법 형사 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징역 3년형이 선고돼 복역했던 강기훈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 자결했던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씨가 대필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김씨의 유서와 강씨의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려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와 정황에 따른 것이 기소와 유죄 선고의 유일한 근거였다.

강기훈씨와 드레퓌스

강기훈씨와 드레퓌스

당시에도 반정부 운동이 고조되던 상황을 왜곡하기 위한 검찰과 공안기관의 조작사건이며 국과수의 감정이 엉터리였다는 국내외의 비판들이 거셌지만 강기훈씨는 억울한 옥살이와 인격 살인 피해자의 길고 긴 세월을 살아야만 했다.

그러던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과수의 재감정 결정을 바탕으로 유서 대필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강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심 청구를 한 지 4년이 지난 2012년 10월에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져 이날까지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날 재판부는 “강씨의 필적과 유서의 필적이 유사하다는 1991년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91년 이 사건을 총지휘한 부장검사는 강신욱씨로 이후 대법관을 지냈다. 당시 법무부 장관 김기춘씨는 현재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