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두고 상아탑이라는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우골탑’이라는 말만 남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80년대 자녀를 대학 보낸 부모들에게 우골탑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경제는 거의 두 자리 숫자로 성장하고 있었고 노동력은 부족하기만 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100% 정규직에 정년보장을 추구하던 때였다. 그 자식들도 직장을 골라서 가던 때였으니 부모 자식이 모두 정규직이던 사회였다. 학자금 장기 대출은 식은 죽 먹기였고, 수년거치로 졸업 후 갚을 수 있었다. 분명 대학이 우골탑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한국은 부모 자식이 모두 비정규직인 세상을 살고 있다. 그동안 사회 물가에 비해 대학 등록금은 비교할 수 없게 치솟았다. 그리고 이제 대학을 보내는 중년들의 실질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이미 집 장만과 자녀 대학보내기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라는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노후 대책이라는 것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접어야 한다.
전후 가장 가난한 세대가 탄생하고 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우리의 자식들은 대학에서 정의와 낭만을 선택할 수 없다. 부모에게 기대기는 애당초 글러먹었으니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참으로 우울한 세대간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을 취재하러 갔다가 우울해졌다. 학교는 강산보다 더 변했는데, 학생들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참으로 많은 번민의 나날을 보내리라. 부모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아니겠는가?
도대체 우리는 이 사회가 이지경이 되도록 무슨 일이 했단 말인가? 그리고 마음으로야 상아탑을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우골탑이다. 이제 돌이켜보니 대학을 입학했던 때가 28년 전이다. 거의 한세대가 지났다. 나는 대학이 인골탑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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