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 대한 무지는 편견 동반
    [책소개] 『무지개 성 상담소』(동성애자인권연대 외/ 양철북)
        2014년 02월 08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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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1월 한 달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전국 중·고등학생 6,16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가치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동성애 성향에 대해 ‘없다’가 94.2%, ‘있다’가 5.8%였다.

    이외에도 2005년에 있었던 장재홍 등의 연구에서는 동성애 성향이 있는 청소년이 11.0%로, 이영식 등의 연구에서는 12.7%로 나타났다. 이렇게 본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토록 많은 성적소수자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2005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전국의 교사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가르친 학생 중 성적소수자가 있다는 걸 듣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43.6%에 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아이들과 직접 고민 상담을 한 교사는 10.6%에 불과했다.

    저자들이 현장에서 관련 강의를 하면서 만난 교사들은 청소년들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 성별 정체성 등에 대해 따로 자세히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듣고 상담하는 것 자체가 막막하고 두렵다는 말을 했다.

    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히 대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자신이 없어 망설여진다는 고민도 털어 놓았다.

    이 책은 이런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을 공동으로 작업한 인권단체 4곳은 20여 년 동안 청소년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과 가족, 친구, 선생님 등 많은 주변인들을 만나면서 다각도로 상담을 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 성적소수자들과 그 주변인들을 위한 상담, 청소년의 다양한 섹슈얼리티와 젠더 표현에 대한 상담, 그리고 고루한 성별 이분법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11년에 성적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대대적으로 생생한 증언들을 모아 발간했던 <학교 내 성적소수자 차별 사례 모음집>이다.

    뜻을 함께하는 한국의 성적소수자 인권 단체 4곳의 활동가들이 모여 그동안의 상담 활동 노하우와 생생한 사례를 담았다. 거의 2년 동안 서로 경험과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검토하고 살을 붙이는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무지개성상담

    아직도 동성연애, 호모라는 말을 쓴다고요?

    “나는 동성애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동성애자를 만나거나 함께 지낸다면, 분명히 동성애를 떠올려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에이즈는 동성애를 하면 걸린다’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에이즈는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위 문장은 ‘거짓’이다. 하지만 에이즈는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나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병이라는 편견이 있는 한, 위 문장은 참과 거짓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즉 우리가 이런 문장들을 볼 때 이미 단순한 지식으로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성연애’라는 낱말은 확실히 동성애를 이성애와는 다르게 느끼게 한다. 호모라는 낱말도 마찬가지다. 이는 동성애자들에게 모욕과 모멸감을 주고, 비하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더 익숙한 표현이라서, 혹은 무심결에 이런 단어들을 여전히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동성애에 대한 무지는 편견을 동반한다. 편견은 올바로 배우고, 인권에 대한 존중과 지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깨질 수 있다. 이 책은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 청소년 성적소수자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멀리해야 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상원 의회는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하는 상담과 치료 시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정체성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데서 오는 폐해가 훨씬 더 크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된다는 것을 통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떨까? 2004년 4월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오랜 논의 끝에 청소년보호법에서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로 규정한 심의기준을 삭제했다.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 후 2011년 <친구사이?>라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가 동성애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사건도 있었지만, 이 역시 행정 소송을 통해 “이 영화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고 오히려 교육적”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다루기만 하면 드라마든 쇼 프로그램이든 심지어 시사 다큐멘터리까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비난하며 방송 금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목소리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청소년을 감정과 생각이 있고 자기 판단력이 있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라면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한때 지나가는 감기처럼 치부하는 교육과 사회 분위기가 청소년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설문에 응답한 청소년 동성애자 68.9%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고, 54.8%는 성정체성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 실태 조사>, 강병철 김지혜, 한국청소년개발원, 2006).

    동성애자란 낱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결국 사랑을 한다는 뜻일 뿐이다. 정확히 말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 자체는 아이들을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 다만 동성애자‘로서’는 행복하지만 동성애자‘라서’ 받게 되는 시선과 평가, 괴롭힘 등이 청소년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에서 청소년 성적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한국청소년개발원에는 한국의 청소년 성적소수자의 생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만 13세부터 만 23세까지의 청소년 성적소수자를 대상으로 2005년 1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105명, 2006년 6월부터 8월까지 30명 등 총 135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성정체성으로 인한 고민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77.4%, “자살을 시도해 봤다”는 응답자 비율은 47.4%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전국 중고등학생 1,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는 자해 및 자살 시도 경험이 10%로 나왔다. 자살 시도를 해본 응답자가 성적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했는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10%와 47%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학교폭력이 존재해 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 성적소수자들이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더욱 심한 학교폭력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저자들은 학교 안에서 청소년 성적소수자들이 겪는 또래 친구들의 희롱이나 괴롭힘, 따돌림 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학교 내 성적소수자 차별 사례 모음집>을 통해 교사들의 차별적인 비하 발언이나 편견을 조장하는 교육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반 검열의 대상이 된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불이익이 가해진다. 특히 함께 어울리는 동성애자 친구들이나 선후배 무리들이 집단으로 감시를 받는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거나 편지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금지 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학교가 끝난 후에 동성애자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규제 받는다고 보고한 사례도 있다. 동성 친구끼리 손을 잡고 포옹하는 등의 신체 접촉 역시 규제 대상이다. 이러한 행동이 발각되었을 때에는 처벌을 받는다. 그 외에도 동성애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듣지 못하고 교무실이나 상담실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또 교사들은 상담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기도를 해 주거나 동성애가 잘못되었다는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학생들이 이반 친구들과 만나지 않는 등의 제약을 어기면 교내 봉사를 하게 하거나 동성애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아웃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청소년 성적소수자 학생들은 벌점을 받거나 학생부에 동성애자임을 기록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강제 전학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한 청소년 성적소수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때 그냥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그 말 한마디만이라도 듣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한마디를 들을 곳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라도 있는 곳조차 없었어요. 당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있었지만, 상담의조차도 의학적으로 대답해 줄 뿐이지 내 감정과 마음을 만져 줄 사람이나 알아주는 곳은 없었어요. 학교도 마찬가지였고요. 만일 학교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관이라는 느낌이었더라면 의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 곳이었다면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의 생각이나 태도도 많이 달랐을 거구요.”_2002년, 대구시 중구 모 고등학교, 차별사례모음팀(76~77쪽)

    실질적 도움을 주는 상담 가이드라인

    흔히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는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성전환 수술을 했는지 여부일 뿐이며, 동성을 좋아해 자신의 성별까지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동성애자는 누구에게 끌리는가, 즉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성별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나눠진 용어일 뿐이다.

    이에 비해 트랜스젠더는 ‘나의 성별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즉 나의 성별과 사회적 성별이 일치하는가에 관한 용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인 하리수는 여성으로서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므로 성정체성으로 본다면 이성애자라고 할 수 있다.(63쪽)

    이 책의 1부가 이처럼 청소년 성적소수자들을 만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용어 설명부터 현재 상황까지를 이야기했다면, 2부는 상담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전편이다.

    저자들이 20여 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청소년 성적소수자들이 가장 많이 상담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커밍아웃 등으로 크게 나눴다.

    각 사례마다 구체적인 상담의 길잡이부터 상담할 때 필요한 관련 기본 지식과 실제 해 줘야 할 말과 피해야 할 말까지 담았다. 각 사례마다 유사한 실제 사례들을 상담 포인트와 함께 실어 현장에서 고민하는 교사와 상담가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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