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파 출신 생활인들과의 대화 ①
    상대 인정않고, 권력 집착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어
        2012년 06월 19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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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1시,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한켠에서 80년대 학생운동권을 거쳐 현재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있는 생활인 두 사람과 좌담을 했다. 모두 NL계열의 학생운동을 거쳤고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원이었다. 이들이 바라보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우리 시대의 진보에 대해 솔직한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장여진 기자가 정리를 하였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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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오늘 자리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계기가 되었다. 오늘 이 자리가 진보정치의 과거와 오늘을 돌아보고 성찰, 토론, 조언을 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먼저 각자 소개 부탁드린다.

    최연석 : 명지대 85학번이다. 학교 졸업 이후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다 현재는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학생운동의 조직활동을 하다가 졸업한 이후 사회로 진출하게 된 경우이다. CA(다수파) 활동을 했고, 그 활동을 끝으로 전위적인 활동은 더이상 없었다.

    안용정 : 배재대 84학번이다.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었는데, ‘사회가 변화되고, 약자도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좀 막연하지만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활동했다. 학내에 다양한 그룹이 있었던 건 아니고 자주파 쪽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 쪽 활동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노동운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겁이 나서 제대로 못했다. 잠깐 현장에 있었지만 조직활동을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중장비 일을 배워서 그 쪽 일을 했었다.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다가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노동국장으로 2년 정도 있었고 현재는 협동조합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80년대의 가치 여전히 유효할까

    최연석, “80년대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안용정, “시대 변화에 맞게 우리도 변화했어야”

    정종권 : 80년대의 운동을 돌아보면 주체사상-CA, NL-PD 등 나름의 이념과 노선에 대해 치열했고 또 토론도 많았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 그 때의 운동이나 이념성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현실과 유리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 고민이었는데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조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연석씨, 용인에서 살고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다

    최연석 : 다들 그랬지만 어릴 때부터 극단적인 쇼비니즘 교육을 받았고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는데 임금님이 돌아가신 듯한 슬픔과 비탄에 빠졌다. 며칠간 식음도 전폐했다. 전두환이 취임할 때는 집 대문 앞에서 태극기도 흔들고 그랬다. 어릴 때부터 반공 교육을 받아왔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대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나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가령, 누나나 형, 고생하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조금씩 사회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80년대 초중반 총학생회가 부활하면서 일정하게 (학생운동을 할 수 있는)공간이 열린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운동을 했을 때는 굉장히 감성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혜택 속에 대학을 갈 수 있었기에 사회에 무엇이든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86년과 87년을 지나며 노선 문제가 불거졌는데, 차이는 있었지만 공유했던 기본적 가치는 반독재 민주화와 반외세 자주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논의와 노선의 옳고 그름, 노선의 정확함보다는 오히려 ‘80년대 학생운동의 기본 정신’이 다시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종권 : 80년대의 기본 정신이라 함은 NL-PD 노선 논쟁 밑에 있었던, 어떤 정서와 감성을 말하는 것인가?

    최연석 : 우리가 불의와 올바르지 못한 것을 뒤집고 바꾸어내기 위해 사회변혁운동을 했다면, 그 운동의 결과로 새로운 사회가 왔을 때 또다시 새로운 지배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진보운동의 자세라면, 그 때 과연 민중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80년대 운동을 했던 근본적인 자세와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용정 : 기본적으로 80년대에 고민했던 건 ‘삶의 문제’였다. 같은 국민으로서 차별 받는 이유가 무엇이냐,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냐, 이런 고민을 하면서 운동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북에서 내려오셔서 이산가족이다. 막연하게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북에 대한 생각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 하나 하나 알게 되었고, 그래서 민족과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그때 사회적으로 억눌려있던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고 실천적 힘으로 만드는 것은 필요했다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주민운동 이야기도 하고, 그 운동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도 한다. 주체사상이라는 것도 소박하게는 민중이 주체여야 하고 주체를 만드는 것이 운동의 과정이라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뒤바뀌어 있는 것 같다. 일부 조직과 일부 사람들이 전체를 끌고 가면서, 정작 주체로 서야 할 사람들을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그래서 일정 시기에서는 필요한 생각과 행동들이었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 변화에 걸맞는 우리의 생각들을 만들고 갖춰나가지 못하면서 점점 괴리가 온 것 같다.

    설령 혁명이 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성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혁명 후 사회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때 또 다른 활동들이 필요할 것이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세상과 사회, 우주의 모습처럼 우리 활동도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걸 지향한다면 보다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진보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최연석, “노동과 자본의 문제로만 사회 바꿀 수 없어”
    안용정, “진보의 기준은 사람이어야”

    정종권 : 80년대 당시와 지금은 본인 처지나 사회 현실도 여러모로 다르지만, 여전히 진보 개혁 변혁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금 우리 시대의 진보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연석 : 오히려 20대 때 가졌던 문제의식보다 더 구체화되고 정리가 되고 부분적으로는 끓어오르는 문제도 있다. 변혁운동을 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목표와 방향을 논의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업을 하다보니 과거에는 너무 관념과 생각이 과잉되면서 실현 가능성과 무관한 계획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제대로 못풀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또 맑스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 맑스가 꼬뮌을 말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과연 러시아 중국 등의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이 맑스가 말한 그 사회인가라는 회의를 하게 된다. 과연 그런 변화가 삶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킨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꼬뮌이라는 것이 극히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탈린, 레닌 등 사회주의 지도자들보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그러한 인간적인 지점에 가까운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생산관계가 변화되고 새로운 생산관계가 만들어질 때, 또 다른 지배계급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변화가 인민들에게 더 나은 생활의 향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에서 80년대에 나타난 노선투쟁이라는 것을 조금 진지하게, 생활 속의 고민 등을 고려하여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종권 : 안용정씨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A라는 세상을 B라는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는 이해가 된다. 맑스, 레닌, 김일성 등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가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같다. 다만 현재의 모순과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혁한 사회구조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이후 노무현 이전의 사회구조와 무엇이 바뀌었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개인의 캐릭터와 개성이라는 점과는 별개로.

    최연석 : 이전에는 노동과 자본이 대립하는 걸 주되게 고민했다면 지금은 단순히 노동과 자본의 대립 갈등이라는 관계로만 한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대립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맑스 이후에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 고통과 억압의 다양한 양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것을 구조적 문제로만 바라보면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다. 혁명으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삶 속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진보적 의제들을 끌어 모아서 은행처럼 담아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고 그렇지 못한 의제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그렇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생활인으로서는 더 와닿는다.

    정종권 : 그래서 노무현이 더 인간적이라는 말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한 맥락보다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런 것이 개인적으로 더 다가온다는 뜻인가?

    최연석 : 신자유주의 논쟁으로 이야기하자면 노무현을 설명할 길은 없다. 그것과는 별개의 측면에서 멘탈적(정신적)인 부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안용정씨, 민주노동당 노동국장을 했고 지금은 생협 활동을 한다

    안용정 : 진보의 기준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전의 운동에서는 조직을 위해 조직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즉 앞뒤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내용을 생산하고 현실화시키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진보를 이야기할 때 혁명을 인정하냐 안하냐는 것이 기준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낼 것이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전망을 줄 수 있느냐가 진보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을 진보가 아니라고 하는 건,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 존재, 희망의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진보의 기준을 사람에 두고 기존의 생각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정종권 : 과감하게 바꾼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예를 들면 민주통합당에(웃음)

    안용정 : 사람을 중심에 두고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만 바꾸는 게 진보는 아니다. 정치를 바꾸자고 하는데 요즘은 정치를 바꾸는 것 보다는 그 기반이 되고 있는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선거는 4년마다 계속 오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김대중, 노무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이명박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진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 등의 재벌은 3대째, 4대 경제권력이 세습되고 금융자본을 장악하여 흔드는 문제가 변화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력의 교체가 경제권력과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협동조합 등 경제 대안을 고민하는 것에 관심이 가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단상

    정종권 : 두 사람 다 통합진보당 당원인가?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최연석 :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80년대에 학생운동은 한 인연으로 이어진 당원이다. 당비는 내면서 표틑 줄 때도 안줄 때도 있는 이상한 당원이다. (웃음)

    통합진보당의 구 당권파 사태를 보면서, 그 사람들에 비판적이지만 그렇다고 NL은 틀렸고 다른 정파는 올바랐다는 식의 유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본다. 논리와 과학적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본질은 헤게모니 싸움이었던 것이고 서로 세 불리기 싸움으로 간 것 같다.

    학생운동 출신들인 386세대는 노선문제와는 별개로 크게 두 개로 분화된 것 같다. 사회로 진출해서 직장에 취직하고 보통 사람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운동 경험과 생각들을 생활과 삶 속에서 구체화하였지만 그것을 풀어내고 실천할 공간들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반면에 변혁운동이나 실천활동을 지속해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와 과학을 강화하고 나름 헌신하였지만 그것에 집착하면서 현실과 결합하거나 구체화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 분이 어떤 생각과 노선, 어떤 정치적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 초중반의 초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강기갑 위원장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포근하고 이웃집 삼촌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농사를 짓고 농민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대중과 함께 해왔던 사람들의 정서, 느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잘모르지만.

    안용정 : 저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97년 국민승리21때 지역에서 깃발을 들고 있었고 민주노동당 때는 중앙당에서 노동국장을 2년 가까이 지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직운동 하듯 생각이나 가치를 획일적으로 통일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너무 강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3당이 합당했다면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인데.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민주노동당은 결사 반대했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치가 떨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울타리 안에서 지낸다. 마음의 문을 열고 과거의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물론 무작정 이 생각 저 생각을 다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정당이기 때문에 권력싸움은 있을 수 있고, 그것 자체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도 상식적인 규칙과 룰에 근거해야 하고,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야 할 파트너라면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를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더욱 구 당권파가 왜 그렇게 강경하고 여유가 없이 밀어붙이는지 아쉽고 걱정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누구를 당대표로 세울지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고 하는데 꼭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좌담하는 모습(장소=섣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정종권 : 통합진보당 사태와 같은 이런 일들이 왜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안용정 :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권력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예를 들면 2년 동안 당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노조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정파에 따라 서로 왔다갔다하면서 권력을 잡는데 그들이 집행부를 하는 2년 동안 바뀌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최연석 : 80년대 운동권 팜플렛을 보면 문투가 상대방에 대해 비아냥하거나 냉소적으로 비판하거나 멸시하는 말투가 자주 나온다. 상대편의 존재자체를 무시하는, 그들이 없어야 내가 존재한다는 논리다.

    안용정 : 당 내에서 그런 생각(상대를 포옹하는)이 많이 부족했다. 특히 2008년 분당으로 진보신당이 나감으로 더더욱 그런 포용에 대한 생각들이 없어졌다. NL 성향의 4개의 계파가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것이고, 각 지역의 맹주 또는 호족처럼 권력을 독점하는 관행이 지속되었는데, 이번 3자통합으로 이질적인 문화(국참계)가 들어왔는데, 이들과의 화학적 결합 과정이 없었고 비례 경선의 부정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정종권 :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과 지역 독점구조에 대해 외부적 변수가 생겼다는 의미인가?

    안용정 : 과거의 부정적 관행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런 관행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관련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부정선거 문제가 터져 나올 때 올바른 것은 아니었지만 관행이었다는 변명이 나오는 것이다. 제3자가 불 때는 부정인데 ‘우리는 관행인데 왜 따지냐’ ‘내부에서 수장들끼리 잘 정리하면 될 문제다’ 이런 볼멘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정종권 :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관행을 인정하라는 식의 논리, 즉 현실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우리의 관행을 인정해야 한다는 좀 억지스런 논리라는 의미인거죠

    최연석 : 통합했을 때 플러스로 나타나야 하는데 오히려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도매금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집권같은 거창한 목표는 당분한 포기하고, 애초의 초심으로 돌아가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이들을 돕고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정종권 : 마이너스로 나타났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최연석 : 제가 경기동부연합 지역에 살고 있다. 그곳 구 당권파 사람들에게 동의하거나 지지하고 표를 주거나 주변에서 힘을 보태주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 핵심이라는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지지 기반이 사라지거나 약화되는데 그게 마이너스 아니면 무엇인가.

    정종권 : 통합진보당 사태의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최연석 : 진보의 기준을 제대로 잡아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과 괴리되거나 잘못된 형태를 보일 때 그것을 정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당내 세력 관계를 고려하는 것 보다는 과감하게 잘못된 것을 짚어내고 도려내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안용정 : 고민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당직선거가 끝난 다음의 모습이다. 결과에 대해 각 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이다. 구 당권파가 이겼을 경우 예를 들면 참여당계가 인정하고 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대로 혁신파가 이겼을 경우 구 당권파가 승복하고 그 결정을 얼마나 존중할까 하는 걱정이다. 화합적 결합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정해진 룰과 규칙, 상식에 맞춰 경쟁을 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결국 해결 방법은 세력 대 세력, 힘 대 힘으로 결정나지 않을까 하는 우울한 전망이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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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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