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경 맹동주의'가 북한어?
        2014년 02월 05일 11: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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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좌경 맹동주의’라는 말이 북한어가 아니냐는 진행자의 말에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질문에 끝내 답변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견해에 대한 국민 의혹은 더욱 커졌다.

    장성택 처형 문제는 내란음모 사건과 맞물려 답변하는 것이 다소 곤란할 수 있겠지만 공당의 정치인으로서 주제와 상관없는 질문이라며 회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좌경 맹동주의’가 북한어가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말은 일면 타당하다. 진행자나 다수 국민들이 ‘북한어’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지만 남한 사회에서 ‘좌경 맹동주의’에 대한 쓰임새는 분명 있다.

    운동권 사투리, 처음 들어봤지요?

    흔히 운동권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나 줄임말 등을 ‘운동권 사투리’라고 한다. 다른 문화와 달리 ‘가열차게’, ‘비타협적으로’, ‘강고하게’ 등의 수사를 남발하는 것 역시 운동권 사투리의 일종이다.

    좌경(또는 좌익) 맹동주의 뜻은 ‘좌익의 성향을 띄고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좌익 소아병’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좌익 소아병은 레닌이 처음 지적한 것으로 혁명 활동에서 어떠한 타협과 협상도 거부하는 좌익적 편향을 지적하는 용어이다.

    RO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이 말한 ‘좌경 맹동주의’라는 비판 역시 총이나 칼로 무장해야 한다는 일부 참가자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이다.

    이러한 용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낮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단어의 태생이나 쓰임새 자체가 과도하게 비타협적이거나,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무장폭동만을 주장하는 좌익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좌익의 용어이기 때문이다.

    다만 좌익소아병과 좌경(좌익) 맹동주의는 쓰임새는 다소 다르다. 좌익소아병은 주로 ‘유치하다’는 정도의 조롱에 가까운 단어이고, 좌경 맹동주의는 그러한 좌익소아병이 큰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이다.

    좌익소아병과 좌경맹동주의의 반댓말도 있다. ‘우익 기회주의’이다. 이는 대중이라는 이름에 편승해 원칙을 훼손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진보정당 또는 진보진영에서는 대중적 활동과 정치적 원칙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진영 내에서도 서로 좌익소아병이니 우익기회주의니 하는 논쟁들은 있어왔다. 이 단어들은 어느 한쪽의 방향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져있을 때 붙이는 일종의 비판적 딱지인 셈이다.

    지금 당장 좌익소아병이나 좌경맹동주의로 검색해보면 숱한 운동권들의 문건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석기 의원의 좌경맹동주의는 총과 칼을 사용하는 것은 조직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사용한 말로 역설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내란음모를 비판한 셈이라 볼 수 있다. 검찰의 내란 음모 주장에 대한 이 의원의 비판 의견을 보여주는 것이 좌경 맹동주의 비판 발언인 것이다.

    국립국어원 검색 캡처

    국립국어원 검색 캡처

    한편 좌경맹동주의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해보면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좌경모험맹동주의’로 검색해야 북한어라고 설명되어있다. 마찬가지로 ‘의회민주주의’나 ‘정당공천’ 등 다소 전문적인 용어도 검색되지 않는다.

    이는 두 개 이상의 명사가 하나의 단어가 되는 복합명사 중 전문적 용어가 모두 사전에 등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노선은 검색되지만 정치노선은 검색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익민족주의’라는 말도 북한어라고 검색된다.

    따라서’ 좌경 맹동주의’로 검색할 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검색되지 않고, ‘좌경모험맹동주의’라는 북한어만 검색된다고 해서 ‘좌경 맹동주의’가 북한어라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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