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치안과학원' 논의의 진실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기계적 효율성' 경계해야
        2014년 02월 05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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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쯤인가 새누리당 윤재옥 국회의원 주도로 ‘국립치안과학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것에 대한 요지를 언론보도에서 요약하면 대략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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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단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는 현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가칭 ‘국립치안과학원’의 설립 추진

    (2) 경찰 연구개발사업 연구기획단 등과 예산 지원을 포함한 구체적 추진 방안 논의 중

    (3) 치안과학원의 기본 골격은 현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를 경찰청 직속 확대개편

    (4) 특히 치안과학원 내 ‘과학기술본부’ 신설, 치안 분야의 정책과 과학을 동시에 다루는 종합연구기관으로 확대 계획(‘경찰에도’ 첨단장비/기술력 등 보강, 검거율을 높이겠다는 취지)

    (5)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정책을 지원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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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 과학수사의 체계화를 필생의 지론으로 생각해온 사람이다. 그런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움직임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주장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가지 경로를 고려해서 생각하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러한 주장이 문제의 본질을 상당부분 왜곡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우선 조금 다른 방향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즉 이 상황을 주도하는 윤재옥이라는 사람부터 얘기해 보고 싶다.

    윤재옥

    중간이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사진=윤재옥 의원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윤재옥이라는 사람과는 내가 충주경찰학교에서 교육받을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그 사람은 항상 1등만 달려온 사람이다. 경찰대 1기로서 수석 입학, 수석 졸업, 그 뒤 항상 모든 계급에서 경찰대 출신의 제일 선두를 달려온 사람이다.

    그에게 단 하나 콤플렉스가 있다면 경찰청장이 못된 것 정도, 사실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그가 마지막에 낙마한 것에 대해, 세간에는 당시 경찰 수뇌부와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던 특정 학교 출신 파벌 때문이지 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경찰청장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찰에 대한 애정과 충심은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점이 사실 그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가 걸어온 행보를 보건대, 소수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 경찰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찰청장에는 혹시 적임자일지 몰라도 국민을 위한 경찰청장이 과연 될 수 있었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경찰청장이 되지 못한 이유를 특정 학교 출신 파벌과의 싸움에서 패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사실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렇지만 이런 평가에는 경찰대 출신 경찰간부들의 자가발전도 한 몫 한다고 생각된다.

    본질적으로 그는 애초부터 ‘국민을 위한 경찰청장’, ‘검찰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경찰청장’이라는 국민적인 여망과는 그리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현재의 권위주의적인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독점적인 검찰 권력을 분점하고 싶은, 소수 공안 엘리트 경찰 관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사람이 만들려고 하는 국립치안과학원의 위상 역시 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내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검찰과의 권력 분점을 바라는 소수 공안 엘리트 경찰 관료들의 열망이 녹아있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앞서 언급한 국립치안과학원을 추진하고자 하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먼저 “(1)범죄의 하이테크화, 지능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들고 있다. 이점은 표면적으로 보자면 범죄에 대해 대응을 하자는데 이를 부정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이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것도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 위기 심리를 자극, 공포를 조성하는 방법은 진부하고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경제가 한창 좋을 때도 한국 경제는 언제나 위기였고 범죄율이 평균 이하였던 시절에도 늘 한국의 밤거리는 공포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노사 총단결과 화합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따라서 결국 이러한 주장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만 껍데기만 교묘하게 바꾼 것이다. 또한 본질적으로 이러한 범죄에 대해 대응한다고 해서 그러한 대응 기능을 반드시 하나의 국가기구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논리의 비약이다.

    예를 들어 고도화되고 있는 금융 관련 범죄는 금융감독원에 인력과 부서를 적절하게 배치해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보건이나 환경 관련 범죄도 그에 적합한 특별사법부서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범죄가 다양하게 고도로 전문화되는 시대적인 상황이라면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전문화와 네트워크 사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가깝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문적인 범죄의 영역은 전문적인 부서에서 담당하고 이를 네트워킹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로 분산과 통합의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전일적인 국가경찰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보경찰까지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한국 경찰의 현실을 볼 때 이러한 통합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매우 위험스런 발상에 다름 아닐 것이다.

    수사와 정보, 정책, 증거분석까지 하나의 국가기관이 가진다는 것은 초특급 공룡의 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경찰위원회와 같은 민간통제장치가 유명무실한 작금의 경찰 통제 상황에서는 가히 공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초특급 공룡의 출현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3)치안과학원의 기본 골격은 현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를 경찰청 직속으로 확대개편”이다. 현재 치안과 관련된 정책연구는 국립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포괄적인 형사사법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치안정책의 정체성과 함께 그러한 연구를 경찰청 직속에서 해야 하는가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경찰행정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와 연결된다. 식민지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민/시민을 통치/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내려 보냈다. 그게 효율적인 경찰운용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시대에는 이러한 운용방식과 그 내용인 경찰행정은, 국가 권력이 시민에게 부과하는 하나의 통제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진 여러 나라의 경우에도 치안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포괄적인 사회정책과 형사사법정책에 부가해서 운영하는 이유인 것이다.

    또한 국민의 기본권에 심각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개연성이 큰 연구소를, 바로 그 기본권 제한을 실행할 수 있는 기관에 맡기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심각하게 숙고해야 한다. 법무부나 안전행정부에도 여러 가지 연구기관이 있지만 검찰청에는 그러한 국립연구소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를 확대 개편해서 경찰청 직속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려는 속내는 이해한다.

    현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법무부 출신 인사들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다. 결국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정책이 모두 다는 아니지만 경찰보다는 법무부, 검찰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경찰 수뇌부나 친 경찰인사들의 숙원이 바로 법무부 즉 검찰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자적인 싱크탱크를 가지고 싶은 것이 속내일 것이다.

    다음으로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 “(4) 치안과학원 내 과학기술본부를 신설, 치안 분야의 정책과 과학을 동시에 다루는 종합연구기관으로 확대해서 경찰에도 첨단장비/기술력 등 보강, 검거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에게는 ‘수사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즉 자신이 심증을 가지는 사람이나 증거에 대해 편향을 가진다는 점이다. 나도 실제 수사를 할 때 이런 점이 많았다.

    실제 수사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 수사관은 자기도 모르게 가장 먼저 가깝게 접한 증거나 사건에 대해 편향을 가지게 된다. 이는 때로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수사선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준점으로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증의 이면에는 수사관이 가지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성에 대한 무의식적/의식적 판단이 존재한다. 즉 일정정도의 수사편향은 불가피하다고 할 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증거와 명백히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지극히 당연한 상황) 다시 다른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장치)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습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습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장치)으로서, 증거를 처리(수집, 분석, 해석)하는 영역과 실제 수사를 진행하는 영역을 일정정도 분리하는 방식도 있고(한국의 경우와 같이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하되 증거분석은 국과수에 의뢰하는 형태), 또 다른 방식으로는 분리는 하지 않되 부서 자체를 민간이 통제하게 하는 방식(미국과 같이 선출직 보안관/검사/법관의 통제받는 형태)도 있는 것이다.(물론 그 기저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시스템과 법원이 감독하는 증거보관실 및 시체공시소 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국립치안과학원과 같이 경찰 내부에 이런 증거 분석부서를 만든다면 수사관의 입장, 즉 수사를 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증거가 분석이 되므로 이러한 수사편향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수사 자체와 증거에 대한 민간통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수사편향을 언급하면서 수사에 대한 민간통제를 언급해야 할까?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한국 사람들이 즐겨보는 CSI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물론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픽션을 가미한 것도 있지만, 화면 속의 CSI요원들이나 수사관들이 실제 증거를 처리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이러한 화면만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의 과학수사 시스템을 동경하고 실제 추구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우 큰 착각이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즉 그들의 수사시스템과 한국의 수사시스템이 보기에는 유사하게 보이지만 매우 큰 시스템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선출직인 보안관의 통제를 받거나 혹은 선출직 시장이 임명하는 경찰국장의 통제를 받으며, 그들이 처리한 증거와 그 과정은 제 3자인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관리(증거보관실, 시체공시소 등)되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CSI요원이 증거물 처리에 있어서 사소한 실수하게 되면 이는 자체적인 징계를 내리거나 보통 그냥 넘어가는 것이 통상의 관례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Chain of CUSTODY(증거완결성)에 문제가 발생해서 피고인 변호사의 신청과 법관의 결정에 의해 해당 증거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그가 처리한 다른 사건의 증거능력에도 심각한 손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즉 제한된 방식이지만 그래도 수사 과정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어 그 과정에서 수사편향을 일정정도 해결할 수단이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수사 과정에서의 수사편향을 견제하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본질적인 과학수사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국가경찰의 전일적인 시스템을 가지면서 증거보관과 시체공시도 하지 않거나 그나마 경찰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국과수를 놔두고 경찰 자체의 증거분석 기관을 설립한다는 것은 과학수사를 핑계로 한 주도권 경쟁의 하나로 보이기 딱 좋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과학수사 증거분석의 효율성을 내세워서 경찰청 외부에 있는 (안전행정부 산하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내부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수사’라는 국가행정작용의 본질에는 효율성만이 중심이 아니다. 적법한 과정(인권보호 절차의 준수)을 통한 실제적 진실의 발견이 핵심이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다보면 과정을 왜곡하게 되고 그러한 왜곡이 결국에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증거분석은 수사 부서와는 독립적인 파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수사 인력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어느 정도는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추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는 대체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국과수가 경찰청 바깥에 있는 것도 한국의 수사 현실 속에서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물론 원래 그런 의도로 국과수가 경찰 바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독립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을 그대로 존속시킨 것이다.)

    따라서 국립치안과학원으로의 통합과 집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의 증거 취득과 관련된 부분이라든가 CSI 요원의 교육 등과 같은 제한된 분야에 한에서는 그 존재가치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실제 이 부분은 현재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서 작년 말부터는 아예 법과학을 석사수준에서 전공한 사람들을 특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렇다고 증거분석의 분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모두가 잘 아는 사건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이른바 “강기훈-김기설 유서대필사건”은 한국의 과학수사와 국과수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사건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금력에 의해 조작된 증거분석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전문가주의도 시스템에 의해 견제 받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하물며 국과수도 그러한데 전일적인 경찰 권력의 통제를 받는 국립치안과학원의 경우에는 보다 더 취약할 것이 자명하다.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가 다양하고도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현대사회에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범죄수사의 과학화’는 단지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적인 인권보호와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가치인 것이다.

    그렇기에 기계적인 효율성이 과정/절차의 적법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다른 대안이 없이 메머드하게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립치안과학원의 위상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바람직하거나 적절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취약한 경찰과 범죄 관련 연구영역은 보완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적 구성요소와 조직적인 재편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현재의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를 좀 더 확대해서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또한 국과수와의 유기적인 공조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적인 차원에서 경찰수사연수원을 보강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대부분 부차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보다 본질적인 것은, 전면적인 수사권 조정과 함께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정보기능의 이관, 지방경찰의 분리 및 활성화 등이다. 그래야 지금 국립치안과학원 설립의 이유로 들고 있는 제반의 사항들이 근본적으로 개혁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쿠데타는 총검과 탱크를 그 수단으로 했지만, 현대사회의 쿠데타는, 정의 실현이라는 가면을 쓰고 시민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다양한 기관과 법제도, 언론 통제를 그 수단으로 한다.) (다음 회에 계속)

    필자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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