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병원,
의료영리화 정책 수혜기업은?
'차병원그룹'이 보여주는 의료의 우울한 미래
    2014년 01월 30일 01:18 오후

Print Friendly

의료민영화가 상반기 주요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중이고 병원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포함해 다양한 의료민영화 정책이 담긴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1월 28일 100여 개 이상의 노동, 시민사회 단체는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를 출범했다.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 참가단체들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의 주요 단체인 보건의료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강행 시 6월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야당은 저마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 특위를 꾸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맞서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직능단체 역시 영리병원·영리법인약국·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한 반대 여론에도 박근혜 정부는 어떤 입장 변화도 없이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의료민영화의 장점을 주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정부도 반대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자회사 허용이 건강보험 민영화와 다르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실질적으로 재벌에게 혜택을 집중하고,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의료민영화 여부를 떠나 영리자회사를 허용했을 때 실제로 병원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기관 자회사 허용 시 수혜 기업은?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을 종합해보면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계획의 핵심은 의료법인이 다양한 부대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적 목적의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하고, 자회사의 수익을 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병원의 운영, 환자와 병원 직원의 편의 등 비영리적 목적에서만 허용했던 부대사업을 의료관광, 의료관련사업 활성화 등 영리 목적으로도 포괄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부대사업 자회사 허용을 통해 의료기관과 의료연관사업의 융복합 촉진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 창출 및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고, 의료법인의 수익기반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대사업목적의 의료법인 자회사가 허용되면 어떤 병원이나 기업이 수혜 기업일까?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등 광범위한 의료연관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규모와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의료법인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차병원그룹은 그 대표적인 예다. 차병원그룹의 계열사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의료연관산업 사업체들이 있다. 이 계열사들은 병원이 출자한 것이 아니라 차병원의 이사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출자, 소유하고 있다. 이 계열사들의 사업 분야는 연구소, 제약회사, 화장품 회사, 식품회사, 의료정보시스템, 임상시험대행, 창업투자회사, 콜센터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있다. 이 중 상장법인이자 지주회사 격인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차바이오)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지주회사형 자회사, 차바이오

차바이오는 차병원그룹 계열 법인과 그룹 총수의 특수관계인들이 공동 출자한 회사다. 차바이오는 11개의 자회사를 가지는 데, 그 자회사 중에는 제약회사(스카이뉴팜, 현 CMG제약), IT의료기기(차케어스), 건강식품 판매회사(차바이오메드), 해외의료수출(CHA Health Systems. Inc) 등 정부가 부대사업 범위로 확대해 줄 예정인 사업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차바이오가 국내에서도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리병원이 금지된 의료법 상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 차바이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차바이오는 청담동의 최고급 건강검진센터인 차움을 부대사업에 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성광의료법인 차병원이 설립한 차움의원이 제공한다. 하지만 의료서비스와 부대사업 서비스가 차움이라는 같은 건물에서 같이 제공되고 있어서 실제로 구분되지 않는다.

차움 홈페이지를 보면 회원에게는 1:1 주치의, 헬스컨설턴트가 배정되고, 매년 검진을 바탕으로 주치의, 헬스컨설턴트, 테라피스트, 식품영양사, 운동처방사가 팀 어프로치를 진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서비스와 부대사업 서비스(피부관리, 피트니스, 스파 등)가 동시에 제공되고 있다. 회원권의 입회 보증금만 1억이고 연회비는 830만 원 수준이다.

그림130-1

차움, 그들만의 병원

차움은 기형적인 병원이다. 전국 최고 기준시가인 청담동 오피스텔에 입주해 있는 차움은 병원이면서 건강관리센터다. 주식회사인 차바이오는 현행법 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지만 차움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차움의원이, 부대사업서비스는 차바이오가 운영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회계가 구분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기형적 운영은 그 자체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 성광의료법인이 차바이오를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 성광의료법인은 현재 차바이오의 지분을 0.44%만 소유하고 있는데, 자회사가 허용되면 50% 이상 소유할 수 있다. 의료법인이 실질적인 영리병원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차움의 편법적 형태가 합법화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차움센터의 존재는 투자활성화대책이 실질적인 영리병원 허용 계획이라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다.

차움은 이미 설립할 때부터 영리병원으로 가는 우회로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의료법인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영리병원으로 가는 직진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성광의료법인은 차바이오와 더욱 원활한 내부거래를 할 수 있게 되고 차병원은 차바이오와 차바이오 자회사들의 제품 개발 과정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자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경로가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합법화된 차움의 모델을 다른 병원도 모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차움과 달리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병원도 생길 수 있다. 실질적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실질적 영리병원이 자본 투자를 통해 고급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만큼 인력편중이 생기게 되고 영리병원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뒤처진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인력난, 경영난이 더 심화될 것이다.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난립하게 되면 그만큼 의료비는 상승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보건산업진흥원이 영리병원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의료비 상승, 의료기관 양극화는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해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건강보험도 무너질 것

정부는 건강보험은 그대로 둘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이러한 실질적 영리병원의 확대는 건강보험을 위협하게 된다. 부유층들은 차움과 같은 그들만의 고급병원을 이용하면서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각종 비보험 진료와 부대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이다.

이 경우 부유층에게는 건강보험의 필요성이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고, 그 영역을 비보험 진료까지 보장하는 민간의료보험이 채워갈 것이다. 건강보험은 소득에 따라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부유층들은 건강보험을 탈퇴해 민간보험만 가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 건강보험 민영화를 지지하는 새로운 이해집단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가 공상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공보험 도입이 수십년간 좌절되었던 역사, 또한 미국에서 영리병원이 확대되면서 주변의 비영리병원이 무너지고, 영리병원화 되었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힘이 강화되면 의료의 공공성은 돌이킬 수 없는 붕괴의 길로 향해 갈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가 더욱 영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민중의 건강을 사회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대안적 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 기로에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이 자리잡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