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왜곡, 점입가경
통상임금 지침, 대법 판결도 왜곡
    2014년 01월 24일 03: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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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3일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사 분쟁 조정을 한다는 명분으로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이,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심각하게 왜곡했을 뿐더러 노사가 따라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의 지도지침과 관련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향후 통상임금과 관련해 투쟁을 예고했다.

노동부 지도지침 “법적 구속력이나 규범력 없어”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훨씬 더 후퇴된 해석으로 판결 진의 왜곡

이날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부의 지도지침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나 규범력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방적 지침으로 노사가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하며 “통상임금과 관련해 혼란을 야기한 중대한 책임이 있는 노동부가 사과나 반성은 커녕 오히려 사용자 편항의 지도지침을 발표하며 법원 파결조차 진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법원이 1981년부터 ‘상여금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다면 이는 정기일 지급 임금의 성질을 띤 것이므로 상여금 지급기간 만료 전에 퇴직한 근로자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왔는데 노동부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

노동부는 지도지침을 통해 이러한 판례들을 무시한 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초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근로자가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고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없음을 주지”한다고 주장했다.

신 원장은 이같은 지침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과 상관없이 여전히 규범력을 갖고 있는 판례가 있는데도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정성을 일괄 부정하도록 명시함으로써 통상임금 인정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용자의 불법적인 임금체불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통상임금성을 부인하는 판단 기준으로 본말을 전도시켰다”고 비판했다.

통상임금 정상화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사진=장여진)

통상임금 정상화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사진=장여진)

두번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기상여금에 대한 신의칙 적용과 관련해서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퇴직금에 포함해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것에 있어 경영상의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때에는 신의칙으로 제한하겠다고 판시한 것으로 즉 ‘예외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같은 판결은 노동계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노동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예외적 적용’을 오히려 ‘원칙’으로 정해뒀다.

노동부는 신의칙 적용을 마치 미지급 임금 청구의 일반적인 제한 기준처럼 확대해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사 간의 임단협 있는 경우와 단협이 없더라도 취업규칙에 의해 그와 같이 적용되어온 경우, 단협 및 취업규칙이 없더라도 관행적으로 적용되어온 경우처럼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여주는 경우에는 모두 추가임금 청구를 ‘불허’해야 하다고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원장은 “신의칙은 예외적으로만 적용하는 것이자 그 경영상의 중대한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도 사용자가 입증해야만 적용되는 것인데도, 노동부는 주어와 술어를 바꿔 마치 예외적인 것이 원칙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신의칙 적용 여부는 노동부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신의칙 적용을 이유로 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진정, 고소를 기각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지침은 전부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의 이같은 지도지침과 관련해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사법부도 행정부도 하나같이 기업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려고 끼어 맞추다보니 논리도, 원칙도 없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노동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통상임금 범위를 전격 축소하거나 꼼수부리는 기업이 없는지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하고 임금체불 계약을 정당화하는 지도지침에 대해 항의하는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28~29일에 진행할 것이며, 이후에도 노동부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강력한 규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훈 현대자동차 지부장도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사법정의가 무너지는 세상이 올바른 세상이냐”고 비판하며 “회사들은 판결 전에는 수조원의 인건비가 더 나갈 것이라며 앓는 소리를 하더니 이제는 판결문을 인용하며 지급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국사회의 임금구조의 왜곡은 이전 정부들의 잘못된 총액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장시간 노동이라는 왜곡된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그런데 또다시 임금 가이드라인을 과거와 유사한 행정지침을 통해 노사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노총이 나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2월 25일 총파업 이후 ‘2014년 임금투쟁 승리를 위한 전진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5월에는 임단협 승리를 위한 경고파업을 진행하며, 민주노총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6~7월 임단협 시기에 집중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경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승철 위원장과 신인수 법률원장,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이경훈 현대자동차 지부장 이외에도 문종식 기아자동차 수석부지부장, 정종환 한국지엠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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