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민영화 우회하려는 꼼수
    노동자운동연구소, 철도와 의료 자회사 분석 보고서 내
        2014년 01월 20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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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와 철도 자회사 설립 추진은 현행법상 민영화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발간한 <왜 자회사인가? – 의료, 철도 자회사의 경영 전략과 민영화 논란-한지원 연구실장>은 의료와 철도의 자회사 설립 정책이 우회적 민영화인지 알아보기 위해 향후 설립된 자회사가 어떻게 경영될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밝힌 투자활성화 계획의 의료부분 핵심은 병원 부대사업의 허용대상 확대와 이 부대사업을 영리목적 자회사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하던 사업을 병원 외부로 가져갈 수 있는 자회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기존에는 의료법을 통해 병원이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도 병원 밖으로 수익을 가져가지 못했는데 이것이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영리법인 자회사는 민간자본과 합작으로 만들어지고 상법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병원이 수익 목적으로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가 현재보다 크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서울대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게 될 경우를 예상해보면, 의료 부대사업을 통째로 자회사로 이전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2012년 병원 내 임대사업을 통해 753억원의 수입을 얻어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185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자회사를 만들면 수익률이 25%에 달하게 된다. 한국 사업체의 평균 수익률이 3%인 것과 비교하면 초고수익률인 것이다.

    이외에도 더 맣은 사업을 자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사업 예시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업과 의료기기 리스사업도 자회사를 세울 수 있다.

    보고서는 서울대병원이 한 해 구매하는 의료재료가 2012년 기준으로 2천5백억원에 달하는데, 만약 구매대행 자회사를 세워 모두 아웃소싱 한다면 매출액 2천5백억원의 회사를 당장 세울 수 있어 약 130억원 정도의 순익을 쉽게 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기기 또한 자회사가 구매해 리스한다면 자회사는 연간 50억원 정도를 챙길 수있다.

    보고서는 이같이 예견하며 이럴 경우 “서울대병원이 아니라 ‘서울대병원 그룹’이 되는 것”이라며, “병원 자체도 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라 공익성보다는 돈 되는 의료행위만 취급하는 사실상의 영리병원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영리법인인 서울대병원에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이유는 의료부분에서 시민들에게 공공성을 제공하는 대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부대사업 수익으로 얻으라는 취지였는데 병원이 그룹화되면서 오히려 부대사업이 주가 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대형 민간병원, 자회사 설립하면 수익 외부 유출 규제 무력화

    보고서는 이미 큰 돈을 벌고 있는 대형 민간병원들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병원 내 수익을 외부로 빼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서는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한 이익은 외부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영리목적 자회사가 허용되면 이러한 규제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

    보고서는 아산병원의 경우 의료 부대사업 수입이 1천5백억원에 이르고 순이익은 약 4백억원에 달하는데, 이 사업을 통째로 자회사로 이전하면 수익률 24%의 초고수익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산병원은 부대수익 외에도 7백억원에 가까운 의료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자회사로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수익의 외부유출을 규제하는 의료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당장 연 5천억원에 달하는 의료재료들을 자회사를 통해 납품받으면서 이른바 ‘통행세’라는 중간수수료만 떼어도 3~4백억원은 쉽게 자회사로 빼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형 자회사 형태도 가능, 삼성의 바이오 산업 진출 가능

    지주회사형 자회사 형태로도 발전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차병원그룹을 예를 들며 정부의 의료 자회사 관련 정책이 차병원그룹 식의 사업 모델이 대형병원에 일반화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방송화면 캡처

    방송화면 캡처

    보고서에 따르면 차병원은 형식적으로 비영리법인인 성광의료재단과 성광학원이 소유주이지만, 실제로는 두 비영리법인이 차씨 일가와 함께 합작해 설립한 차바이오앤 주식회사가 움직인다. 차바이오앤은 의료관련 8개업과 광학 제조업 기업 5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병원 관련 법인 6개를 소유하고 있다. 2012년 차병원 매출은 4천억원인데, 차바이오앤은 5천억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미 차병원그룹이 차바이오앤을 통해 운영하면서 영리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조차 문제성을 지적했는데, 이번에 영리목적 자회사 설립 허용안은 이런 불법성 여지를 모두 해결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바이오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의료기기 산업과 삼성의료원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는데, 정부 계획에 따라 영리목적 자회사를 통해 삼성그룹의 바이오 관련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업 활성화 통한 일자리 창출? 고용효과 미미

    정부는 이같은 투자활성화 계획이 민영화가 아니라 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고 항변하는 것도 실제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주차장, 음식점, 장례식장 등의 경우 기존 사업자의 계약 상대방만 변경하고, 의약품, 도소매, 의료기기 리스 등은 통행세만 받는 페이퍼컴퍼니 성격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모두 고용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도 병원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고, 외환자유치와 병원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일부 병원만의 이해관꼐로 인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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