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C 공장점거 항소심,
    노동자 75명 전원에 동일 형량 선고
    1심에서 무죄, 선고유예 받은 이들도 전원 유죄로 바뀌어
        2014년 01월 15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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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75명 전원이 지난 2010년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공장 점거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1년 6월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단일 사건으로 참여자 전원이 동일한 형량을 받은 대단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전원은 집행 유예 2년을 받았다.

    KEC지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구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수)에서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이 공장점거를 벌였다며 집단 흉기 사용 및 집단 손괴 혐의로 이같은 형량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심에서 공장점거 상황을 몰랐던 참가자들도 다수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 선고유예나 무죄를 받았던 상황을 뒤엎는 파격적인 판결이다.

    1심에서는 재판부에서도 공장에 진입했던 이들 중 모두가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소된 2/3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또는 무죄를 내리며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사측에서는 즉각 항소하며 공소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KEC지회는 이미 공장점거 직후 지회장과 지부장이 모두 2년 실형을 선고받아 1명은 형기를 모두 마쳤고, 다른 한 명은 곧 마칠 예정이다. 즉 공장점거를 사전에 주도했던 이들은 이미 모두 처벌 받은 셈이다.

    이 판결에 대해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조합 집행부는 사전에 상황을 점검하고 숙고해 결정을 내리지만 조합원은 노조의 한 일원으로서 결정된 사항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의 정도는 차이를 둬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재판부가 동일한 양형을 일괄 선고한 것은 일반 조합원들의 노조 참여를 위축시키는 선고”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010년 6월 KEC지회는 회사가 노조를 파괴할 목적으로 어용 노조 설립 추진과 구조조정, 일방적인 노조  전임자 축소 등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에서 용역을 투입하며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파업 127일차, 직장폐쇄 114일차에 조합원들이 기습적으로 공장점거에 나섰다. 진입 당시 조합원들과 사측 간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며, 사측은 노조의 식량 반입 요청을 거부했었다.

    농성장들에게 식량 반입도 막고 있는 경찰의 당시 모습

    농성장들에게 식량 반입도 막고 있는 경찰의 당시 모습(금속노조 강지현)

    이후 11월 3일 본 교섭과 실무교섭을 합의하면서 농성을 해제했으나 사측에서는 파업에 따른 손실액이 960억원이라고 맞서면서 난항을 겪었다.

    또한 사측은 2011년 3월 KEC지회와 88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30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업과 공장점거가 있던 2010년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기면서 실제 손실과 배상액을 입증하기 힘들어지면서 2012년 8월 다시 156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향후 손배 소송과 관련해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KEC지회 배태선 언론국장은 <레디앙>의 통화에서 “사측이 그동안 실제 손실규모와 배상액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형사 판결이 손실규모를 산정하는 (사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 국장은 “사측은 그동안 공장점거와 관련한 형사재판의 자료들과 판결문을 인용해 손배를 주장해왔었다”며 “우리도 판결문을 받아야 알겠지만, 이번 판결이 손해배상 소송과 직결되어 있어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KEC는 노조파괴 공작 혐의로 국회와 노동계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직접 확보한 문건 중에는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직장폐쇄 대응방안’, ‘시나리오별 노무전략’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KEC지회는 사측의 이신희 기획조정실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해 지난해 8월 이씨를 비롯한 4명이 기소돼 현재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재판중이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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