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열기,
    시민사회는 변화 준비하고 있나
    [에정칼럼] '뽁뽁이'처럼 태양광도 저렴하고 간편해야
        2014년 01월 14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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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이 부쩍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흐름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태양광 시장이나 정책이 얼마나 역동적인 활기를 띠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우선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정책의 도입에 따른 기대가 태양광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발전차액지원 제도가 일몰하고 2012년부터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 도입을 둘러싼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정책 전환을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실시했던 과거 10년(2002년~2011년) 누적 용량의 68% 정도로 크게 늘었다.

    어느 때보다도 태양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각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신청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한다.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좋아 최적의 태양광 입지로 각광 받는 전라도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태양광 불모지’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도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건수가 지난해에만 101건으로 과거 8년 동안을 합친 건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신청이 급증해 허가 권한을 아예 시군으로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국가기술자격도 신설돼 태양광 발전설비기사 등 종목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일-재생에너지

    태양광 확대에 따른 행정의 이런 민첩한 반응은 재생가능에너지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기획도 한 몫을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지자체는 단연 서울시를 꼽을 수 있다.

    완고하게 핵발전 증설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도 불사하고 서울시가 전폭적으로 내건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시민햇빛발전소 확대였다. 서울시는 기후환경본부 아래에 태양광 전담부서인 ‘햇빛발전팀’을 신설하고 5명을 담당자를 배치시켰다. ‘신재생에너지팀’이나 ‘녹색산업팀’ 등 부서는 별도로 두고서도 말이다.

    새로운 정책 도입으로 인한 기대 효과와 정부와 각 지자체의 호응은 세계적인 가격 하락과 척박한 내수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을 새삼스러운 시장 기회로 각광받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갓 시행된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가 상당히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태양광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제도의 가장 특징은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복잡한 이 제도를 나 스스로 이해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누군가에게 이해 가능하도록 설명하기도 난감할 때가 많다.

    이 제도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공급 의무자’인 발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의무 구매를 정부가 아닌 13개 발전사에게 맡겼다.

    따라서 발전차액지원과 달리 태양광사업자는 장기간 전력판매를 위해서 각 발전사의 문을 두드려 계약을 맺어야 하게 됐다. 가격은 낮게 쓸수록 유리하다. 태양광 의무량을 채우면 그만인 발전사는 되도록 낮은 가격의 태양광발전소와 장기 구매계약을 맺는 게 유리하다.

    각 태양광사업자는 서로 눈치를 보며 가격을 써내게 되는데 결국 ‘규모의 경제’에 따라 가격을 낮출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소규모 태양광이다. 실제로 태양광 공급인증서 판매사업자 선정 경쟁률은 2012년부터 2013년 상하반기 열린 네 차례의 정기 입찰 결과 평균 4.68을 기록했다. 입찰 가격도 꾸준히 하락했다.

    태양광 전력 판매계약에서 경쟁과열과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사는 철저한 ‘을’의 지위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발전사 입장에서 보면 100kW 이하의 소규모 발전사업자 다수와 계약을 맺는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규모 태양광과의 계약을 맺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용 과다를 이유로 발전차액지원을 폐지하고 경쟁과 시장 방식의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를 선택하면서 노린 효율성의 결과다.

    여기에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의 또 다른 얼굴이 숨어있다. 시장 방식에 의한 태양광 지원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발전사의 공급 의무량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일정한 태양광 공급 의무량을 책정하도록 하는데, 그 규모를 과소 책정하면서 지금처럼 경쟁에 의한 탈락과 태양광 사업성을 위태롭게 하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런 맹점은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상기시킨다. 배출권거래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요 행위자로서 등장하는 기업에게 배출권을 과다 할당(태양광 의무량 과소책정)해 배출권 가격하락(태양광 지원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정책 실패 말이다.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는 시장의 외피를 입고 있으면서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취약한 정책에 기반해있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정부가 마련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2014~2035)에서 핵발전 확대 기조가 두드러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이 11%로 수세적으로 제시된 대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확대 잠재량이 가장 큰 태양광의 경우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오히려 확대를 가로막는 꼴이다.

    핵발전이나 화력의 대규모 발전·송전 전력체계 대신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창했던 시민사회가 지금까지 태양광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발전차액지원 제도의 도입이나 태양광 시민발전소를 비롯한 지역 에너지 자립 실험이 그것이다.

    하지만 발전차액지원은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에 자리를 내줬고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 여전히 실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는 것 같다. 2012년 말부터 각 지역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며 열띤 활기를 보이고 있는데, 변화된 조건에서 과거 10년에 대한 진지한 평가 없이는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도 자칫 실험에 그칠 수 있다.

    여러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특히 도시 전력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도, 대구, 서울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서 활기를 띠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관건은 이들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제대로 사업 구조를 갖춰서 꾸준히 태양광 전력을 공급하고 그로부터 얻는 이익을 조합의 목적에 맞게 선순환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비롯한 (특히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상당히 불투명해졌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소규모 태양광 지원을 강화하도록 신재생전력 공급의무화 제도를 보완하거나 서울시처럼 50원/kWh을 보조하는 지자체 정책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을 배우고 직접 테스트해보게 해야 한다. 태양광은 한낱 ‘하드웨어’에 그쳐선 안 된다. 태양광이 거리를 지나다 흔하게 보는 시설물일 뿐 내 생활과는 무관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용과 효율성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오래 유지될 것이다.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시가 지난해 아파트 베란다에도 설치 가능한 초소형 태양광 시범보급을 100가구를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단 하루만에 신청이 마감됐다고 한다. 단열 ‘뽁뽁이’가 이제 마트에서 쉽게 구매 가능한 상품이 됐듯, 태양광도 저렴하고 간편한 설치로 주부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이나 베란다 태양광은 태양광의 저변을 넓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높아진 태양광의 신뢰성을 지렛대로 삼아 전력 정책을 얼마나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을지는 시민사회의 몫이다.

    필자소개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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