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ILO 왜곡보도로 국제적 망신
    한국 노동현실 자화자찬, 왜곡보도하여 ILO 엄중 항의받아
        2012년 06월 18일 03: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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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7일 <동아일보>에서 “ILO ‘한국의 고용정책은 위기극복 모범사례’-보고서로 세계에 소개”라는 기사는 완전히 왜곡 날조된 기사임이 밝혀져 파장이 예고된다.

    ILO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1919년 베르사유조약에 따라 창설된 국제노동기구이다. 이 기구에 가입된 회원국은 정부측 인사 2명, 노동자측 1명, 사용자측 1명 등 총 4명이 국가를 대표해 총회에 참석하며, 올해 101차 총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개최했다.

    문제가 된 것은 <동아일보>와 <매일노동뉴스>의 보도이다. 우선 <동아일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추진한 고용정책이 국제노동기구(ILO) 차원의 위기극복 모범사례가 돼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고 밝혔다.

    이야나툴 이슬람 ILO 고용정책국 과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국 고용정책 보고서’를 두고 “한국 고용정책 사례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가 다른 회원국의 고용 위기 탈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이 보고서를 두고 “9월 발간될 예정인 한국고용정책 보고서는 ILO가 개별 국가의 고용정책을 연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또한 이야나툴 이슬람 과장이 이 보고서를 두고 “인상 깊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 면담 내용을 왜곡하여 보도 : 비공개, 엠바고 모두 무시한 외교적 결례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모두 거짓에다가 보도 자체가 큰 외교적 결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야나툴 이슬람 ILO 고용정책국 과장이 이 같은 한국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직접 한국 고용노동부 김종철 고용노동관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것이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이슬람 과장의 메일은 지난 11일에 보낸 것으로 이슬람 과장은 보도 내용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다시피 (당시) 면담은 아직 초안 상태여서 인용, 배포되어서는 안되는 보고서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이었다. 신문 보도는 수많은 잘못된 주장을 담고 있고, 이를 내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심지어 내 직책도 잘못 적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슬람 과정은 “보고서가 마무리되기 전에 장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비공개’ 브리핑 절차를 가졌는데 이를 누설함으로써 외교의례를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밝혔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부장도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슬람 과장이 민주노총을 통해 한국 언론에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며 당시 상황을 대신하여 설명했다.

    류 국제부장에 따르면 당시 면담은 이채필 노동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면담이었고 기자 참석은 불가능했다. 기자가 배석했다면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고, 사전에 언론에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상호 약속도 있었다는 것이다.

    ILO가 면담을 비공개한 것은 문제의 이 보고서가 지나치게 한국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를 수정할 것을 요청하였고, 또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기에 보고서 내용을 그 어디에서도 인용, 공개, 배포해서는 안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이슬람 과장은 당시 면담 내용이 보도될 것이라는 점을 한국 정부로부터 전혀 이야기 들은 바 없으며, 심지어 본인의 이름이 직접 거론하면서 자신이 한국 정부를 칭찬한 것 마냥 인용되는 것은 몹시 불쾌하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노동부 관계자로 기재된 자료

     

    보고서 내용도 왜곡됐다. ILO은 한 해 약 1,000부 정도씩 각 나라의 정책을 브리핑하는 자료를 제작하고 있는데 한국의 보고서도 그 중 하나일 뿐이며, ILO은 그 나라 정책을 소개할 뿐, 이를 평가하거나 모범 사례라고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 국제부장은 “작업 중인 보고서로 나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이슬람 과장에 따르면 실제로 수정 전 보고서와 수정 후 보고서 둘 다에서 ‘모범 사례’라는 말은 단 한번도 언급된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비공개 면담, 동아일보 기자가 정부 관계자 행세하며 참석?

    민주노총이 공개한 ILO 총회 회의자료에 기재된 총회 참석자 명단에는 <동아일보>의 박 모 기자가 노동부 소속의 ‘부국장’으로 소개되어 있다.

    <매일노동뉴스>의 김 모 기자는 기자로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당시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과장이 한국 고용 정책을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매일노동뉴스>의 김 모 기자는 제네바에 파견 근무 중인 김왕 파견관에게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동아일보>의 박 모 기자가 비공개 면담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에 노동부 ILO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총회 참석자 리스트 작성은 ILO측 실수인 것 같다. 우리가 작성해서 보낼 때 정확하게 기자로 표기했지만 현지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비공개 면담에 박 모 기자가 참석했는지 여부는 담당 사무관이 자리를 비워 확인할 수 없으며 현지에 있는 김왕 파견관의 연락처도 서로 담당 부서를 미루며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당시 비공개 면담에 정부 출입 카드를 들고 박 모 기자가 참석한 것이라면, 이에 협조하거나 묵인한 한국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한국 정부가 비공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내용도 왜곡한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공식 사과가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노동부에서도 대응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만간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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