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이란
    너무 커져 버린 아이는 아닐까?
    [책소개] 『푸른 별 아이들』(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양철북)
        2014년 01월 11일 1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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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제안의 대가는 고작 젊음 한 방울!

    어른들은 한 명도 없고, 아이들만 살아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푸른 별 아이들≫은 이처럼 아주 특별한 행성을 소재로 한 동화다.

    아이들만의 천국인 푸른 별이 있다. 이곳에 언제부터 아이들만 살게 되었고, 그 아이들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푸른 별에는 지도자도 없고, 법과 제도도 없고, 직업도 없는 아이들만이 산다. 오늘은 그 존재 자체로 가장 멋진 날이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소원을 빌어주는 돌이 있어도 빌 소원이 없는 나날들. 가장 좋아하는 일이 고작 동굴에서 잠자던 나비들이 태양 빛을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인 아이들.

    그런 특별한 공간에 마치 우주 괴물처럼 보이는 니나니 아저씨가 불시착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다.

    푸른 별 아이들은 니나니 아저씨의 위험한 거래에 귀를 기울인다. 세상에 더 즐거운 일을 바라지 않던 아이들은 하늘을 날게 해 주겠다는 아저씨의 제안에 나비가루를 몸에 바른 뒤 하늘을 나는 재미를 알게 된다. 편하다는 이유로 몸을 씻지 않아도 되는 특허받은 미끌이를 바르는 조건을 손쉽게 수용한다. 그 제안의 대가는 고작 젊음 한 방울이면 되니까.

    이 특별한 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자꾸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즐거움이 가능할까? 내가 누리는 행복은 나만의 것일까? 최고가 되면 가장 행복할까?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 걸까? 다수결은 늘 옳은 걸까?

    이렇듯 이 책의 미덕은 계속 묻고, 끝없이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삶의 중요한 가치들인 젊음, 행복, 시간, 욕망, 제도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독특한 우화로 읽힌다. 또한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별 이야기

    괴물이란 너무 커져 버린 아이는 아닐까?

    모두들 작은 것에 만족하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이 있다. 푸른 별 아이들도 그렇다.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이다. 그 행복은 니나니 아저씨가 오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니나니 아저씨는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아이들은 그때부터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게 된다. 현재가 지루해지기 시작하면서 더 재밌는 일과 즐거운 일을 찾는다. 지루함과 재미없음을 안 푸른 별 아이들의 모습은 일상이 시큰둥해져 버린 우리들의 자화상 같기도 하다.

    “아, 해가 져서 서쪽 하늘이 붉어지고 동쪽 하늘이 검게 변하니 너무 따분해.”

    “맞아. 이제 뱃속에 나비가 들어 있는 것처럼 두근거리지도 않고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져서 더 이상 날 수가 없어. 미치도록 지루해.”

    “난 잠자는 것도 너무 따분해. 낮에 재미있게 놀았던 걸 생각하면 밤에 꾸는 꿈은 무미건조해.”

    -본문 42~43쪽

    행복, 즐거움, 재미 등을 가치로 치환하여 아이들 가슴 속에 젊음과 바꾸려고 하는 니나니 아저씨의 끝도 없는 욕망에서, 성장만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주 괴물 니나니 아저씨란 바로 자기 안의 어린이다움을 잃고, 자신의 본성을 감추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반성이 생기는 순간은 생의 이면을 바라볼 때임을 보여주는 그림책

    하늘을 나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운 푸른 별 아이들은 급기야 태양이 있는 동안에만 날 수 있다는 말에 태양을 하늘 한복판에 고정시키기를 바란다. 니나니 아저씨에 의해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 고정되고, 아이들은 밤낮없이 날아다닐 수 있게 된다.

    경쟁이 필요 없던 아이들은 가장 높이 날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끝도 없이 날아가던 브리미르와 훌다는 자기들 마을에서 벗어나 어두운 숲으로 추락한다. 바로 태양의 반대편이었던 것이다. 이 두 아이는 태양 반대편 마을에서 그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나고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브리미르는 훌다를 바라보았다. 니나니 아저씨가 자신들의 섬에 해를 못 박아 놓았을 때, 별 반대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언제든 별과 달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어. 그 이후로 하늘은 칠흑같이 깜깜하거나 짙은 회색일 뿐이야. 우리는 모닥불에 모여 앉아서 햇빛이 있을 때만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생각하고 있었어.”

    훌다와 브리미르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늑대가 양떼구름을 몰아냈으니 구름이 전부 이곳으로 몰려왔던 것이다.

    -본문 99쪽

    아이들은 태양의 뒤편으로 가서 생의 이면을 마주한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더 큰 즐거움, 더 짜릿한 재미를 위해 젊음, 즉 영혼을 판 아이들은 머리는 희어지고 기력은 쇠해지는 노인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더 큰 차를 가지기 위해 애쓰고, 더 큰 집을 얻기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혀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 겹쳐 읽힌다.

    끝없는 욕망의 열차에서 내릴 수 없었던 아이들이 변하는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바로 어둠의 마을에서 살던 아이들이 브리미르와 훌다의 친구들도 어둠 속에서 굶주리는 줄 알고,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아껴서 보낸 선물이 도착하고부터이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 없는 삶에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푸른 별 아이들은 특허 받은 미끌이 때문에 옆의 친구를 안아줄 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폭포수에 가서 미끌이를 씻어낸다.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아동문학평론가 엄혜숙은 이 책을 “‘피터팬’은 물론,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나 권정생의 ‘랑랑별 때때롱’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니나니 아저씨는 아이들을 편하고 즐거운 삶으로 유혹하는 바보 이반에서의 악마 같은 역할이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푸른 별 아이들은 결국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이 가장 좋은 삶임을 깨닫는다. .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니나니 아저씨의 진짜 꿈은 왕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니나니 아저씨를 내쫓는 대신 형식적인 왕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 필요한 성과 탑을 짓기 위해 애쓰는 대신 빼앗겼던 젊음을 돌려받는다.

    니나니 아저씨는 결국 아이들 곁으로 내려와 자신이 경험한 멀고 먼 별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오만 가지 색깔 나비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가득 수놓은 모습을 보고 비로소 깨닫는다.

    “아,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구나.”하고

    신화의 나라, 아이슬란드 사가에서 영향 받은 우리 시대의 고전

    아이슬란드는 사가(Saga)의 나라로도 불린다. 북유럽 신화와 역사적 인물들의 영움담을 그린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고전 문학 형식인 사가는 이야기의 보고라고 할 만큼 많은 예술 작품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푸른 별 아이들≫은 바로 이 사가의 형식을 빌려 씌어진, ‘현대식 사가’라고 말할 수 있다.

    ≪푸른 별 아이들≫은 영웅이 있고, 모험이 있고, 아이슬란드의 장엄한 자연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현대에 씌어진 이야기지만 고전의 향기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는 빙하 아래서 화산이 터지거나 화산 바로 옆에 빙하가 있는 풍경이 흔해서 ‘불과 얼음의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 환경 자체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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