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EU 순번 의장국 취임
    메르켈과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2014년 01월 09일 05: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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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가 유럽연합 28개국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는 유럽연합(EU) 의장국 역할을 1월 8일부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에 유럽연합의 존속 여부를 위태롭게 했던 유럽 재정위기의 촉발점이었고, 이후 긴축정책과 높은 실업율이 대륙 전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던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의장을 맡은 것이다.

    의장국으로서 그리스는 극우파와 강경좌파 양쪽에서 유럽연합 회의론이 강세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됐다. 그리스에서도도 5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리스와 EU의 지도자들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국가 위기와 유럽연합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의장국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위기에 대한 것이 과장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이 말하기도 했다.

    그리스 집권세력으로서도 유럽연합 의장국 역할을 무리없이 해내면 부채와 재정위기의 불명예를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브뤼셀의 유럽연합이 구제금융 댓가로 강요한 긴축정책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으면서 분노하고 있는 상태이다. 긴축정책으로 청년 실업율은 60%에 이르고 건강보험, 교육, 사회보장, 연금제도에 필요한 예산들은 대폭 삭감되었다. 브뤼셀 뿐 아니라 그리스의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도 상승하고 있다.

    2012년 6월 집권한 사마라스 총리의 연립정권은 세 개 정당의 의석 179석으로 출발했는데, 긴축정책과 방송국 폐쇄에 항의한 소수정당 민주좌파의 이탈로 현재는 153석으로 과반수 151석을 가까스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사마라스 총리의 보수당인 신민주당보다 알렉스 치프라스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SIRIZA)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프라스의 시리자는 그리스의 의장국 취임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4년간의 유럽 경제위기에 대해 주도적으로 긴축정책을 결정, 강요해왔던 독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만과 반대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도 의장국 취임을 하면서 더 이상의 긴축정책은 감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에 대한 불만은 그리스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남부유럽만이 아니라 북유럽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유럽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은 유럽의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권한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부여하고, 변화의 고통에 대해서는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혀 동의를 얻지 못했다.

    메르켈을 비판했던 국가만이 아니라 그녀에게 우호적이었던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도 그녀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녀를 지지한 것은 선거를 통한 선출직이 아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과 유럽중앙은행의 총재, EU 정상회담 의장 등이었다.

    동등한 국가들의 자발적인 연합으로서의 유럽연합은 이제 유럽위기를 통해 결코 자발적이지도 동등하지도 않은 채권자 국가와 채무자 국가의 관계로 변형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요된 긴축정책에 대해 불만이 확산되고 이는 외국인 혐오주의자들과 신나치 등의 극우파들이 득세하고 강경좌파들도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오는 5월의 유럽의회 선거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그리스 등에서 극우파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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