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감옥살이 시간을 합치면
    민주노총 전현직 중집위원 집담회에 참석하고
        2014년 01월 09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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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전노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연이은 실패와 패배의 장본인’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어제(8일) 나를 포함해서 민주노총 13층 회의실을 가득 메운 민주노총 전직 중집간부들을 보면서 몇 시간동안 참 많은 생각에 잠겼다. 마주치는 얼굴마다 그분들과 얽힌 과거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97년 노개투 때 비판하고 비판 받았던 분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의 가해-피해자들, 발전파업 당시 그토록 혹독한 비난을 받았던 분들과 하셨던 분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 민주노총 성폭력사건, 민주노동당 창당파와 반대파, 통진당 창당주역과 반대파…..

    어쩐지 한 분, 한 분,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가물가물하던 그 시절의 역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맨 얼굴을 보니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지신 분들, 이미 백발이 되신 분들, 자연인으로서의 연령이 이미 60세, 70세에 접어든 분들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분들은 이미 노동현장을 떠나서 농사일을 하시는 농부, 시골마을 이장님, 사회단체, 종교단체, 자영업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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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정치적 행보를 보라.

    무당파분들도 계셨지만, 좌파그룹이라는 계급정당추진위부터 노동·정치·연대, 노동당, 통진당, 정의당, 심지어 안철수당까지, 다만 민주당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조중동이나 국정원의 시각에서 보면 “민주노총 출신들이 민주당에서 계급정당추진기구까지 곳곳에 침투하여(암약) 종북좌파의 포자를 퍼뜨리고 있다” 이런 논평이 나올법도 하겠다 싶었다.

    이런 다양한 직업, 다양한 생각,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오로지 하나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분노, 민주노총의 대응”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한 자리에 모였다.

    민주노총을 만들고, 지켜오신 전직 핵심간부로서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분개는 하늘을 찌를 듯 했고,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셨고, 오랫만에 전면에 등장한 ‘평등세상 건설’의 염원도 여전하시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진정어린 제언까지, 3시간이 넘는 집담회 토론은 듣는 내내 나의 나태함을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 언론을 보수와 집보로 구분하면 95%는 보수고 5% 정도가 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신문재벌에게 종편방송을 허용한 후 이미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습니다”라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이야기는 소름끼치도록 동의가 되는 대목이었다.

    그렇다. 이 분들은 남한 민주노조 운동의 주역이었다, 혼자서 생각한 건데, 여기 모이신 분들이 민주노총을 만들고, 지키고,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 투쟁해 온 과정에서 정권의 폭력에 짖밟히며 감옥살이를 한 기간을 다 합하면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도 100년은 넘을듯하다. “해고 생활 21년차다”라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저럼, 이분들이 자본으로부터 당한 해고기간은 또 얼마나 될까?

    권영길 김영훈 남상헌 단병호 박순희 이갑용 이수호 임성규 조준호 천영세, 7일째 곡기를 끊고 박근혜의 사병들이 폭력으로 침탈했던 민주노총 건물 1층 로비에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 지도위원들의 절절한 호소와 넘치는 투쟁 결의는 모든 분들에게 감동과 존경과 박수를 받았다.

    다행히(?) 9일까지 단식투쟁을 마무리하고, 10일부터는 음식을 드시면서 전국 현장으로 직접 순회하면서 2월 25일 국민총파업을 조직하신다니 단식에 따른 건강 걱정은 좀 덜었다.

    그리고 참석하신 모두는 지도위원들이 제안하신 결의문에 대해 토론과 수정보완을 통해서 채택을 했다.

    우리는 결의문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길은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는 길 뿐”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투쟁할 것 △8일 집담회를 시작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할 것 △국민과 함께 모든 공공재를 민영화 하려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투쟁할 것 △평등세상을 앞당기는 역사적 소명을 이룰 것 등을 결의했다.

    내가 연령대나 경력으로 보면 전직 중집위원들 중에서 한창 후배뻘인지라 나서서 발언은 못하고, 묵묵히 듣고만 왔지만, 밤 늦게 울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저 선배님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숭고한 뜻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일까?’ 답을 찾아보는 하루였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전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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