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코레일·검경찰의
    철도노조 파업 파괴 합작극
    '철도파업 불법탄압 사례 발표 및 대응방향 집담회' 열려
        2014년 01월 08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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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이라는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에 대한 정부와 코레일측의 대응은 ‘불법’ 그 자체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업을 시작하자마자 파업참가자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복귀를 종용하며 조합원의 자녀들에게까지 협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은 체포영장을 남발하고 무리하게 공권력을 남용했으며 정부는 철도노조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참가자 전원 직위해제를 시작으로 9일 대량 징계 예고에 이르기까지의 정부, 철도공사, 검경찰의 대응은 철저하게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 철도노조측과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8일 오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철도파업 불법탄압 사례 발표 및 대응방향 집담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직위해제→업무방해고소→대체인력투입→손배청구→복귀서 강요

    이날 집담회에서 유승규 철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철도공사, 정부, 검찰 및 경찰, 언론 등의 탄압 현황을 정리해 발표했다.

    파업 시작과 종료 이후까지의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한 유 국장의 발제에 따르면 철도공사측은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파업참가자 전원 직위해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파업의 합법/불법성을 따지기도 전에 일단 직위해제부터 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파업에도 ‘직무수행능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남발했다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철도공사측도 부당 직위해제임을 알고도 파업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위해제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파업참가자들의 직위해제에 이어 철도노조 간부 184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과 2009년 철도파업에 대해서도 철도공사측은 업무방해죄로 고소했으나 철도노조는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이번 파업은 2013년 임금 및 현안에 대한 쟁의행위 과정에서 충분히 총파업을 예고해왔다.

    철도파업 불법탄압 사례 발표 집담회(사진=장여진)

    철도파업 불법탄압 사례 발표 집담회(사진=장여진)

    또 직위해제와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복귀율이 높지 않자 징계 협박 문자를 수시로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조합원 뿐만 아니라 그의 배우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까지 회유와 협박 문자를 보낸 것. 이는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문제도 있지만, 파업을 방해할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도 부당노동행위이다.

    필수업무인력을 유지한 채 파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병력 300여명, 철도대학 238명 등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은 열차운행율을 유지해 파업 효과를 없애기 위한 꼼수였다. 결국 비숙련 대체인력 투입으로 고장이 잇따라 승객 불편만 더욱 초래했고 과천청사역에서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하게 됐다. 그런데도 철도공사측은 12월 26일 대체인력 신규채용공고를 감행해 파업 참가자들을 더욱 압박했다.

    파업 참가자들이 모여있는 숙박지에 사측 관리자가 경찰을 동원해 무단 침입해 불법연행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

    용산기관차지부의 황훈주씨에 따르면 경찰은 당일 유스호스텔에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된 최모 지부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들이닥쳤지만, 실제로는 최모 지부장이 없다는 것은 함께 동행한 사측 관리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숙박지에 들이닥친 이유는 지난 2002년 발전노조 파업때와 마찬가지로 ‘일단 연행’ 후 ‘복귀서 작성 강요’를 위해서였다. 다행히 사태를 알고 야당 정치인들과 변호사들이 현장에 달려가 불법연행을 막아냈다.

    철도공사는 노조탄압의 가장 악랄한 수단인 손해배상청구 및 조합 재산 가압류 신청도 했다. 15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116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과거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성실히 납부해왔기 때문에 굳이 조합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은 ‘오버’라는 지적이다.

    철도노조는 여야 합의로 국토위 내 철도소위가 구성되면서 파업을 종료한 뒤 현장으로 복귀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현장투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철도공사측은 31일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개별 파업복귀서 작성을 강요했다. 이미 철도노조는 31일부로 현장에 복귀한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측은 사업소장과의 ‘개별 면담’ 진행 후 ‘개별 복귀서 작성’을 해야 직위해제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개별면담이라는 것도 ‘파업 참가 동기와 나의 역할’, ‘복귀 후 업무수행 자세 및 각오’ 등을 묻는 설문지 작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일종의 반성문이나 다름없는 것을 강요한 것이다.

    이때문에 조합원들은 개별 복귀서 작성을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6일이 되서야 일괄 복귀처리 됐다.

    검경, 체포영장 남발, 공권력 남용,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

    경찰과 검찰은 철도공사측의 노조 탄압 절차와 손발을 맞췄다. 검찰은 철도공사가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185명 중 3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즉각 발부했다.

    그러나 현재 법원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있다. 업무방해죄라는 것이 판례상 성립되지도 않을뿐더러, 영장이 청구된 지도부도 자진출두할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들에 대한 고소가 이루어지자 즉각 이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권력을 남용했다. 앞서 언급한 배모 지부장의 경우 체포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사복경찰이 자택을 수색했다. 현재 철도노조측은 이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 진정과 더불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들을 체포하겠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본부를 강제 침탈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경찰이 체포한 건 커피믹스 뿐이었다.

    ‘법과 원칙’ 강조한 박근혜 정부, 허위사실 유포 진원지

    정부의 대응은 황당 그 자체였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를 강조했지만 정작 현오석 부총리가 나서 철도노조에 대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지난 12월 24일과 26일 현 부총리는 철도공사 직원들의 임금이 다른 업종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직원 자녀에게 고용이 세습된다, 입사하면 정년이 평생동안 보장된다는 등의 명백한 허위사실의 내용을 언론에 유포했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정년은 58세까지이며, 직원 자녀 고용 세습도 순직 직원 유가족에 한해 단협으로 인정했으나 공사 전환 후 폐지됐고, 임금은 서울지하철공사와 2%의 차이밖에 없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측은 27일 현 부총리의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철도파업 지지 인터뷰 0건, 언론보도도 문제

    유 국장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 12월 17일까지 방송3사의 철도파업 보도를 분석한 결과 파업에 따른 피해나 우려에 대한 보도는 61.4%를 차지했고, 민영화 논란을 다룬 것은 11.4%에 그쳤다. 또한 시민들이 파업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인터뷰는 21건이지만,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의 인터뷰는 0건이다.

    또한 조중동의 경우 연일 파업복귀자 수를 게시해 파업 힘빼기를 보도했고, 철도노조가 귀족노조다, 기득권 세력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매도했다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죄악시하는 기존 관점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7일 일부 언론에서 철도노조가 직장 내 왕따를 조장하고 인사개입을 하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며 이들 3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철도토론2

    김영훈 “철도파업 종료됐지만, 2013년 철도노동쟁의 종료 아니야”

    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은 현재 철도노조가 파업을 종료했지만 2013년 임금교섭 및 현안과 관련한 노동쟁의는 종료된 것이 아닌데도, 철도공사측과 정부의 노조탄압은 교섭구조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도위원은 “현재 철도 노동쟁의는 2013년 임금교섭과정에서 발생했고, 파업에 이르기 전까지 휴일 및 시간회 근로 거부, 규정준수 운행 등의 쟁의행위를 진행하다 12월 9일 필수업무 유지율을 준수하는 준법파업에 돌입했다”며 30일 국회와 노조가 철도소위 구성을 서면 합의함으로서 파업이 중단됐으나 철도공사와의 2013년 임금 및 현안에 대한 쟁의상태는 종료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측이 이러한 노동쟁의를 해소하기 위해 교섭을 촉구하는 한편 현장투쟁으로 투쟁전술을 전환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인데도, ‘쟁의기간 중’에 노조를 상대로 징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철도 노동쟁의를 해결할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러한 와중에 쟁의행위의 한 주체인 노조측 대표자인 위원장을 비롯해 500여명에 대한 사실상의 해고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2013년 철도 노동쟁의를 영구히 종료하지 않겠다거나, 해고자와 교섭해서 노동쟁의를 종료하겠다는 황당한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토부가 수서KTX주식회사의 임금을 5년동안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수서KTX에서 코레일 직원들을 파견을 선언하는 것이야 말로 철도노조가 자회사 분리로 인해 임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즉, 자회사 분리로 인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조건이 퇴행한다면 충분히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파업 또한 정당할 수 밖에 없다는걸 국토부가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신인수 “철도파업, 예측할 수 있는시기에 합법적으로 진행”
    영업손실액 158억원, 파업 참가자 미지급 임금 172억원보다 적어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철도공사와 정부측이 주장하는 불법파업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반박했다.

    철도공사측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을 진행해 혼란과 손해를 끼쳤다고 노조 간부 185명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손배해상을 청구했지만 신 원장은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어 ‘전격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13년 6월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로 파업 가결 △2013년 10월 30일 12월 파업 공식 발표 △2013년 12월 3일, 9일 파업 돌입 발표 △2013년 7월 18일부터 12월 8일까지 교섭절차 및 중앙노동위 조정절차 과정에서 파업 강행 의사 통보 △파업예정일 5일 전인 12월 3일 필수유지업무 대상자 명단을 통보했다.

    최소한 2013년 6월 25일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른 파업을 경고해왔으며, 파업 돌입 일주일 전 파업예정일을 발표하고, 필수유지업무 대상자를 공사측에 전달하는 등의 절차를 성실히 지켰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손해가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 원장은 “필수유지업무를 100% 준수했고, 철도공사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여객 운수와 관련해서 별다른 차질을 발생시키지 않았다”며 화물운송과 관련해서도 “파업기간 중 운행률이 평시 대비 37.2%로 운행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파업의 사전 예고에 따른 대비책으로 물량의 사전 비축과 사전 수송을 고려하면 파업 기간 중 수송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신 원장은 파업으로 인한 영업손실 158억원이라는 공사와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도 파업기간 미지급 임금과 비교해 실제 손해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파업으로 인해 KTX열차가 649회, 새마을호 등 여객열차 6,245회, 화물열차 ,3,333회의 운행이 중단돼 공사의 자체 영업 손실이 158억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원장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8,639명의 파업기간 중 미지급 임금을 1인당 200만원으로 낮추어 계산하더라도 그 액수는 172억원으로 검사가 주장하는 손해액을 상회한다”며 “검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영업손실액 158억원에서 미지급 임금 172억원을 공제하면 실제 손해는 전혀 없게되고, 이에 따른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이날 2시간 넘도록 진행된 집담회에서 권영숙 민교협 노동위원장,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황훈주 용산기관차지부 조합원, 이상이 서울차량지부 조합원 등이 사례 발표와 토론에 나서 정부와 공사측의 ‘불법 탄압’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이날 오후 1시30분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8일 상경집회때까지 정부의 대량징계와 대화와 교섭에 대해 전향적 응답이 없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집담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철도노조, 한명숙, 홍영표, 은수미, 장하나, 한정애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민변, 민교협,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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