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정세
남북, 중국, 일본 각국의 신년사와 움직임을 보며
    2014년 01월 08일 10:52 오전

Print Friendly

북한 김정은,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해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이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신년사를 직접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강조, 농업의 주타격 방향 설정(농업의 중요성 강조),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 등이었다.

국방 분야에서는 작년 상황(핵능력 증강, 연초의 한반도 긴장 등)을 승리적으로 자평하고, “국방력 강화는 국사중의 국사이며 강력한 총대위에 조국의 존엄과 인민의 행복도 평화도 있다”며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반도에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떠돌고 있는 조건에서 강력한 자위적 힘으로 자주권과 평화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지만, ‘핵 억제력 강화’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 ‘핵실험’ 등 핵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은 것이다.

남북관계 분야에서는 관계 개선을 세 차례에 걸쳐 언급하며 강조했다.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해 비방 중상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내세우는 듯한 기조였다.

북 신년사에 대한 전문가 분석과 한국 정부 반응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점에 주목하며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남북대화 추진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정성장)”며 “북한이 조만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양무진)”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

“북한이 김일성 조국통일 친필 20돌을 언급했지만 비방 중상을 중단하고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라며 남북관계 개선 전제조건을 내건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분석하며, “(결국)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주문한 전문가도 있었다.

북이 핵과 관련한 자신들의 기존 노선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한 데 대해 “안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정세현)”, “외교관들이 잘 쓰는 말 중에 ‘네가 말 안 한 것이 말한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는 말이 있다. 말 안 했기 때문에 달라진 게 없다고 할 게 아니라 북한이 말 안 한 이유를 잘 봐야 한다(송민순)”고 그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주변국 반응,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봐가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양무진)”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 역시 자신들이 능동적으로 노선을 바꾸거나 대화를 유도하려고 하기보다는 공을 미국 등의 코트에 넘기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동북4국

동북아시아 4국의 지도자들

한국 정부는 북의 신년사에 대해 관계 부처 회의를 가진 후 3일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과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이라’는 요지의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남북관계 부분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언급했으나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신뢰를 쌓기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진정성 타령을 반복하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바”라며 북한의 선비핵화 행동에 대한 요구만 되풀이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 연두 회견 중 평화-통일 분야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 운영에 있어 또 하나의 핵심과제는 한반도 통일시대의기기반을 구축”이라며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장벽은 북핵문제” 등의 인식을 밝혔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 강화와 민간교류 확대를 밝히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했다.

또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통일을 무슨 도박으로 생각하느냐, 통일비용 등에 대해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사회적 응집력을 결속시키는 의미에서 ~ 바람직하다.(송민순)”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민들 중에는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그러나) “한반도 통일은 우리경제가 대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말 자체는 원론적으로 옳은 것이기에 ‘대박’이라는 말 자체를 타박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통일의 상대인 북한이나 국민이 적극 호응할만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일방적 입장 천명에 불과하고, 핵문제, 동북아 질서 등이 모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도 이를 타개할 적극적 정책이나 제안 등은 전혀 없다는 것이 큰 한계점이다.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성사되면 좋을 구체적 안이기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과 굳이 분리해 북이 호응할지도 불투명하며 통일은 대박이라는 것을 실감하기 위한 남북경협 활성화를 기할 구체적 제안이나 국내정치에 예속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디딘다면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디딘다면’이라는 말에서 보듯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행동을 강조하는 기존의 선비핵화 노선과 차별성이 없다. 그리고 그 댓가로 제시하는 것도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라는 추상적 표현에 그치고 있어 북이 희망하는 평화협정 체결이나, 중립적인 일괄타결 혹은 포괄적 타결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정도를 가지고 교착된 6자회담을 재개시키고 핵 문제를 실제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과의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구상을 별도로 밝히지는 않고,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기조의 하나로서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을 언급했는데, 기자들과의 문답과정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와 관련해 비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추진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없다. 과거사와 군사협력 분리 대응의 기조가 재연될지,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기존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기하려고 하는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인 기조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공식별구역의 일방적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대국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의 해결 속도와 방안 등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식과 정책의 간극을 조절하며 협조할 것인가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공허하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신년 초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

아베 수상은 1일 발표한 연두소감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밝혔는데 그가 생각하는 강한 일본이 단지 거품이 꺼지기 전 경제대국이 아니라는 것은 평화헌법 개정을 중요 과제로 꼽은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연말 아베 본인, 새해 첫날 총무대신이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그것은 전전 일본이 저질렀던 과오를 반성하기 보다는 합리화하려는 움직임과 동전의 양면이며, 결국 강한 군사력을 외교적․군사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로 회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대로 새해 첫날 자신들의 첫 항모인 랴오닝호가 함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해를 통과하는 모습을 과시. 단지 청일전쟁 참패와 같은 과거는 없을 것이라는 방어적 입장이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힘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올 한 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합헌화 및 헌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중국은 중국대로 대국화의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등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 역시 지속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더 이상 갈등이 번지지 않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할지, 말로만의 행위에 그치고 일본을 부추기며 중국을 견제할지도 주목할 동북아 정세의 포인트이다.

향후 남북관계 간략 전망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은 대남 비방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킨 이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남한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대신 한국군의 훈련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해, 이후 2월말부터 전개되는 키 리졸브 훈련과 이어지는 독수리 훈련 무렵에는 대남 비판도 고조되고 상당한 긴장이 조성될 소지가 있다. 이는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는 기조와도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성사된다면, 긴장 완화와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불발된 이유가 금강산 관광과의 연계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좌절된 것임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분리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어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