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의 소중한 왕자님, 공주님
    [메모리딩의 힘-2]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게 아이의 자존감을 높혀주는 것
        2012년 06월 18일 1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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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왕자님, 공주님으로 만드는 방법

    “처음 범이 글을 읽었을 때는 엄마, 아빠의 생각에 대한 기범이 덧글이 이해가 안 되었어. 그런데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범이의 생각이 마음에 확! 와 닿는구나!”
    – 메모리딩 참여 부모님

    우리 아이는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가? 아니면 말썽부리는 장난꾸러기에 고집쟁이인가? 아이들을 왕자님, 공주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크게 존중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커지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아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생기는 걸까? 바로 부모다.

    부부에 관한 농담 중에서 “아내를 여왕으로 만들어주면, 남편은 왕 대접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순서가 거꾸로 되면 안 된다. 아이들을 왕자님, 공주님으로 만들고 싶다면 부모님은 기꺼이 하인, 신하 노릇을 해야 한다.

    하인은 왕자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귀를 쫑긋 새우고 경청한다. 왕자가 쓴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그 뜻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왕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신하라면 왕자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 더 많이 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메모리딩에 참여하는 가족의 아이들은 만5세~7세, 그러니까 유치원 막바지에서 초등학교 2학년 정도다. 이때는 독서력과 사고력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는 나이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이 사교육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학창 시절이기도 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부모가 충분히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사교육과 공교육, 그리고 가정교육

    한국교육개발원이 2008년 보고한 논문(“학습부진 아이들의 학업태도 및 학습부진 지도수업의 조절효과 검증”)을 보면 학습부진 학생일지라도 부모의 적극적인 학습지원활동이 있다면, 성적에 관계없이 긍정적인 학업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3년간 사교육계에 있으면서 초등, 중등, 고등학생들을 다 접해 보았다. 우리들의 아이들은 길게는 초등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 동안 사교육을 받는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실은 초등학생의 논술과 중학생, 고등학생의 논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사용하는 단어의 종류만 달라졌을 뿐 글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12년 동안 아이의 뇌가 정지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의 쓴 논술문이 거의 비슷했다. 글자의 위치만 다를 뿐 기본적인 요약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 표현이 같았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지 않고, 의존적인 학습 태도가 몸에 배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에서 말한 왕자님, 공주님, 즉 활달하고 리더십이 뛰어나고 자신의 생각이 분명한 아이는 사교육을 받더라도 이를 잘 활용할 줄 안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는 자신의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다가 모르는 것은 물어본다. 하지만 자존감 없는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조차도 확인을 하려고 한다. 이 두 사고방식의 차이는 나중에 엄청나게 커진다.

    사람으로 따지면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가족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성장의 필요조건이 여기 다 갖춰져 있다. 학교나 학원은 앞의 것에 비하면 사소하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아이의 학습능력과 사고력의 성장을 거들 뿐이지 기본 골격을 만들어줄 수 없다. 기본 골격이 없는 채로 집을 나서면 철근 없는 콘크리트처럼 굳건한 집을 세울 수 없게 된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부모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은 부모가 채워줘야 한다.

    왕자님 만들기 프로젝트

    만5세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많은 말을 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의 내용에 대해서 파악이 잘 안 된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한 권의 책을 정해서 깊이 있게 읽되,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과 감정의 상태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속 깊은 생각을 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기범이의 사례처럼 엄마와 도서관에 다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기범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한껏 높여줄 수 있다. 부모님이 자신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고 건드려주기 때문이다. 표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나오는데, 아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찾아내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책에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줄 몰랐는데, 이 부분에 나와서 좋았어요. (아이)
    엄마랑 직접 이 책 냄새를 맡아 보니 정말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 아마 여우 아저씨도 이 냄새를 좋아하나보다. (엄마)

    아이는 마치 시인과 같아서 생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거나 거두절미해서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부모님이 아이의 생각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거나, 풍부한 언어를 넣고 자세한 상황을 넣어서 그려 보여주면 아이의 언어력과 사고력이 확장된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서로 공감을 하게 되므로 자존감 또한 높아진다.


    몇일 전 수학문제를 풀며 하정이가 했던 말이구나. “연필에서 생각이 줄줄 흘러나오네.” 너무 쉬워하며 했던 표현인줄 알았는데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인용하다니… 정말 놀랍다.
    – 메모리디 참여 부모

    아이가 했던 말을 기억해내 이를 칭찬의 소재로 삼으면 아이는 뿌듯함을 느끼며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위의 사례는 아이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한 것이다. 아이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일상에서 사용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명밖에 없다. 아이와 오랜 시간 동안 생활하는 엄마이다. 엄마의 관찰과 발견을 통해 아이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자꾸 반복해서 생각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써먹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은 모두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준다. 전두엽은 학습능력, 판단력, 기획력 등 종합적인 사고를 담당하는데, 이 부분이 자극되면 학습능력이 길러진다.


    보보는 관장님에게 “저는 왜 슬픔을 느끼지 못하죠?”라고 했나요? (아이)
    책에서 살펴본 것처럼 보보가 <인어공주>라는 책을 읽어주었을 때 링링과 친구들은 눈물을 글썽였지만, 보보는 슬프지 않아서 하윤이처럼 궁금해서 물어 본 것이지요 (엄마)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함께 읽던 책의 내용을 잊을 때가 있다. 아이들은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궁금하면 무조건 질문하는 습관이 있는데, 책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면 다음부터는 책을 꼼꼼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않고, 꼭 필요한 질문만 하게 되므로 학습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모와의 독서활동은 아이에게는 일종의 놀이인 셈인데,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기능의 대부분을 익히게 된다. 앞의 과정이 그릇이라면, 뒤의 과정은 열매가 되는 셈이다. 내 아이가 집을 나설 때 공주님 왕자님의 모습일지, 하인이나 하녀의 모습일지 선택하는 것은 부모의 온전한 몫이다.

    필자소개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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