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누구에게 '약속의 땅'일까
[에정칼럼] 주민 쫓겨나고 생태계 파괴의 땅 되어선 안돼
    2013년 12월 31일 04: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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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 그리고 악명 높은 군부정권의 독재가 50여년간 지속된 나라. 이중적인 기억되어온 미얀마는 2011년 3월 군부가 물러서고 들어선 첫 민선정부가 개혁개방 정책을 공표한 이후 매력적인 관광지로, 잠재력 가득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왔던 미얀마는 다른 국가들과 기업들과 세계시민들과 만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변화를 겪는 중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2012년 12월, 2013년 3월, 그리고 12월 미얀마를 세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어 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도 직장에서도 남녀노소가 즐겨 입는 론지(Longyi, 미얀마의 전통의상인 사롱형 스커트)는 젊은 세대에서부터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수도 양곤에는 ‘첫’ 도시개발을 위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삼성, 엘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박카스 광고판도 볼 수 있었고 롯데리아도 양곤 시내에 입점해있었다. 한국도 서서히 미얀마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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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보족아웅산 마켓 건너편 건설 현장 Ⓒ유예지

한국 정부 역시 미얀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19일 현오석 부총리는 직접 미얀마에 방문해 깐 저우 미얀마 국가기획경제개발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제1차 한-미얀마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현 부총리는 여기서 미얀마의 “개발 초기시장을 선점해 한국식 개발모델이 채택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솔직한 속내를 보여줬다.

박근혜 정권이 다시금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수출’ 사업을 통해 한국의 개발도상국 발전모델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지난 6월 방문을 통해 한국의 1970년대 강남개발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양곤강 이남의 달라(Dala)라는 저개발 지역에 주택·상업·공업 복합지구를 건설해 한국기업을 우선 입주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미얀마 정부에 적극 제안하고 왔다.

이 사업은 현재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9000만 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여 이 ‘한국형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는 중임을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였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한국 스타일의 개발모델은 미얀마에 이렇게 적용되어도 되는 것일까?

미얀마를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을 진출시킬 수 있는 마지막 ‘투자처’, ‘시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순간, 경제협력과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미얀마의 환경과 문화, 사람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전통문화나 생태계는 무시해도 될 것들이고, 사람들은 노동력으로만 인식되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고려하지 않게 된다.

나는 지난 12월 ‘한국형 산업단지’ 건설이 제안된 양곤강 이남의 달라 지역에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망을 느꼈다. 특히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며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던 트라이쇼(동남아시아의 교통수단 중 하나인 삼륜자전거) 운전기사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 일행을 트라이쇼에 태우고 달라 지역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마을을 설명해주고 나중에는 찻집에 가서 대화도 나누다보니, 비로소 이들이 부양할 가족이 있는 가장이자 생계를 위해 자신의 트라이쇼를 타줄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 보였다.

세 명의 운전기사는 모두 이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 한국 사람들이 왔다갔다는 소식,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현지 언론을 통해 모두 알고 있었다. 10년 간 트라이쇼 운전기사로 일해 왔다는 한 분은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날지도,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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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혼잡한 달라 선착장 입구의 모습 Ⓒ유예지

달라 지역은 2008년 사이클론의 피해를 입었던 지역인 만큼 수해에 취약하고, 당시 군부정권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해주지 않았고, 구호단체들의 도움으로 마을을 복구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 마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다에 가까이 있어 특히 식수로 사용할 담수를 얻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EU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 마을 중간 중간에 큰 저수지를 만들고 펌프를 설치해 주민들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떠한 것이 문제인지를 묻고 듣기 전에, ‘우리 것이 최고여’를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개발의 역설, 개발을 하면 할수록 불평등이 더 심해지는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자본의 이윤 증식을 최우선적 가치로 놓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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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근처 펌프 시설에서 물을 긷고 있는 달라 주민들 Ⓒ유예지

미얀마 국민들은 오랫동안 군부정권의 독재 속에서 살아왔고, 그 억압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 새로운 시장 개척지를 향해 달려드는 수많은 국가와 초국적기업들의 진출로 다시 그 자유를 빼앗기고 어디론가 쫓겨가야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이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천연가스 탐사 및 추출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협상전문가를 보내 주민들을 설득하고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려하고 심지어는 환경단체의 존재까지 조작하는 무섭고도 철저한 기업의 전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말하고 있는 ‘약속의 땅’은 자본을 위해 마련된 것임을 깨달았다.

지금 미얀마라는 곳도 전 세계 자본이 주목하는 ‘약속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고 정부의 규제도 약한 축복의 땅. 달라에서 양곤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잘린 티크 통나무를 가득 실은 대형 선박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모든 것을 외국기업이나 미얀마의 지배세력들에게 내주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생태계는 파괴되어 가는 파국의 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 시민사회의 연대, 그리고 자국 정부의 해외 사업에 대한 감시가 최소한의 요건으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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