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희망을 만들어가자
        2013년 12월 23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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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다. 여기저기에서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려는 몸짓들이 분주하다. 그렇지만 대체로 활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일터에서 내쫓기고 대대손손 이어온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어 이 추운 겨울에 한뎃잠을 자는 사람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어쩌면 사소하거나 이름 모를 존재들이 도탄에 빠져 절규하고 있다.

    그런데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네 일이 아닌 것처럼 너무도 무심하다. 우리는 참 비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울화통이 터지는 얘기들을 세밑에 다시금 들여다보는 마음도 화가 나기는 매한가지이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연말까지 치달을 기세이다. 국민들의 80%가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와 사용자는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파업을 해결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수서 KTX 자회사를 분리하면 코레일의 적자를 가중시키고 철도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를 냈지만 정부는 안면 몰수하고 폭력적인 파업 파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7천여명에 이르는 직위해제와 대량 징계 예고, 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따위, 너무도 구태의연한 탄압 조치들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심지어 22일에는 압수수색영장도 기각된 상태에 체포영장 하나를 가지고 민주노총 창립 18년만에 사상 최초로 경찰병력 5천여명을 투입하는 폭거와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간 대화조차 아예 차단해 버리고 철도노조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압박하지만, 어쩌나, 파업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대전역 촛불농성장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들에게 이끌려 나오는 부모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22일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의 강제침탈에 대해 전국적으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출처=민주노총대전본부

    사진출처=민주노총대전본부

    대전지역 공공기관의 작태들

    지난 7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게 간접 고용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으므로 8월 23일까지 해당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었다.

    고용노동청이 공공기관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이처럼 대규모 직접 고용을 명령한 사례는 없다. 그만큼 불법 행위가 명백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원자력연은 고용의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고용의무자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2년이 지난 후에 평가가 우수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말도 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직접 채용을 한다면서 신분도 보장하지 않고, 처우는 쥐꼬리만큼 올려주고, 그것도 10월 23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끝내 그것을 거부한 2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월 28일에 모조리 해고되었고 그 날부터 지금껏 원자력연 앞에서 비닐을 덮어쓰고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몰아낸 원자력연의 책임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동안 연구원측이 책임을 모면해 보겠다고 지출한 억대의 법률 비용과 직접고용 명령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5억원을 합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 인건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라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다. 연구소 직원이 모두 72명인데, 2009년 이후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떠난 연구원들이 무려 67명이나 된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상반기에 벌써 16명이 타의에 의해서 연구소를 떠났다.

    연구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고 평가가 남보다 월등해도 소용없다. 정규직 박사 연구원 18명의 연구실적을 합친 것보다 비정규직 박사 연구원 21명 연구실적의 양과 질이 더 나았지만 비정규직이라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쫓겨나야 했다.

    똑같이 공개 채용하고, 연구 과제에도 똑같이 참여하고, 연구 실적이 좋아도, 임금, 인센티브, 경력 산정, 신분 보장의 측면에서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파업까지 했다.

    그리고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맘대로 해고할 수 없다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단체협약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해고를 남발하고 있다. 수리연 김동수 소장은 평생 사업에만 전념해온 자신의 대학 동기를 최근에 고경력자로 전격 채용하기도 했다.

    대전지역 택시 노동자들은 대전시청 앞에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8개월째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시민의 편에서 안전한 택시를 만들기 위하여 애써야 할 대전시가 불법 사납금제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택시 요금 인상에 따라 택시 사업주와 택시노조가 사납금제 조정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을 때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이 이 문서에 서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납금제를 근절해야 할 대전시가 도리어 사납금제를 인정하는 협약에 버젓이 서명한 것은 불법행위이며 직무 유기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전액관리제를 강제하고 있기에 이를 어기고 사납금제를 시행하면 지자체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도 있고 사업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법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택시 사업주만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동안에 불법 사납금제와 불법 도급택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주에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76개 택시업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지금까지의 태도로 봐서는 대전시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고발 사건은 법 위반이 분명하므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그 행정처분에 대하여 택시업체가 이의를 제기하면 지자체가 고의로 적극 대응하지 않아 행정처분 자체가 무력화되기 일쑤이다.

    이것이 우리가 숨쉬며 살아가는 2013년 12월의 대전지역 풍경이다. 7년째 불법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콜텍 노동자들의 모진 사연과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에 대해서는 더 쓰지 않겠다.

    구속될 때까지 고공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투쟁하는 유성기업도, 검찰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하는 보쉬전장도,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학교비정규직들의 억울한 사연도 일일이 쓰려면 끝이 없기에 오늘은 이만 줄인다.

    여기에 소개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모나게 살아온 별종들이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고 한 집안의 헌신적인 가장들이며 소중한 가족들이다.

    손가락 하나라도 삐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무어 하나 아프면 우리 몸의 균형이 일순 깨어지고 만다는 것을.

    지금 이 나라는 새끼손가락 하나가 아픈 게 아니라 노동자 서민이 모두 앓고 있다. 그러기에 “안녕들 하십니까?” 하고 담담하게 묻는 대학생의 대자보 한 장에 수십만이 안녕하지 않다고 눈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희망은 고통받고 핍박받는 우리 이웃들에게 함께 하자고 먼저 손길을 내미는 데 있지 않을까?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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