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에서도 "KTX 민영화반대!"
        2013년 12월 21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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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파업이 12일차를 맞이했던 20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동네 촛불집회가 열렸다.

    생계 등의 이유로 서울역이나 시청 등 대규모 시위에는 참여할 수 없었던 동네 주민들이 소박하게나마 모여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와 시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촛불문화제에 지나가는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자리를 채웠고,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던 주민들도 수줍은 표정으로 철도민영화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특히 이번 서명운동은 다른 서명운동과 달리 주최측이 준비했던 서명용지가 금방 동이 날 만큼 주민들 참여가 높아 서명용지의 뒷면에 줄을 그어 서명란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관악구에 있는 정당과 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관악구노동인권네트워크(대표 남우근)’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이 단체는 지난 여름부터 가스와 의료민영화, 관악구 내 청소행정 외주화 등 공공사업의 민영화 반대를 위한 강좌와 주민 선전전 등의 활동을 벌여온 곳이다.

    촛불문화제를 준비한 노동당 관악당협의 이상엽 사무국장은 “철도 민영화가 이뤄지면, 요금인상, 지역노선 폐지, 외자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에는 국민 부담을 가중하고 철도산업이 파탄되는 결과가 있을 것” 이라며, “이번 관악 촛불문화제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민영화 반대를 호소하고, 철도노조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기 위한 캠페인으로, 관악구 이외에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관악주민연대’의 곽충근씨는 “관악노동네트워크는 아직 준비 단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부당해고 반대 투쟁, 한남운수 공동책위원회 연대 활동, 관악구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환경 실태조사, 제1회 관악구 노동자 한마당 등을 통해 관악구 내 노동문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왔다”며 “오늘은 관악구를 넘어서 공공재인 철도 민영화 정책에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을 지지하고자 촛불을 들게 됐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서명모습(사진=자여진)

    주민들의 서명모습(사진=자여진)

    정의당 관악당협의 박재준 부위원장도 “직업이 강사라 전국 곳곳을 주로 기차를 이용해 돌아다닌다. 철도회원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민영화가 된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5만7천원이던 요금이 20만원 이상 넘어가게 된다. 강의 한 번 하면 10만원을 받는데, 민영화가 되면 이제 강의를 하면 적자를 보게 되는 사태가 오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영화의 위험성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도로를 민자로 유치하면서 도로 구간마다 엄청난 통행료가 붙었다”며 “철도도 민영화가 되면 구간별 요금이 올라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도민영화와 관련해 그는 “현재 철도의 적자노선을 흑사노선으로 메꾸고 있는데 민영화가 되는 순간 적자노선을 폐지하게 될 것이며 결국 일부 국민들은 다른 도시로의 접근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국민을 위해 철도민영화 반대를 위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힘찬 용기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통진당 관악당협의 이남현 위원장도 “지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등 대국민 사기를 치고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물러갔는데, 박근혜 정부는 나라의 주요 기간산업을 팔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철도는 우리 할어버지들 세대가 왜놈들에게 채찍으로 맞아가며 만들었던 주요 국가 시설”이라며 “귀중한 우리의 자산을 팔아먹겠다는 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철도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 시설들이 민영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근 관악구 청소노조 위원장은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려 하는데 조만간 청와대도 민간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냐”고 꼬집으며 “청소노동자들도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열심히 응원할테니 철도 노동자들도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소식에 자리에 참석해 준 철도노조 서울본부의 이충렬 수석부위원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철도노조가 임금 때문에 파업한다고 호도하는데, 철도공사 임금은 공기업 중 뒤에서 2번째로 임금이 낮다. 하지만 임금 때문에 파업하는 게 아니다”라며 “철도부채 수십조원이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공사측이 용산역세권 개발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철도가 민영화되면 매각을 위해 2017년까지 6개로 찢어버린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안되는 것이냐”며 “직장도 지키고 공공성도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연대해줘서 정말 힘이 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신림동 2번 출구에서 진행됐으며 1시간 동안 300명치의 서명용지는 뒷장까지 꽉꽉 채워 60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관악구노동인권네크워크는 이 서명용지를 향후 철도노조 측에 전달할 방침이며 앞으로도 사회공공성과 관련해 주민 참여가 가능한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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