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헤게모니 깨져, 리더십 재편기
    심판 주요 대상, 구정권 저지른 것"
    [특집좌담-손호철, 임영일, 조희연②] 4.11 총선 평가와 과제
        2012년 04월 26일 11: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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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철 두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시민운동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독인지 발전인지 잘 모르겠지만, 시민운동이 정치운동과 결합됨으로써 이른바 ‘순수성’이 사라졌다. 두 번째는 시민사회의 이념적 분화가 이뤄졌다. 그동안 진보적인 것과 자유주의적인 것이 서로 긴장하면서 움직여왔는데, 이번에 (한쪽은 민주통합당으로 다른 쪽은 통합진보당으로 가면서) 분화 경향이 나타났다.

    (시민사회의 주류인)자유주의적 시민운동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스스로 설정했던 원칙도 깨뜨렸으며, 정치운동을 견인하지도, 소금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 민주진보 진영의 참패에 시민운동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노동운동의 경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 무리한 ‘비판적 지지’ 경향이 재생됐다. 집중투표 방침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저항이 나타났다. 정치운동의 실패가 노동운동 내부로 전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노동자 대중운동은 중재력도, 진보좌파의 소멸을 막을 힘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손호철 교수(사진=임진희)

    대중조직 복원이 정치 프로젝트 위한 선차 과제

    – 토론자들께서 여러 가지 질문을 다 포괄해서 발제하듯이 얘기를 하셨다. 별도로 준비해 온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미 다 나온 것 같다. 임영일 선생께서는 더 하실 얘기가 있을 것 같다.

    임영일 87년부터 시작된 노동운동의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대중조직을 일본식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산별노조로 전환시키자는 조직 노선과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산별노조 전환이라는 조직 노선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찌 보면 후퇴된 측면도 있다.

    우리는 지금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프로젝트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하고 있다. 손호철 선생께서는 실패로 끝난 것으로 봤다. 나도 다른 평가를 할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다시 추진하게 되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과 내용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다.

    힘든 이유가 그동안 노력을 집중했으나 실패해서, 기운이 빠져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두 가지 프로젝트 중에 산별전환이라는 조직 노선의 성과를 제대로 못 만들어낸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시도된 노동정치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노동운동 입장에서 보면 분명하다.

    만약에 노동운동이 정치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려면 지금 필요한 건 정치운동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축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바닥까지 와 있다고 얘기되는 대중조직 운동, 노동조합 운동을 이 상태로 놔두고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대중조직을 복원하는 것이 정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선차적 과제다.

    작년에 진보대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 지켜보면서, 노동정치에서 통합이 화두로 부각되는 순간, 그 결과는 진보신당 하나 망가뜨리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건 분명한 것이었다.

    (교수와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진보통합/연합을 주장했던)진보교연의 입장은 선 진보통합, 후 민주연대로, 이 전략이 올바르다 하지만, 그리고 논리적으로는 바람직하나, 실제 의제로 통합이 떠오르는 순간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게 돼 있었다. 여러 달 시간을 끄는 과정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손호철 우리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된)통합이 아닌 선 진보대연합을 주장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진보신당 쪽에서 통합을 들고 나왔다. 당사자가 통합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연합하자고 할 수 없었다. 진보교연 내부적으로 연합에서 통합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짚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MB 심판? 허공에 총 쏜 것

    임영일 진보교연의 책임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통합 논의가 나오는 순간 진보신당은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도 단기간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그 과정에서 당내 갈등으로 에너지가 다 소진됐다.

    이런 상태에서 이른바 노심조는 개인 정치가로서도 자기 전망 찾을 수 없어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들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다. 진보정치가 한편에서는 자유주의적으로 견인되고, 좌파적 입장의 진보정치는 빠른 속도로 주변화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회고 투표와 전망 투표의 정치 전략을 조합하고 구사할 정당이 아니었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4대강 사업 말고 MB가 욕먹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 때 한 것이다.

    대북 관계도 이명박 정부부터 문제가 됐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대북 경협 특검을 내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하면서부터 민주당이 깨지고 갈라져서 탄핵까지 가게 된 것이다. 북쪽의 불신은 노무현 정권 초기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나중에 남북 2차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미 늦은 것이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제주도 해군기지, 한미FTA 이런 것들 모두에 대해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할 말이 없는 것들이다. 전망을 얘기하려면 총체적 반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할 수 없었다. 회고 투표는 “MB 나쁘다”는 것인데, 정작 조준사격하려 했던 과녁인 MB가 빠졌다. 민주통합당은 허공에 대고 총을 쏜 셈이다.

    나는 민주통합당이 전략을 잘못 구성했다, 라는 평가, 예컨대 김용민의 막말 파동에 대한 대응을 잘못했다는 평가에 동의가 안 된다. 물론 격전지에서 의석 차이를 나게 한 것은 있겠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 민주통합당의 실체가 심판론(회고 투표)을 강조할 수 없는 정치적 주체였던 것이다.

    한편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북한이 보여줬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상식적 판단으로 보면 북은 민주대연합에 대해 전통적으로 선호했으며, 남한 좌파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불가피한 것이었나 하는 데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번 선거에서 북한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있다.

    임영일 소장(사진=임진희)

    자유주의 손잡고도 외연확장 실패

    조희연 선거 결과와 관련돼서 몇 가지 얘기를 덧붙이겠다. 우선 이미 얘기했던 진보진영의 3단계 통합 과정, 달리 말하면 통합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당시 정치세력들이 가지고 있던 조건의 제약을 읽어볼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통합진보당으로 합류한 민주노동당 당권파 입장에서 보면 국민참여당의 참여로 대중성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과연 전제 옳았는가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외연 확대보다) 노동 진영의 균열 등 반대급부를 종합해볼 때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진보신당 독자파 입장을 되돌아보면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그렇게 공포 대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진보 양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외연 확대 차원에서 국민참여당 합류에 유연한 대응을 했다면, 지금 당이 해산까지 가는 상황 말고 다른 대안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다음으로 손 선생님께서는 통합진보당의 자유주의 우경화 가능성을 강조하고 계신데, 나도 그런 우려를 하고는 있지만, 싫든 좋든 노동정치는 진보정치가 통합진보당과 일정한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운동이 노동정당 성격을 일정하게 갖추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연대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진보당 내부 존재하는 여러 가지 우려들을 운동이 제약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접근하는 게 맞다.

    노동운동, 통합진보당과 연대 관계 맺어야

    내가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선거주의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선거주의라는 것은 당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이다. 앞으로도 선거주의적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노동 기반이 약화되고 중간층 의존도가 심화됐다. 따라서 우경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견제하고 조절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너무 본질 규정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선거에서 보수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MB의 신자유주의 정책, 대자본 지배 사회로의 전환, 이로써 나타나는 대중의 급진화, 저항성의 확장 현상이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내가 이번에 책을 쓰면서 “손호철이 맞았다.”라고 썼다. 2006년 진보논쟁이 진행될 때 손 선생께서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대중이 더 급진화 돼서 더 좌측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나는 이를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성격 규정하고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손 선생의 얘기가 현재 우리의 출발점이 된다. 노무현 정부는 이중적 성격이 존재했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사회 정책이 보완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했다. 그 결과 대중들의 고통도 전면화 됐으며, 이에 따른 이명박 정권은 대중의 급진화, 좌경화의 출발점이 됐다.

    이것은 또 세대 균열로도 나타나는데, 이는 계급적 분열의 부분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계급적 저항성이 표출되면서 그것이 젊은 세대에 집중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신자유주의적 모순에 대한 일정한 저항성이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조희연 교수(사진=임진희)

    선거 결과에서 대중 저항동력 발견돼

    민주통합당이나 박근혜의 새누리당까지 복지와 경제/재벌 개혁을 말하게 만드는 기저의 힘이 대중의 저항성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제한적이긴 하나 일정한 대중의 저항 동력이 거기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힘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43.4%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중소 규모나 자영업 수준의 사업장에서는 노조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대한 일정한 저항성을 고려할 때 다음 대선에서 보수 정부가 들어서도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시민운동도 우경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좌경화 요인도 있다. MB 정부에서 급진화된 대중의 요구를 시민운동이 자기 요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민생 문제, 비정규직 문제, 반값 등록금 요구 등 시민운동의 요구가 급진화, 좌경화되고 있다. 이걸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오히려 시민운동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위기를 찾고 싶다.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들이 가두 투쟁, 몸으로 하는 성격의 운동에 강조점을 두는 것 같다. 부정적 맥락에서 ‘민중운동’의 경향성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시민단체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공중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전문적 역량이 고갈돼서 이처럼 몸으로 하는 운동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심층 취재형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동원력도 없는 시민단체들이 몸으로 받쳐준다 해도 별로 소용이 없다.

    박근혜 화장발 폭로하는 계기적 투쟁 만들어야

    결국은 대중의 전반적 요구, 예컨대 대형 대형 수퍼의 골목 상권 침범에 대한 자영업자의 저항, 이것은 계급적 저항이기도 하다, 이런 저항은 대자본 독점 재벌의 지배력이 전면화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독점 투쟁, 반독점 민주화 투쟁의 성격이 있다. 이런 부분의 저항을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을 결합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근혜 위원장은 성형수술도 아니고 화장을 좀 찐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 대중들이 상당히 현혹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화장발의 허구를 계기적 투쟁을 통해서 드러내야 하며, 이는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박근혜 쪽에서 얘기한 내용은 0~5세 무상교육, 고등학교 의무교육 확대, 중증질환 보험확대 등 크게 보면 이 세 가지다. 이는 야권에서 무상 의료 얘기하니까 거기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중들의 요구는 그걸 넘어서고 있다. 요구 투쟁의 수준을 한 단계 높게 끌어올리면 화장발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투쟁은 언론노조, 쌍용자동차 투쟁이다. 민주노총은 총선 승리를 전제로 8월까지 공세적 투쟁 예비했었는데, 이번 선거 결과 그게 조금 어려워진 상황이다. 위 두 싸움은 국민투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일반 국민들도 분노하는 사안이다. 이 싸움들도 박근혜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적 투쟁이 될 수 있다.

    사진=임진희

    자유주의 세력, 진보정치 가로막은 봉인 역할

    임영일 조희연 선생께서 앞부분에서 노동운동에서 통합진보당에 영향을 주면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존재할 것이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걱정이다.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과 진보정당의 관계를 보면 통합진보당이 대중조직을 헤집고 다니는 상황이다. 지금 노동운동 조직이 진보정당을 제대로 고쳐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것도, 예전부터 조 선생과는 핀트가 좀 다른 것 같다. (이른바 자유주의 정당으로 분류되는) 민주통합당은 이번 선거 결과 제1당은 못됐지만 과거 81석에서 127석으로 약진했다.

    가정해서 80석 정도에서 60석 수준으로 의석이 줄어든 민주통합당을 생각해보자. 의석수가 줄어든 것이 시민운동의 압박에 의해서든, 대중의 반신자유주의 저항에 뼈아프게 반성한 결과든 민주통합당이 반신자유주의 구호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결과라면, 진보적 시민사회나 노동운동 입장에서 보면 127석 정당보다 60석 정당이 더 낫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선거가 항상 그렇듯이, 특히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그래왔듯이, 진보정치의 진출을 봉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조 선생께서는 반MB에 대한 대중의 저항성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자유주의 정당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을 주기적으로 봉인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정치나 대중들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 게 민주통합당(민주당)이다.

    다는 아니지만 이번에 시민운동의 주류가 거기에 가담했다. 더 진보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그쪽으로 건너간 셈이다. 진보정치의 객관적 가능성과 이를 이룰 수 있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봉인해온 것이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조 선생께서 그 문제를 좀 달리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손호철 민주통합당은 MB 심판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받아 안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로 막은 것이다.

    언론노조 장기파업 영향력 적은 이유

    임영일 언론 얘기 나와서 한 마디 하겠다. 방송 3사의 장기 파업 문제도 그렇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오래 동안, 특히 선거 국면에서 파업이 진행돼도 국민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방송 보는 데 별로 불편이 없다. (이때 방청 참석자 중 1인이 자신은 “무한도전을 못 봐서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하자 웃음이 터졌다)

    이 문제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파업이 이렇게 장기화되는데도 국민들이 관심이 없고, 불편을 못 느끼는 것의 배경에 대해서 언론노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장기간 언론 내부의 구조 조정과 외주화 방치, 비정규직화 방치의 결과다. 이제 방송사 노조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투표 때문에 고민을 했다. 내가 사는 지역구(종로)에는 쌍용차 매각 결정을 한 장본인인 민주통합당 정세균과 새누리당 홍사덕이 나왔다. 쌍용차 사태는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것이고 이명박 정권이 그 반발을 진압한 것이다. 정세균 후보가 여론조사에 결과 꽤 앞서는 것으로 나와 안 찍어도 돼서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던 차에, 때마침 최백순 진보신당 후보가 나와 줘서 편한 마음으로 찍었다.(웃음)

    조 선생께서는 항상 진지전 중요성 강조하고 계신다. 실제로 우리가 그것을 안 해온 것도 아니다. 오래 동안 해왔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 노동 쪽 입장에서 보면 진지전을 한 셈이다. 들어 엎을 생각은 안 했다.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진지전 정도만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전을 계속하는 것은 안 맞는 것 같다. 현재 걱정은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본연의 투쟁을 열심히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 특히 일본에서 확인된 것처럼 정치의 우경화가 아니라 대중조직이 빠른 속도로 우경화됐다. 우리의 경우도 대중 조직의 우경화가 급속하게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자유주의 정당 헤게모니 깨져, 정치리더십 개편기

    조희연 우리의 정당 지형을 보면 보수와 중도 자유주의(리버럴), 진보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민주정부 10년이 끝나면서 중도 자유주의 정당의 헤게모니가 깨졌다고 본다. 즉, 자유주의 정당의 단일 리더십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깨진 것이다.

    87년 체제 결과 형성된 정치적 민주주의 블록, 이 중에서 반독재 자유주의 정당이 리더십의 90%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게 균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정치 리더십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를 둘러싼 불안정한 균형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다. 나는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데, 불안정한 리더십 재편 시기를 지나면서 노동정치 세력이나 진보정치 세력의 약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이 우경화를 통해 대중성 확보하려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좌경화를 통해서도 대중성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패배하면서 노동 좌파정당 정치적 공간이 넓어졌을까, 좁아졌을까. 나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민주통합당의 단일 리더십 균열된 상황에서 그쪽으로 다시 환원한다고 해서 표가 결집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정치 세력은 서로 다른 컬러로 각자가 대중과 결합을 위해 노력해야 된다. 자유주의적 요소를 흡수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통합진보당에 노동자 정체성을 잃지 말라고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좌파 세력의 경우 임 선성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대중운동 포커스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급진적, 좌파적 노동운동도 투 트랙으로 사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공백에 갇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손 선생께서 주장하시는 것처럼, 노동좌파 정치블록의 재정비를 통해서 다른 컬러로 대중과 정치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정당의 좌클릭을 가능케 하는 대중의 좌클릭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좌파 정치블록의 재구성은 통합진보당에게는 일종의 위협효과가 될 수도 있다.

    임영일 그 가능성을 부정하면 얘기가 안 되는 건데,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

    이광호 국장(사진=임진희)

    화장은 민주당이 더 진하게 했다

    손호철 지금 토론과 관련돼 몇 가지 얘기를 하겠다. 조 선생께서 “손호철이 옳았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대중들이 더 당해봐야 알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실정에 분노해서 이명박을 무조건 지지했다. 문제의 핵심은 민주화 세력 무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대중적 분노가 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는데, 결국 그렇게 된 것은 맞다.

    임 선생께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북한은 원래 한국 정치를 우선순위에 놓지 않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87년 대선 직전에 대한항공 비행기 떨어뜨리면, 이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한은 정말 몰랐을까?

    일각에서는 김대중 안되는 게 유리해서 그렇다고 얘기하는데(웃음), 북한이 ‘짱구’가 아니면 햇볕정책의 지지 기반을 와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국내정치가 우선이며, 남한은 부차적이다.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가 가장 중요하며, 설령 새누리당이 200석을 얻게 되더라도 자기네 필요성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운동의 위기가 노동운동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는 임 선생의 지적에 동의한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끌려 다니는 실정이다.

    박근혜의 화장발에 대해서 조 선생께서는 한계를 지적했는데, 화장발의 한계를 훨씬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오히려 민주통합당이다. 박근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얘기했다. 민주통합당이 심판을 하려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다 한 것 아니냐?”라고 공격했다. 민주통합당은 선거 과정에서 복지 등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짙은 화장발이 폭로된 셈이다.

    진보신당 근본적 성찰 필요

    나 역시 핵심 내용에서는 조 선생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나 정치에서 경로의존성이다. 자그마한 경로 선택이 전혀 다른 역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만약에 지난 87년에 양김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진보정치의 경우 지난 2007년 대선에 권영길 의원이 명예롭게 은퇴하고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나갔다면, 그 이후 정치는 어떻게 됐을까? 우연적인 작은 선택들이 전혀 다른 역사를 가져온다. 구조적 조건은 어쩔 수 없더라도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통해 진보가 발전했어야 되는데, 그런 애석한 것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노심조 등이 통합진보당으로 간 것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도 연결이 된 것 같다. 노회찬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 진보신당 주류가 가졌던 독자노선의 좌편향성이 대중적 고립을 가져왔으며, 이게 고민이 됐을 것이다. “이제 정치적으로 끝났다.”는 위기 의식 같은 것들이 그들을 우편향으로 가게 만들었을 수 있다.

    조 선생께서 유시민과 통합하는 것까지 두려워 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는데, 난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조 선생께서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면 대중성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봤지만 그게 오판으로 드러났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그 중 당권파의 이해관계는 진보정당의 외연확대가 아니라, 통합된 진보정당에서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당권에 있었다. 자신들의 당권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보장책이 중요했으며,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이런 차원에서 봤다. 비당권파 연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봐라, 통합 안 하기를 잘했지, 그놈들 다 그리 가지 않았나. 결국 유시민과 함께 하지 않았냐.”라며 애초부터 그렇게 돼 있었다는 식으로 비판하면 안 된다.

    지식인 운동 큰 타격

    (3자 원샷 통합으로) 지식인 운동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김세균 선생처럼 열심히 진보통합 운동을 한 분들의 노력은 뭐가 되나. 김 선생 등은 노심조가 진보신당을 나갈 때 같이 나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유시민과 통합하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바보가 되고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역설적으로 보면 노심조가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해주면서 진보신당을 살려준 것이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진보통합 실패에 대한 욕은 전적으로 진보신당을 향할 건데, 비판의 타겟이 독자파로부터 ‘노심조’로 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진보신당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간 셈이다.(웃음)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노동당을 깨고 나와서 혁신다운 혁신을 한 것이 없었다. 홍세화 대표가 무너지기 직전의 당을 살렸지만, 그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위가가 봉합되고 지나갔다. 근본적 고민을 피해갔다. 일종의 경로 의존이다.

    그런데 지금도 똑같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근본적 성찰이 없다. 완전 와해 직전까지 가더라도 제대로 짚어봐야 됐다. 홍세화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까지 갔어야 한다. 어쨌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진보세력과 노동, 지식인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새로운 경로의존성을 만들어가야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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