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고 답하다
    철도와 철도노동자의 현실
        2013년 12월 19일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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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파업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가상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철도파업의 의미를 정리했다. 내용은 사회공공연구소의 김철 연구원이 제공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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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1>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민영화와 곧바로 연계짓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또 코레일 적자의 원인이 코레일 직원들의 철밥통 구조와 맞물린 것이라는 비난도 있는데?

    → 코레일 직원들의 철밥통 구조라는 선정적 단어와 무관하게 코레일 직원들의 업무와 노동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분석을 근거로 비판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논리는 철도파업을 왜곡하고 음해하기 위해 국토부가 퍼트리는 주장을 그냥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질문2> 기존의 대규모 부채와 별개로 매년 생기는 코레일의 적자는 일반철도 때문이다. 공익성과는 별개로 곤란한 것 아닌가? 또 일부에서는 일반 철도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90%라는 비판도 있을 정도이다.

    → 일반 철도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90%라면 철도 운영이 불가능하다. 즉 그런 주장들은 근거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냥 정서적 비난을 부추키는 것일 뿐이다.

    또한 인건비 비중은 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을 따져야 하는 것이고 다른 기업들도 이 기준에 근거해 산정한다. 이에 따르면 일반철도의 대표적 적자노선인 동해남부선 47.3%, 영동선 48.18%, 태백선 42.87%이고 경전선 25.16%, 일산선 19.78%이고 이 수치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해온 교통연구원의 2013년 <한국철도산업 구조개혁 및 철도발전 수립계획> 용역보고서에 들어 있는 수치이다.

    코레일이 가진 기존의 대규모 부채 구조의 성격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이 필요하다. 이 부채의 대부분은 정부의 정책실패(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에 따른 전가분으로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결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일반 철도에서 발생하는 적자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분석을 해야 한다. 과거 광역철도(수도권 전철)의 수익성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인구가 집중된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노선이 경의선 전철화, 경부선 천안 및 신창 연장, 경원선(의정부, 양주) 전철화, 경춘선, 중앙선 전철화 등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따른 투자비는 대폭 증가했으나 수익은 미미한 상태이다. 수도권 전철 중 수원 이남의 객실에 타보면 서울 중심권보다 이용률이 확연히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노선이 이용률이 낮고 이에 따른 적자이기 때문에 광역전철 확대 사업은 잘못된 것일까?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서 철도가 도로 교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대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일반 철도가 적자라서 문제라고 한다면 적자선을 걷어내거나 광역철도 확대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또 실제로 국토부는 적자를 양산하는 적자선은 폐선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철도노동자의 모습(사진=철도노조 블로그)

    철도노동자의 모습(사진=철도노조 블로그)

    <질문3>코레일 직원 중에 관리자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이 있다. 승객도 별로 없는 한산한 역에 역장 부역장 2명식으로 관리자가 비대하게 포진해 있다는 지적은 어떤가?

    → 역장이나 부역장이란 직은 관리자에 포함되어 있지만 철도의 시스템상 역을 책임지는 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두는 직책이다. 놀고 먹는 역장이나 부역장이 많은 산하 직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닌 것이다. 교대 근무의 특성상 어떤 날은 역장이 책임지고 또 다른 날은 부역장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이용인원이 적은 역은 역장을 포함한 두세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또 많은 노선의 역에서 무인화가 진행되었다.

    또 구조조정 명분으로 지난 2007년 이후 충북선에서만 19개 역중 8개역이 폐쇄됐고 열차가 서지 않는다. 지방의 작은 역들이 사라지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곳의 철도 노동자들이 무위도식하는지 제대로 살펴봐야만 한다.

    코레일 직원의 평균 나이는 48세이고 평균 근속년수는 19년에 이른다. 코레일 연봉이 높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은 대졸 신입사원 연봉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19년 이상 재직한 철도노동자들은 과거 입사시절 저임금임에도 철도를 천직으로 알고 일해왔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 직장에서 20년 정도 일해서 6천여만원 받는 게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특히 철도공사는 전체 공기업의 임금 수준에 비추어 볼 때 하위권 수준이고 여타 복지제도도 열악한 면이 있지만, 철도 노동자는 다른 공기업과 비교하지 않고 비정규직 등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그나마 공기업에 다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그동안 인력감축이 진행되어 신규채용이 거의 없었다. 또 인력감축은 되었지만 고속철도 개통 및 경의선, 중앙선, 경원선 전철화사업, 경부선 전철 연장 등 사업량은 대폭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에서는 연장근로나 휴일근무가 다반사이다.

    특히 철도는 24시간 운영되는 체제라 밤샘근무 등 야간근무가 일상화되어 있다. 휴일근무나 야간근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각종 수당이 더해진다. 만약 철도 노동자가 다른 직장처럼 낮에만 일하고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임금은 더 내려갈 것이다. 여덟 시간 낮에 일하는 분들과 밤낮없이 휴일 근무가 일상화된 분들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철도노동자들은 휴일근무에 따른 추가 임금 안 받아도 좋으니 신규인력 채용해서 청년실업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만 인력구조조정이 공기업 경영평가에 주요 사항이다 보니 경영진들은 초과임금을 주더라도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렵고 안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질문4> 코레일이 공사화 된 이후 지역본부가 12개로 늘었다. 그런데 지역본부간의 인사이동을 단체협약이나 노조에서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대한 중간관리층을 오히려 노조가 두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노조는 끊임없이 현장이 아니라 본부 및 지역본부의 관리자들을 줄이라고 요청해왔다. 관리자 및 중간 관리자들이 비대해진 이유는 허준영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들의 전횡에 따른 결과였다. 그동안 노조가 무엇을 주장해 왔는지 아주 작은 관심만 기울이면 알 수 있다. 마치 노조가 한량한 관리자급 인사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다.

    <질문5> 철도공사의 기형적 인력구조는 정년 보장, 자동승진제, 연공서열제, KTX 도입으로 인한 유휴 인력 발생 등이 맞물린 것 아닌가? 그리고 오히려 필요한 인력들은 하청화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노조는 정규직 조합원들만의 권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 자동승진제는 철도 노조원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코레일의 악선전이다. 자동승진제가 도입되는데 사측도 합의했던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노동자는 입사시 6급으로 채용된다. 그러나 과거 철도청 시절부터 인사 적체가 심해 10년이 지나도록 상위등급으로 진급하지 못해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최소한 몇 년 동안 승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등급으로 승진을 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승진이라 함은 직급과 그에 따른 기본급 등이 올라가는 것이지 업무에 새로운 권한이 생기는 것은 없다. 예를 들면 6급 기관사가 5급 기관사로 변하는 것 뿐이지 일은 하나도 변화가 없다. 철도노동자의 대부분은 자동승진제의 최대 기간에 맞추어 승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초 6급에서 5급으로 진급하기 위한 자동승진연한은 5년이고 대부분의 직원이 이 기간을 채워야만 진급되고 5급에서 4급은 7년이 걸리고 4급에서 3급은 12년이 걸린다.

    그리고 3급까지만 자동승진제이고 제대로 된 관리직급인 1,2급은 소위 특별한 케이스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순경으로 들어온 대부분의 경찰이 말단 직급인 경사로 퇴직하는 구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사측이 자동승진제를 폐지해서 과거처럼 노조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고 승진과 관련된 상납비리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 개혁이라고 보지 않는다. 철도에서 수십년 일하는 동안 3단계 정도 연수를 채워 승진조차 못하게 하고 수십년 말단직급으로 근무하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철도노조는 끊임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고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에 함께 힘을 합쳐서 투쟁을 했고 실제로 수백명을 정규직화시키는데 기여도 했다. 다른 기업 대비 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것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전면화시키고 싸워온 결과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권력과 자본이고 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싸웠던 것이 정규직 노조인데, 비정규직이 많은 탓을 노조에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필자소개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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