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임금 판결, "노동계 승리 아냐"
    한국노총, 대법원 비판... 민주노총도 환영 입장 수정해
        2013년 12월 18일 0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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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8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자 노동계 일각에서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를 노동계의 승리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입장도 비판적으로 돌아섰으며 한국노총은 강하게 판결을 비판했다.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 기사에 나온 판결대로라면 오히려 통상임금이 대폭 후퇴한 것”이라며 “특히나 이 사건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당사자간의 합의로 인해(단체협약)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을 청구해서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주지 말라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는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정기상여금’에 있어서, 노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하여 이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총액 및 다른 근로조건을 정한 경우에,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그동안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온 김장보너스, 휴가비, 생일축하비 등도 재직자에 한해 준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며 “결국 이 사건 소송 당사자들은 다른 통상수당이 없는 한 거의 건져갈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한국노총도 대법원 판결 이후 18일 ‘대법원의 정치적 판결에 분노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냈다.

    한국노총은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원칙을 근거로 추가임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 정치적 판결”이라고 강한 유감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한국노총은 휴가비 등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판결을 내렸으며 이는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95년도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내용에서 삭제하고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파기환송한 것에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추가했다.

    민주노총은 수정된 논평을 통해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파기환송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며 “전체적으로 보아 전원합의부의 판결 취지는 정부와 사용자의 억지에 의해 시간끌기만 해왔던 통상임금 논란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는 별개의 맥락에서 대법원 판결이 미칠 이후의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판결에 대해 “통상임금 범주의 임금이 커진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임금 중에 어떤 항목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즉 임금총액이 달라진 것이 아니고 시간외 수당이나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그는 “시간외근무를 많이 한 노동자들에게 일시적으로 과거 3년간 낮은 통상임금으로 받던 시간외수당을 높아진 시간외 수당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다른 방식으로 후퇴시킬 우려도 제기했다.

    박 연구원은 “기업은 시간외근무를 가능한 한 줄이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높아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될 시간외 근무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로 인정될 경우 특히 그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기존 노동자들이 하던 시간외 근로를 시간제 노동자로 대체하거나 40시간 노동만 하는 교대제로의 개편을 광범위하게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이 경우 높아진 통상임금 기준은 써먹을 기회나 대상 자체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 시간당 임금이 오르지 않는 한 시간외근무를 많이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통상임금 기준 상승으로 임금총액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를 위해 시간당 임금이 상당폭으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금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높아진 통상임금은 한편으로는 퇴직금이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낮아진(혹은 없어진) 시간외근무로 인한 임금 감소는 퇴직시 퇴직금을 일시에 받을 때 퇴직금액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로서도 철도파업을 계기로 해서 오랜만에 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침 당선 1주년인 19일에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박근혜의 당선 1주년 친노동 선물 정도로 수용된다면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며 “법원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린 적이 있는가. 법원을 포함한 국가기구가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는가? 더구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곰곰히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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