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의 인격살인
강기훈 사건, 22년만에 무죄 되나
    2013년 12월 13일 04: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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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공권력과 국가기관이 한 시민을 육체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신적 인격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1991년 5월, 당시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의 집단구타로 사망하자 전국적으로 당시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당시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씨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자결했다.

당시 검찰은 김기설씨의 유서를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씨가 대신 써줬다고 규정하고 구속했고 강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한 개인을 타인의 유서를 대신 써준 파렴치하고 반윤리적 인간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는 김씨의 유서와 강기훈씨의 필적이 일치한다고 감정하여 검찰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당시에도 이 사건은 공안정국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작사건이며, 국과수의 필적 감정도 그 신빙성과 근거가 빈약하여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비판과 필적 감정의 오류 등이 제시되었지만 끝내 공권력과 국가기관은 한 개인을 타인의 유서를 대신 써준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인간으로 인격살인한 행위를 바로잡지 않았다.

1991년(위)와 2013년의 강기훈씨

1991년(위)와 2013년의 강기훈씨

그리고 16년이 흐른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김씨의 필적이 담긴 자료들와 강기훈씨의 필적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대해 재심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심권고 결정 이후 7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강기훈에 대한 인격살인은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강기훈씨는 간암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사건 발생 22여년이 지난 12일 재심재판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10부는 김씨와 강기훈씨의 필적을 감정한 국과수의 결과가 11일 재판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과수의 결정은 22년전 강기훈씨를 유죄로 만드는 데 결정적 증거가 국과수 감정 결과와는 정반대로 김씨의 유서 필적은 김씨의 필적이 맞다는 내용이었다. 재심재판부는 국과수의 감정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년 초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강기훈씨의 무죄를 입증하는 국과수의 감정결과에 대해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 사법사상 가장 부끄러운 재판중 하나인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서의 필체가 김기설씨의 필체가 맞다는 감정결과를 통보해 무죄판결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또한 22년전 “강씨를 기소할 당시의 김기춘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주임검사였던 곽상도 검사가 역시 박근혜정부의 초대 민정수석 자리에 오른 것은 그 긴 세월동안 강씨 사건을 짓누르고 있었던 거대한 검찰 권력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13일 브리핑을 통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결정 권고 이후에도 검찰의 시간끌기와 항고로 3년의 세월이 더 흐르는 동안 강기훈씨는 간암이 재발하여 현재 투병중에 있다.”고 비판하며 검찰과 국가기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강기훈씨도 “현재도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죄악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내가 재심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과연 달라질 수 있나 싶다”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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