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주민인권 선포식,
    동성애 혐오세력에 무산돼
    동성애자 참석자, 심각한 신변 위협 느끼기도 해
        2013년 12월 12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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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지난 1년여동안 성북구청과 구의회, 성북구 인권위원회와 주민참여단 4주체가 총의를 모아 만든 ‘성북주민 인권선언문’ 선포식이 동성애 혐오 세력에 의해 파행으로 끝났다.

    당일 4시 30분 성북구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선포식에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행사장에 난입해 특히 동성애자들을 향해 “이 자리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떳떳하게 밝혀라”고 말하는 등 자리에 참석한 동성애자들의 신변을 위협하면서 행사 자체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정민석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행사 15분전쯤 도착했을 때 이미 그 분들이 행사장에 난입하려고 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그 분들이 삼삼오오 행사장으로 진입해 나를 포함한 동성애자 3명이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임모 목사는 동성애자들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해 실제로 한 명의 동성애자가 신분을 밝히자 “어떻게 남자가 남자랑 사랑을 하냐”고 비난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주민참여단 대표 등에게 “당신들이 성소수자가 뭔 줄 아냐? 소아성애자”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며 “우리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성북구를 동성애 도시로 만들 꺼냐”는 등의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혐오증

    난장판이 된 행사장 모습(사진=동성애자인권연대)

    이들은 구청장이 축하 인사를 할 때에도 고성과 욕설로 행사를 방해하다 급기야 한 여성이 구청장에게 돌진해 완전히 난장판으로 변해 결국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

    성북주민 인권선언은 제정됐으나 정작 모두가 축하해야 할 축제인 행사는 이들의 실력 행사 때문에 취소됐던 것.

    문제는 단지 행사가 파행으로 끝난 것 뿐만 아니라 참석했던 동성애자들이 신변 위협까지 느껴야 했을 정도로 이들의 집단행동이 도가 지나쳤다는 점이다.

    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 주변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앉아있던 상황에서 동성애자라고 밝히기까지 하다보니 우리를 쳐다보는 그 눈빛은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만 같았다”고 회고했다.

    최근 자기 혐오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에 대해 그는 “이런 식의 실력 행사는 있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논리와 합리, 토론을 원하지 않고 오로지 난장판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도 12일 규탄 성명을 내고 “세계인권선언일에 주민인권선언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동성애혐오자들의 난동을 직접 목격하게 되어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성북주민인권선언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그들의 행동은 세계인권선언일에 큰 오점을 남긴 최악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인련은 동성애 혐오세력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인권의 가치에 재갈을 물려는 모든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하나님을 들먹이며 혐오 조장에 앞장서는 지금의 모든 행동은 당신들의 품위만 손상시킬 뿐, 그 누구에게도 지지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인권선언 선포식을 준비한 성북구청에 대해서는 “동성애혐오자들의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서울시 최초로 제정된 주민인권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선포식은 파행되었지만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한 성북주민인권선언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격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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