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새끼와 내 자식'
    반려인이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
    [타인의 삶]일곱째-불혹, 늦깍이 수의사 된 김야옹씨②
        2013년 12월 13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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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 글 링크

    돈 들때는 ‘개새끼’, 병원에서 실수하면 ‘하나 밖에 없는 내 자식’

    장여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치료비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야옹: 진료방식, 병원규모, 장비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 갈 때 비행기 타고 가는 거랑 시외버스 타는 거랑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검사 장비 중 혈구 검사 장비라는 게 있는데, 이 장비가 병원에 따라서 300만원짜리 쓰는 곳도 있고 3천만원짜리 장비를 쓰는 데도 있다. 장비 가격에 따라 정확도 같은 것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보호자분들은 그 차이를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3백만원 장비랑 3천만원짜리 장비 중 3백만원짜리 써서 3만원 받고 3천만원짜리 써서 4만5천원을 받아 검사해놓은 결과지와 청구서를 보면 보호자분들은 청구서의 1만5천원 더 비싸다는 것만 본다.

    기계 할부금이나 원가 개념을 따지면 3만원짜리 검사비 받는 곳이 4만5천원짜리 검사비 받는 곳보다 이윤이 더 많이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4만5천원짜리 검사비 받는 곳은 이윤은 덜 남기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제공하는데도 단지 더 비싸다는 이유로 욕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병원에서는 3백만원짜리 장비 쓰면서 4만5천원짜리 받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싸면 손님이 없으니깐.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장비가 혈액검사, 초음파 장비인데, 초음파 가격이 병원마다 10군데 보면 최대 10배까지도 난다. 어디는 5백만원짜리, 어디는 5천만원짜리 심지어 1억원짜리도 있다. 그러나 실제 손님들에게 청구하는 진료비 차이는 많아봤자 1만원 단위이다

    장여진: 인체 병원도 장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김야옹: 내가 알기로는 장비 차이에 대한 고려가 의료보험 적용에 있어 정보가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의사들도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결정적인 오해일 수도 있다.

    수술 같은 경우도 수술 전 검사와 마취 종류와 도구, 수술 장비, 몇 명이서 얼마의 시간동안 수술하는지 등 수술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정말 많은데도 사람들은 그저 수술가격만 본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수술비가 얼마인지만 묻는다. 몇 천만원짜리 장비 들여 마취하고 하다못해 마취 방법도 다르고 마취 모니터링을 하는지 안 하는지 경우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는 건데 추가로 몇 만원 더 비싸게 받으면 보호자들의 불만이 많기 때문에 그냥 그 몇 만원 안 받고 만다. 비싸면 보호자들이 수술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이 안전하게 수술 받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수컷의 경우 보통 10만원 정도인데, 만약 보호자분께 여러가지 종합검사를 권유하고, 가장 안전한 방법의 마취나 수술 방식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 비용만 하더라도 몇 십만원 정도 더 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세한 설명을 드릴 기회조차 없다. 설명하면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 궁여지책으로 가끔은 비싼 장비를 쓰더라도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어차피 설명해도 괜한 오해를 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비용은 낮기를 원하면서 치료의 기대치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비용과 보호자간의 니즈(필요)는 서로 완전히 대조된다. 우리쪽 사람들끼리 하는 말인데 ‘돈 들어갈 때는 ‘개새끼’ 그 개새끼한테 들 돈 없다면서도 병원에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면 갑자기 ‘둘도 없는 내 자식’ 된다고. 보호자분들은 병원 책임에 조그만 여지라도 있으면 무한책임을 요구한다. 그래서 점점 방어적 진료로 가게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장여진: 실제로 고양이 수술비가 2백만원 정도 되면 아무리 잘 사는 사람도 수술 안 하고 포기한다는 말이 있던데.

    김야옹: 그런 분들도 있지만 드물게도 몇 천만원을 들여서도 살려내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말 옆에서 잘못된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만약 범백혈병 수술에 100만원이 든다면 옆에서 누군가 보호자에게 ’60만원이면 되는데 왜 100만원이냐’고 하는 얘기들 말이다. 질병의 구체적 발병 원인이 다르고 진료 방법도 다른 것인데 보호자의 지인이라는 분들이 자꾸만 보호자와 병원간의 신뢰를 깨트린다.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비를 일률적으로 가격 산정해두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신뢰관계 깨지면 보호자들은 ‘만에 하나 실수하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눈초리를 보내는데 정말로 그런 만약을 대비한다면 오히려 병원비는 더 많이 나올텐데 말이다.

    장여진: 반려인들이 동물병원 선택시 고려해야 될 사항은 무엇일까?

    김야옹: 물론 비용도 고려대상이어야 하지만 동물은 자기가 겪은 걸 말로 전달하지 못하니깐 신뢰할만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가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않고 병원에 계속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어느 병원이 친절해서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친절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요새 안 친절한 곳이 어디 있나.

    장여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야옹: 동물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진단 내리지 말고 반드시 다니던 병원에 알려주고, 기왕이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면 더 좋다.

    결국 돈이 드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자꾸만 돈이 안드는 쪽으로 해석하다 병을 키워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소변을 아무데나 보는 이유는 비노기계 질환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인터넷에서는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다른 이유도 제시되어 있으니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것만 믿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관찰을 잘하되 그 판단은 스스로 믿고 싶은 대로 결론내지 말라고 하고 싶다. 특히 고양이는 아픈 내색을 잘 안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어떤 싸인을 보낸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데 임의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 치료 시기도 놓치고 비용도 더 많이 들뿐만 아니라 아이도 위중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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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병원에 실습갔다가 데려온 고양이 크림이

    아픈 동물 계속 치료하고 싶지만 언제 변할지 장담 못해
    “다시는 선행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 변치 않기를…” 되뇌이기도

    장여진: 어떤 동물병원은 길고양이 데려다 내 돈 내고 진료 좀 받으려 했는데도 앞뒤 사정 듣지도 않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하던데.

    김야옹: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병원이 있다고도 하지만 솔직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이 동물병원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길고양이라는 점을 고려해 호의와 약간의 희생을 베풀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고생만 하고 돈은 못 벌고 맹비난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여진: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줄 안다는 건가?

    장여진: 그렇다. 길고양이를 데려온 거 보면 대부분 아이가 죽기 직전에 아주 위중한 상태가 많다. 쥐약을 먹었다던가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렸다던가. 이건 정말 어떻게 해드리기에 수의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정도는 수의사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사망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위중한 상황의 아이를 최선을 다해 진료했지만 아이가 사망했을 때 병원비를 엄청나게 할인해 드렸어도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아이가 죽었다, 병원비는 왜 이렇게 비싸냐면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제가 겪은 일도 있었고. 그런 일 한 번 겪고 나면 아주 심한 경우 정말 오랫동안 힘들고, 심지어 다시는 선행을 베풀지 않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하게 된다.

    예전에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SNS공간에 ‘천사놀이 끝’ 이런 글을 썼다고 지우고…이런 기억 중 정말 화가 나는 건 그런 분들이 이런 표현을 쓸 때다. ‘동물도 생명인데 아프면 치료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실컷 호의를 베풀게 해놓고 치료비 보고는 ‘동물인데 치료비가 왜 이렇게 비쌰냐’고 할 때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그 보호자는 다른 동네에 ‘캣맘’ 활동하시는 분인데 아픈 길고양이 데려오시면 내가 치료비 배려해서 치료해드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분이 울먹이며 전화해서는 중성화 수술 후 아이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위중한 상태면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가시라고 했더니 어린 고양이 맡기고 살려서 퇴원시킨 병원이 우리 병원밖에 없다면서 우리 병원으로 오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하니깐 나는 엄청난 책임을 갖고 맡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고양이가 와보니 중성화 수술 후유증이 아니라 다른 전염병에 감염돼 혼수 상태로 왔었다. 그래서 내가 치료비는 내가 감안해주더라도 최소 100만원은 나올 것이며 아이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나서 이틀 동안 집에도 안 가고 정말 내 모든 걸 퍼부어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가 죽었다. 그때 병원비가 117만원이 나왔는데 내가 30% 할인해서 80여만원 정도 나왔다고 하니 그렇게 말씀하신 거다. 동물인데 치료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그래서 내가 ‘그럼 처음 데려오신다 했을 때 내가 안 받았어야 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답변하시더라. 나중에는 고양이가 왜 죽었냐부터 정말 온갖 것으로 공격하더라. 다른 사람들한테 제대로 받지 못한 진료비를 자기한테 뒤집어 씌우는 것 아니냐고 하기까지도 하고. 나는 그 분이 우리 병원에서 처음으로 고양이가 살아서 나왔다는 그 말에 강한 책임을 느겼던 것인데…참…거기서 그 말이 나온 거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 치료하는데 이틀 동안 100만원이 넘을 수 있냐’고. 측은지심이나 동정에는 자기 희생도 따라야 하는데 남에게만 부담과 책임을 지우고…(한참을 한숨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분 말씀 중 정말 마음 아팠던 것은 ‘제가 지금까지 신경 많이 써드렸고, 어떻게 보면 그런 저를 신뢰한 마음에서 오셨던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난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고 했던거다.

    이런 일을 주기적을 겪다보니 길고양이 싫어하는 동물병원을 보면 싫어할 만도 하겠다 싶은거다. 그런 일 한 번 겪으면 그 충격이 너무 크다. 그냥 나도 남들처럼 야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열심히 노력해도 아이가 죽으면 나도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보호자분들은 그런 마음을 모르시더라. 그래서 한동안 SNS에 한창 우울한 이야기만 썼는데 그 중 하나가 ‘내 마음 변하지 않기를…’ 이거였다. (이 말을 하고 김야옹씨는 한참을 울었다.) 며칠동안 이 생각만 했다. 이럴 수 있을까, 내가 안 변할 수 있을까.

    그런 분들이 그렇게만 하지 않아도 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그런 일을 겪음으로서 냉혹하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지금은 어떻게든 이번 일을 잘 겪어냈지만 앞으로 내가 안 변할지는 장담 못할 것 같다. 정말 며칠동안 유치하지 않았나. ‘내 마음 변치 않기를…’ 이것 만 계속 쓰고. (웃음)

    그래도 정말 중요한 건 좋은 분들이 더 많다는 거다. 문제는 소수가 결정적으로 나를 주저 앉힌다는 거다. 그래도 다수 좋은 분들 덕분에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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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됐던 <라이프 오프 파이> 호랑이와 같은 이름의 고양이 리차드 파커

    길에서 가장 많은 도움 필요한 동물은 바로 고양이

    장여진: 동물병원 이름이 고양이 편파적인데, 고양이가 좋은 이유는?

    김야옹: 사실 고양이 전문을 표방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관심을 표현한 것 뿐이다. 개와 고양이 중에서 고양이가 더 좋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양이한테 더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지 좋고 나쁜 문제는 아니다.

    길에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동물은 압도적으로 고양이가 많다. 그리고 고양이가 좀 매력적이지 않나? (웃음) 고양이는 정말 길에서 완전 거지꼴로 있다가도 사람이랑 며칠만 같이 있어도 이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애교낭으로 막 변한다. 길에서 살았다는 걸 아무도 믿지 않을 만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다 ‘이런 세계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심지어 고양이를 싫어했던 사람조차. 고양이에게 조금 관심은 가지만 아직까지는 좀 무섭고 꺼려진다는 사람에게 제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이거다. ‘고양이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웃음)

    장여진: 직업적으로 동물을 자주 접하고 관찰하면 동물과 인간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보일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나?

    김야옹: 동물을 대하다 보니 사람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간과의 공통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동물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모두 본능에 의해 움직이고 또 때때로 어떠한 보상이나 이익이 왜 본능을 가리는지도, 동물들도 그렇게 한다.

    수의사로 생활하게 되니 인간이 동물계와 자연계의 한 멤버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수의대에서 돼지 회충을 해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징그럽고 하등한 미물이라 생각했지만 내부구조는 사람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입 있고 똥구멍 있고 이런 것들.

    동물들이 앓고 있는 질환 자체도 사람의 질환과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 진료받으러 오신 분께서 깜짝 놀라는 질환 중 하나가 동물도 사람처럼 당뇨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이들은 개나 고양이가 인간만이 걸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질환에 걸렸다고 하면 이런 질환을 치료해줘야 하냐며 인간중심적 사고를 하는 분도 종종 있다.

    잭, 길순이, 비누, 잔디, 소운, 샘, 흰둥이, 같이 살고 있는 개와 고양이
    아프다고 진단해준 개, 주인이 다음 날 버려 입양하기도

    장여진: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도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김야옹: 길순이는 다른 동물병원에 실습갔다가 데려왔다. 잭은 내가 회원으로 있는 동물단체에서 구조됐다가 보호소에 있었는데 다리 하나가 없어 적응하지 못하고 있길래 내가 데려왔다. 둘 다 앞 다리가 하나씩 없다.

    까망이라는 강아지를 수의사 되기 직전 다리가 부러진 채 돌아다니길래 수술 시키고 데리고 살았는데 내가 수의사가 되기 직전 나이가 들어 심장질환으로 죽었다. 그 뒤로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을 보면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데리고 있는 비누도 앞다리로 물구나무를 서서 다니는데, 뒷다리 무릎관절이 좋지 못해서이다. 비누는 내가 다니던 수의대에 있던 실험견이었다. 잔디는 수의대 부설 동물병원에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쳐서 왔는데, 보호자가 포기하고 병원에 기증하고 갔다. 그때 잔디는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튀어나오려고 해서 그 때 병원에서 일하면서 돌봐주다가 데려오게 됐다.

    소운이라는 개는 내가 어떤 보호자가 3살된 애를 입양했다며 검진하러 왔을 때 만났다. 그런데 검진해보니 3살이 아니라 10살도 훨씬 넘었고 심장질환 등 여기저기 아픈 아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씀드리니깐 다음 날 그 보호자가 개를 버렸더라. 내가 그때 구청 유기견 등록 사이트를 보고 있었는데 마치 전과자 사진처럼 관리번호 찍혀서 올라왔던 거다. 그때 정말 충격을 크게 받았다. 내가 진료해서 버려진 거니깐. 그래서 내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입양 후 수술시켜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샘은 앞서 말했듯 내가 처음으로 실습으로 수술했던 개이다. 흰둥이는 10년 전쯤 우리 집사람을 따라와서 우리 식구가 됐고, 크림이는 다른 병원 실습 때 데려온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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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 후 유기견으로 버려져서 입양한 소운이

    6개월간 돌봤던 ‘플리커’만나러 호주가고 싶지만 현실은 아파도 못 쉬어

    장여진: 동물병원을 운영하다보니 발생하는 애로사항은?

    김야옹: 동물병원을 운영하다보니 나는 아플 수가 없다. 대체인력이 없으니깐. 그래서 마음 놓고 아파보고 싶다. 쉬고 싶다거나 휴가를 간다든가 하는 건 너무 먼 얘기여서 그저 푹 아파보기라도 하고 싶은 게 현실에 가깝다.

    장여진: 그래도 1년에 한 번이라도 가족들과 휴가는 가지 않겠나?

    김야옹: 동물업종 계통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가족들과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일단 집에 데리고 있는 동물들이 많아서. 너무 슬프다.

    만약 시간 여유가 있으면 내가 6개월 동안 데리고 있던 플리커라는 개를 만나러 호주에 가고 싶다. 한국에 살던 호주인이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서 검역 기간 때문에 나한테 맡겼던 아이이다. 원래는 다른 데 맡기려다 우연히 우리 병원에 들렸는데 플리커가 원래 다른 사람을 잘 안 따르는데 그날 첫눈에 날 따르는 걸 보고 모든 계획을 변경하고 우리 병원에 맡기고 출국했다.

    그런데 진짜 플리커는 특이하게도 내가 병원에서 자야 하는 날(입원 동물이 있을 때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병원에서 잔다고 한다) 라꾸라꾸 침대에서 일정시간 같이 뒬굴고 놀아주는 과정을 거쳐야 잠을 자는 아이였다. 내가 진료할 동안에도 늘 내 옆에 앉아서 구경도 하고. 그 아이가 정말 너무 보고싶다.

    장여진: 앞으로 병원 운영에 바람이 있다면?

    김야옹: 장비 오류 같은 큰 사고 없이 잘 돌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경영면에서 너무 잘못 하고 있어서 병원도 좀 됐으면 좋겠고. 아마 병원 재정상태를 알면 단골 손님들이 깜짝 놀라 저를 위해 엄청난 도네이션(기부)을 할 만큼 좀 안 좋다.(웃음) 주변에 다른 수의사들도 다른 후배 수의사들에게 ‘저 형(김야옹)처럼 운영하면 망한다’고 조언해줄 정도로. (웃음) 그래서 앞으로는 병원 경영에도 좀 신경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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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 있는 플리커

    내 작은 관심으로 운명 바뀌던 아이들, 계속 돌볼 수 있을까?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허황된 꿈, 그거라도 있어야 현실 균형 찾을 수 있어”

    장여진: 수의사로서 고양이나 개를 사랑하는 반려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야옹: 아픈 동물들을 돌봐주는 분들이 그 애정과 동정에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지시고 수의사에게 너무 과도한 선행이나 무한한 책임을 씌우지 않았으면 한다. 한 번 그런 일을 겪고나면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나 다른 정말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의 치료 받을 기회를 없애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것이다.

    내가 아까…(또 한참을 울었다) ‘내 마음이 변치 않기를…’이라고 적었을 때 그 때 내 마음은 너무 절실했고 너무 화가 났고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아주 작은 관심을 줬을 때 단지 그것만으로도 운명이 바뀌던 아이들을 내가 외면해버리게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호자분들이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거나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는 행동들이 어떤 치료의 결과나 만족도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금전적 이유로 시작된 것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요새 자꾸 나락에 빠지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분들이 있고, 또 나를 신뢰해주는 좋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경영 상태는 좋지 않지만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런 위기에 처했을 때 <라이프 오프 파이> 영화를 보고 엄청난 힐링을 받게 됐다. 그 영화에서 주는 여러 메세지 중 하나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건데, 나에게 이런 좌절을 주는 분들도 그리고 나도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거만 믿기 때문에 좌절을 주기도, 또 극복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오전 수술한 고양이 이름이 리차드 파커(영화에서 등장하는 호랑이의 이름)였다. (웃음) 그래서 한참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던 상황에서 그 고양이 보고 또 기분 좋아지고.

    장여진: 속상한 이야기만 했는데 일하면서 정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도 말해달라.

    김야옹: 보호자분들이 치료가 잘 되면 감사인사를 건네는데 대부분 질병은 다른 병원 가서도 돈만 내면 다 치료되는 질병이라 별로 고마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 내가 수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그런 아이들을 치료했을 때가 보람을 제일 많이 느낀다. 누가 돈만 주면 치료해줄 수 있는 거 말고, 남들보다 조금 더, 정말 작은 관심을 보였더니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런 아이들이 정말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의료 후견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 케어할 수 있는 모든 발병에 대해 평생 무료로 치료해주겠다고 약속한 아이들이다. 아프거나 다친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싶지만 치료비가 감당 못하는 사람들과 내가 만나, 그 분들이 키우고 나는 치료를 담당하기로 했다. 한 사람이 모두 다 감당하기 어려운 걸 서로 협동해서 키우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이렇게 서로 협동해서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장여진: 수의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야옹: 수의사는 멘탈도 강해야 하지만 또 불쌍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돌아볼만한 감수성도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아프리카 초원같은 허황된 꿈들을 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꿈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그 꿈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균형을 찾는 거다. 어차피 현실은 아픈 동물들을 다 치료해주고도 상처 받게 되니깐. (웃음) 그래서 비현실적이라도 공부하는 동안이라도 그런 꿈을 갖고 있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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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영식이, 두식이 사진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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