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노동자들의
초장시간 노동과 건강 실태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죽음의 행렬 멈춰야
    2013년 12월 06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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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어 집배원 사망재해가 발생했다. 11월 18일 공주유구우체국의 故오○○씨(상시집배원, 31세)는 배달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용인송전우체국 故김○○씨(집배원, 46세)는 배달업무 중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뒤 11월 24일 사망했다.

현장 집배원 조직인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는 연이은 사망재해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정부에 요구했고, 우정사업본부는 ‘과로사인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겨울의 초입에 잇따라 발생한 집배원 사망재해는 명백히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배원의 노동조건은 한국사회 전반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하게 나쁜 상황이며, 이는 집배원의 건강 및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이하 연구보고서)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집배원노동자를 괴롭히는 저임금, 장시간·불규칙노동

집배원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인데, 이는 정규직 평균 노동시간인 42.7시간(2013.3. 경활부가조사)보다 20시간 이상 긴 것으로 집배원의 초장시간노동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초장시간노동에도 불구하고 집배원노동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단위시간당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볼 때 정규직 집배원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의 62%, 상시위탁 집배원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노동자는 초장시간노동과 심각한 저임금이라는 최악의 노동조건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집배원은 매일매일의 물량에 따라, 소통시기에 따라 노동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불규칙노동을 하고 있다.

집배원이 일하는 시기를 비수기, 폭주기, 특별기로 나눌 수 있는데, 평상시인 비수기 노동시간은 주당 58시간인 반면 배달물량이 폭증하는 폭주기에는 70시간, 설·추석 명절이나 김장철 등 배달물량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특별기에는 86시간까지 주당 노동시간이 늘어난다.

집배원노동자는 1년 내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중 21주(폭주기와 특별기) 동안은 하루에 13~15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집배원

집배원들은 척추질환 및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질환, 위장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체 노동자에 비해 3.7배 많은 노동재해를 겪고 있다. 또한 2명 중 1명이 업무 중 사고를 경험하여 여타 운수업종보다 훨씬 높은 사고 경험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탈진증후군 역시 여타 업종보다 훨씬 심각하게 겪고 있다.

집배원노동자가 겪고 있는 극도로 심각한 건강·안전 문제의 핵심 원인은 장시간노동이며, 이번 연구보고서에서도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사고 등 각종 건강·안전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픔과 죽음의 문턱에서 위태롭게 일하는 집배원들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진 집배원의 건강·안전 실태는 매우 충격적이다. 뇌심혈관계질환 위험정도, 근골격계질환 실태, 탈진증후군 위험 정도, 사고 및 질병 실태 등 조사한 거의 모든 항목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심층면접에서는 집배원노동자의 비참한 노동조건과 건강·안전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집배원노동자의 90% 정도는 1년 중 5개월간 뇌심혈관계질환의 높은 위험을 안고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절반은 1년내내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률적인 데드라인인 ‘주 60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집배원들이 폭주기 및 특별기에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으며, 비수기에도 절반 가량의 집배원들은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다.

11월 18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故오○○ 집배원 역시 재해의 주요한 원인이 장시간노동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故오○○ 집배원은 3개월전 새롭게 발령받은 후 많은 시간외근무와 격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근골격계질환은 집배원노동자들이 특히 심각하게 앓고 있는 건강문제다. 조사대상의 43.3%가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으며, 한 개 이상의 부위에서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74.6%인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집배원이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노동자들은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위에서 가장 높은 근골격계증상 호소율을 나타내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강도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심층면접 결과 많은 집배원들은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2

업무로 인한 탈진증후군에 대한 한국형 CBI(Copenhagen Burnout Inventory) 조사에서도 개인적 탈진 점수가 48.2점, 직업적 탈진 점수가 45.3점으로 나타나 국내외에서 진행된 각종 연구와 비교하여 최고 수준의 탈진증후군 위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진증후군은 업무과중, 민원이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등으로 인한 신체적·정서적·정신적 고갈상태로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업무수행 중 오토바이 사고나 차량 사고를 경험한 비율은 51%로 비슷한 조건에 놓인 배달업 종사자, 퀵서비스 종사자에 비해서도 더 많은 사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발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로 처리된 경우는 28%에 불과하며, 21%는 치료를 받지도 않은 채 계속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

집배원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사망재해 문제는 반복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특히 집배원노동자의 재해가 늘어나는 겨울철, 그리고 설·추석 등 특별기에는 연례행사처럼 집배원의 건강·안전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왔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정본부는 ‘인력 증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집배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인 우정노조는 ‘투쟁을 통해 집배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껏 우정본부가 실질적으로 인력을 충원한 적은 없었고, 우정노조 역시 집배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는 당장 다가오는 겨울부터 ▲즉각적인 인력충원, ▲일일 택배물량 개수 제한, ▲일몰 후 배달 금지, ▲영하 10도/폭설 등 기상악화 시 배달 중단 등 즉각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시행할 것을 우정본부에 요구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우정사업본부의 입장과 개선책 마련, △심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의 강력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노동시간·노동강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 또한 우정본부에 요구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안은 명확하다. 이제는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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