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따돌림과 성희롱의 악순환
    김천 직지농협 조합장의 4년여의 인권탄압...피해자는 자살까지 기도해
        2013년 12월 05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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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내 성희롱 문제가 오늘 내일의 문제만도 아니고 멀리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느날 동료나 직장 상사로부터 끈적지근한 농담으로 불쾌한 경험은 있지만 문제제기 이후 발생할 여러 부당한 압력과 회유, 심지어 직장 내 따돌림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어색한 웃음으로 넘겨버린 기억, 여성이라면 대부분 있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직장 내 따돌림과 성희롱이 겹쳐 있을 때이다. 이 둘은 짝궁처럼 하나가 시작되면 다른 하나도 오기 마련이다. 성희롱 피해자가 된 것도 힘든 일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하거나 심지어 대놓고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기 시작한다. 반대로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던 여성은 성희롱 피해가 발생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

    이 끔찍한 경험을 4년이나 겪었으나 또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동안 계속 겪어야 할지 모르는 한 여성이 있다.

    농협노동자 회견

    3일 농협 내 직장따돌림과 성희롱 고발 기자회견(사진=장여진)

    김천의 직지농협, 조합장 주도하에 4년간 여성 직원 집단 따돌림

    23년동안 김천의 직지농협에서 근무했던 여성 김씨는 2010년 조합장 재선거 당시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선으로 당선된 조합장의 주도하에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됐다.

    처음 따돌림은 유치한 수준에서 시작했다. 조합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김씨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이간질을 하기 시작했다. 달리 사태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던 김씨는 3개월 뒤 지점 발령을 요청해 23년차 과장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보았다.

    괴롭힘을 피해 근무지까지 옮겼는데도 조합장은 괴롭힘을 멈추지 않고 2010년 10월 19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강제 휴가를 보낸 뒤 다시 본점으로 발령을 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점으로 출근한 김씨는 그날부터 지도상무 옆 빈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명령에 하루종일 멍하게 있어야 했다. 조합원들이 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커피를 타주는 일도 일체 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열흘 뒤 또다시 의지와 상관없이 본점 마트로 발령났다 혼자서 계산 업무부터 장부정리, 물품진열과 창고정리를 수행했다. 결국 과로와 스트레스트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편도선 절제수술을 받고 입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조합장은 김씨를 더욱 몰아붙였다. 김씨가 입원 중인 기간에 조합장 특명감사로 본점 직원들에게 마트 재고 조사를 지시했고, 160여만원이 부족한 것이 김씨가 횡령한 것이라며 징계위에 회부했다.

    그로 부터 한달이 지난 2011년 1월 25일 정직 4월이라는 억울한 징계 결정을 받았다. 이때부터 그녀는 불안, 초조, 불면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중이다.

    4개월 뒤 정직만료 복귀했지만 다시 창구 안내 근무 명령을 받았다. 이때도 조합원들에게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전무 책상 옆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다.

    김씨는 결국 복귀한 지 6일만에 농협 숙직실에서 수면제 20알을 입에 털어넣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조합장은 김씨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3개월간의 자택대기발령을 내렸고, 그렇게 김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령, 정직과 복귀를 반복하게됐다.

    3개월 뒤인 2011년 9월 2일,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마치 언제까지 버틸참이냐고 벼르는 사람처럼 조합장은 김씨를 다시 소파에 앉혔다. 개인수첩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결국 전국농협노조는 직지농협과 농협조합원측에 김씨에 대한 인권탄압과 노동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지만, 9월 28일 김씨는 조합장으로부터 휴지 60세트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따돌림1

    사무실 구석에서 근무하라고 지시하고 따돌림 증거 모습(사진=농협노조)

    시퀀스~2

    기자회견 한다고 피해자 실명을 공개하고 비난 현수막을 게시한 직지농협(사진=농협노조)

    검찰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인 2012년 1월 그녀는 징계해직 당했다. 하지만 2012년 6월 검찰은 김씨에 대한 횡령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결정했고 그 해 12월 재정신청도 기각했다. 조합장이 말만 살짝 바꾸어 다시 고소한 횡령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5월에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김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원직복직 판결을 냈고, 2012년 10월 중노위 역시 원직복직 판결을 냈다. 2013년 8월 민사 1심에서도 해고 무효판결을 냈다. 2013년 9월 2일 그녀는 드디어 복직했다.

    집단따돌림, 성희롱으로 번지다

    드디어 집단따돌림도 모자라 횡령이라는 억울한 멍에까지 달아야 했던 그녀가 복직하게 됐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횡령과 그로 인한 해고 모두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지만 집단따돌림도 부당하다고 판결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 따돌림은 시작됐다.

    그는 복직되자마자 파티션으로 다른 직원들과 격리된 자리에서 매주 1~2권씩 500쪽 이상의 업무방법서를 읽고 매주 월요일 3회에 걸쳐 시험을 봐야 했다.

    조합장은 여성복지직인 김씨에게 규정에도 맞지 않는 일반관리직 업무를 부여하고 추가로 관계 없는 업무를 준 뒤 업무집행을 방해하다 업무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징계를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른 직원들이 해외로 견학간 사이에 그들 업무를 모두 떠맡게 됐고, 그로 인해 예정된 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5차례에 걸친 시말서까지 쓰고 결국 10월 15일 감봉1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15일 집단 따돌림이 급기야 성희롱으로 이어졌다.

    전무인 이씨가 김씨에게 여성 성기 사진을 보여주며 “야, 이거 니 보*가? 니 보* 라고 (나한테) 찍어 보냈나?”라는 성희롱을 했다. 그것도 업무시간 중 많은 직원들이 버젓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말이다.

    만약 조합장 주도하의 집단 따돌림이라는 분위기가 없었다면 과연 가해자인 이씨가 김씨에게 많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같은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는가.

    성희롱 가해자만 징계 해직, 따돌림 주도한 사업주는?

    4년간의 집단 따돌림 끝에 성희롱 사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주부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TV프로그램에서도 관련 문제를 보도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농협중앙회는 조합감사위원회를 통해 가해자인 전무 이씨에 대한 징계 해직 권고를 내렸다.

    직지농협은 곧바로 조합 대의원 총회를 열어 감사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 즉각 이씨를 징계해직했다.

    하지만 조합장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따돌림을 주도하고 끝내 성희롱 당사자조차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의 사내 분위기를 조성했던 조합장은 이른바 ‘꼬리 자르는’선에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할 시 사업주에게 성희롱을 한 자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 또한 성희롱 피해 당자에게 대한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기록은 조합장이 그것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심지어 따돌림을 주도하고 횡령이라는 혐의를 남발했던 장본인이 아닌가. 하지만 아직 법률에는 2차 가해라는 개념도 없을 뿐더라 직장 따돌림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에 피해자를 대리해 전국농협노조가 지난 3일 농협중앙회에 엄중한 감사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벌여 누가 김씨에게 횡령이라는 멍에를 씌웠는지 함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인 김씨 또한 조합장의 퇴진 이외에는 더이상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희롱에 이르기까지의 핵심은 조합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에 대한 징계, 결국 조합원들 투표 통해서만 가능

    농협중앙회측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직지농협에 대한 감사가 청구됐기에 조만간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징계 대상에 대해 “조합장이라도 감사에서 어떤 잘못이 밝혀진다면 해당 지역 농협에 징계 권고안을 통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회 감사위원회에서 징계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조합장에게 징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를 선출했던 조합원을 포함한 대의원들이 결정할 수 있다. 즉 감사위원회에서 합당한 징계 결정을 내린다는 기대조차 적은 가운데 설사 징계 권고가 내려진다하더라도 결국 직지농협 조합원들이 ‘투표’를 통해 조합장을 징계를 거부하면 끝이다.

    성희롱 2차 가해, 직장내 따돌림 처벌 규정 전무
    직장 내 따돌림 → 성희롱 → 다시 따돌림 악순환 우려

    현재 법적으로도 성희롱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2차 가해자와 직장 내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업주를 처벌할 근거는 전혀 없다.

    이에 류동연 농협노조 조직국장은 “감사위원회 결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지만 조합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별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최근 성희롱 사건까지 발생하자 조합장이 퇴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감사를 제기한 것과 별도로 현재 고용노동부에 조합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상태이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며 “조합장이 자진 사퇴하거나 퇴진시키지 못할 경우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요구하는 등의 민형사상의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따돌림을 방지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며 “처벌 조항이 없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이라도 하루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김나현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합장이 사실상 2차 가해로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성희롱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다른 구성원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장이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중앙회 차원에서 징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성희롱과 직장내 따돌림에 대해 그는 “법으로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해고나 고용상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나와있지만 실제로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법제도는 이러한 문제에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다”며 보더 적극적으로 기존 법률을 제대로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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