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고소취하, 명분도 실익도 없다
[기고]지극히 정치적인 이정희와 지극히 비정치적인 진보신당 대표단
    2012년 06월 15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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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대표단이 지난 5월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소를 취하했다. 고소(告訴), 고하여 호소한다는 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사법부에 호소하는 일이다.

당시 진보신당은 억울했다. 야권연대에 한 번 끼어 보겠다고, ‘정책연대’와 ‘호혜존중’이라는 이제 지겨울 만큼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들이대며 총선 야권연대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미 명망가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초라해진 당을 끼워줄 야당은 없었다. 그 이유가 통합진보당의 비토나 민주통합당의 안중에 없음이거나, 어떤 이유더라도 진보신당은 야권연대 협의에 끼지 못했다.

이정희의 거짓말, 방송에서 이정도면 야권연대 논의에선 얼마나 심했을까

그러던 중 당시 통진당 이정희 대표의 라디오 인터뷰가 있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인지도와 청취율을 자랑하는 프로다. 거기서 이정희 전 대표의 워딩은 이렇다.

“진보신당이 야권단일화에 통합진보당이 들어가 있는 한 야권단일화에 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거짓말이다. 당시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경남지역을 염두해 두고 한 말’이라며 변명했지만 진보신당 경남도당 또한 그런 입장을 가진 적이 없다. 단지 창원을 지역에서 ‘손석형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을 뿐.

이유는 당시 통진당 손석형 후보가 현직 도의원을 사퇴하고 출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민단체도 진보신당도 모두 같은 이유로 반대했던 손 후보를 떡하니 단일화 대상 후보로 뽑아놨으니, 창원을에서 야권연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진보신당 대표단(사진=진보신당)

고립될 대로 고립된 진보신당에게 이정희 전 대표의 그 거짓말은 크나큰 손해가 됐다. 그것이 야권연대에 대한 진보신당의 입장이라는 것이 공중파 라디오를 통해 공표됐으니, 공개되지 않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 논의 속에서 진보신당의 입장이 얼마나 왜곡되고 무시됐을 리는 상상만 해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철회할 고소라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 진보신당은 공식적 통로를 통한 사과와 정정을 이정희 전 대표에게 요구했다. 아무 답이 없었다. 그렇게 무시당한 당의 누더기 된 자존심, 당원들도 마음 아파하고 분노했다. ‘가장 정치적으로 가까운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도 구원(舊怨) 때문에 거부하는 비정치적 집단’, 타당 대표의 발언에 의해 진보신당은 그렇게 매도됐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러저러한 결과, 진보신당이 전국에서 제대로 된 단일화를 이룬 지역은 자체 논의를 진작부터 해왔던 거제가 유일했다. 지역 출마에서는 오로지 단 한 곳 거제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진보신당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가까웠고, 거제의 패배는 그 불을 꺼지게 했다.

이정희 전 대표 고소 당시, 소위 진보 쪽의 사람들에게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같은 진보진영에서 굳이 말 실수를 갖고 고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혹자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멘붕’이라며 비웃었다. 그런 비아냥까지 들으면서 고소를 할 만큼 진보신당은 절실했다.

이정희 전 대표의 누추함, 그리고 야비함

3월 초 방송이 있었던 날에서부터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후 진보정치판은 아주 역동적으로, 또는 비관적으로 움직였다. 진보신당은 지역구 0석, 비례대표 2%를 얻지 못해 등록 취소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고, 통합진보당은 관악을 단일화 여론조사 조작 관련해 이정희의 후보 사퇴와 13석 달성, 그리고 비례대표 내부경선 부정과 폭력사태, 그리고 이정희 대표 사퇴 등의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인 상처를 입은 건 이정희 전 대표다. 언론은 단숨에 ‘진보의 아이돌’에서 ‘정파이익만을 추구하는 마녀’로 그녀를 묘사했다. 스스로 ‘침묵의 형벌’을 택하겠다며 당대표에서 물러난 그녀는 그저 조용히 지내는 듯했다.

그리고 나서 진보신당에 접촉해 보내온 것이 그 사과문이다. “당원들에게 심려를 끼쳤다”, “공문에도 제 때 답변 못 드리고 방치한 것도 사과한다”, “신중치 못한 표현 인정한다”.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때 못하고 평당원 신분에서 사과해 죄송하다” 뭐 이런 내용이다.

이정희는 갑자기 왜 사과를 한 걸까

진보신당이 요구한 것은 이정희 ‘당원’의 사과가 아니다. 당대표로서 책임 있는 위치에서 꽤나 높은 발언력이 있을 때 이정희 대표에게 요구한 공식적 사과와 정정이다. 평당원 아무개가 어디 인터넷 게시판에 같은 글을 썼다 치자. 진보신당이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냥 넘어가는 거다.

그냥 넘어갈 수 없을 때는 은근슬쩍 답변 없음으로 진보신당을 무시하던 그녀가 갑자기 사과문을 보내온 이유가 궁금해진다. 경찰 소환 등 법적 절차가 귀찮아서? 진보신당이 진짜 자기를 고소할 줄 몰랐는데 해서? 진정으로 미안해서?

무언가 이 건을 털고 가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건 정치인으로서의 부활일 수도 있고 그걸 위한 쇠락한 자기 이미지의 쇄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 사과문에 고소 취하를 결정한 진보신당 대표단의 결정 또한 많은 당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그녀의 발언을 통해 진보신당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이젠 없기 때문이리라.

지극히 정치적인 이정희, 그리고 지극히 비정치적인 진보신당 대표단

단순히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아주 정치적인 이정희의 행동에 진보신당 대표단은 아주 비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고소를 취하하면 ‘진보신당 저 사람들 아주 너그럽네?’라는 평가라도 받을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이렇게 취하할 고소였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당의 법적조치가 무슨 장난인가. 1분 안에 휘갈겨 쓸 수 있는 사과문은 석 달이라는 시간을 끌고서야, 그것도 정치적으로 아주 난처한 위치에 취해서야 보내온 이정희의 사과문에 고소를 취하한 진보신당이 얻은 것은 없다. 얻은 것은 당원들의 자존심 상처와 외부적 비웃음 뿐, 필자는 이런 결정을 한 대표단의 고민이 궁금할 따름이다.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던 이정희 전 대표가 지난 주말 부산에 다녀왔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이정희 전 대표는 필자를 고소할까? 그래서 “소문이 들린다”로 표현했다. 필자 같은 일개 당원도 남의 당 정치인의 활동에 대해서는 이토록 조심스레 표현한다.

헌데 의도적으로 악의적 거짓말을 일삼다가 자신이 정치적 수세에 몰려서야 한 이정희의 사과문, 어느 누가 진심으로 읽을까. 게다가 이를 받아들인 진보신당 대표단, 신중하지도 정치적이지도 못했다.

필자소개
진보신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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