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쟁점에
    입법조사처는 '대략 난감'
    천연가스 직도입 보고서 내고 의원실 불려가 '야단'
        2013년 12월 02일 0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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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달 15일 발간한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가 가스 및 전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 내용을 일부 인용한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의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가스공사노조는 지난 29일 ‘가스공사지부, 가스 민영화 저지 2일 경고파업’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민영화가 될 경우 국회 입법조사처가 인정한 대로 가스 수급 불안이 예상되며, 산업용 물량의 이탈로 인해 가정용 요금이 집중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음”이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문장에 대해 “현안보고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발표할 뿐만 아니라, 마치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스공사 노조의 의견을 지지하고 관련 의원 입법 내용을 부정한 것으로 기술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는 가스공사 노조가 언급한 ‘민영화’ 및 ‘가스수급 불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 없다”며 “가스 사용의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이를 “수급불안”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의 수요예측이 정확하다면 안정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

    ‘가스수급 불안’ vs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뭐가 달라?

    문제의 현안보고서는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에서 담당한 것으로 천연가스 직도입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한 보고서다.

    주요 내용으로는 “발전용 천연가스 사용량의 시뮬레이션별 연료 사용의 편차는 직도입을 확대하는 것보다 가스공사 독점의 경우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료 사용의 안정성 면에서 가스공사 독점 방식이 직도입 확대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김한표 의원 대표발의「도시가스사업법개정안」은 도시가스 가격 및 SMP 인하라는 목표와 천연가스 수급의 안정이라는 목표가 서로 상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서술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발전용 천연가스의 가격은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수급 안정성은 현행 가스공사 독점 방식이 더 낫다.

    특히 보고서는 뒤에서도 “직도입 사업자는 LNG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값싼 연료 도입을 추진할 것이지만,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가스공사로부터 공급 받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들의 일관되지 않은 행동은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현행 전력산업 구조상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고서 내용만 독해한다면 기업이 가격 요인으로 천연가스 직수입과 가스공사로부터 공급 받는 2가지를 병행하게 된다면 전체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도 나와있지만 2012년 천연가스 소비량 중 47.9%가 발전용, 51.6%가 도시가스로 소비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수급 방식에 따라 도시가스 수급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입법조사처가 주요 내용으로 반박한 단어는 ‘가스 수급 불안’인데, 보고서에도 ‘일관되지 않은 행동은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서술한 만큼 ‘가스수급 불안’으로 인용한 것이 사실관계를 다르게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의 보고서를 인용한 가스공사지부의 이명구 사무처장도 이날 반박 보도자료와 관련해 “입법조사처가 말한대로 ‘가스수급 불안’, ‘민영화’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굉장히 중립적인 포지션을 갖고 작성해서 그렇지 결국 가스 수급 불안 문제를 풀어서 쓴 것이기에 잘못 인용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어떤 학계의 전문가 보더라도 가스수급 불안성을 제기한 보고서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 조사관, 현안보고서 낸 뒤 의원실로 불려가 시달려

    이와 관련해 담당 조사관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언론 대응을 할 수 없다”며 기획협력담당관실로 문의하라고 했지만, 해당 실에서는 보도자료 내용이 전문적인 만큼 담당조사관에게 문의하라고 서로 답을 미뤘다.

    하지만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감한 상황이라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면서도 “해당 보고서를 두고 의원실 여기저기서 담당 조사관을 불러다가 혼낸 것으로 안다”며 이번 반박 보도자료를 낸 배경에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기관인데도 여야 정쟁이 벌어질 때마다 곳곳에서 문제제기를 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며 “특히나 이번 사안은 크게 문제 삼았다”고 전하며 이번 인터뷰로 입법조사처가 다시 정쟁에 휘말리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야당의 한 보좌관도 이번 일과 관련해 “때만 되면 입법조사처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하는데, 입법조사처는 국회를 도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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