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기후정의연대"
[에정칼럼]기후변화협약 총회의 현실과 대응을 위한 과제
    2013년 12월 02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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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가 구체적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서도 여전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섰고, 막판까지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총회는 2015년 말 파리총회(COP21)에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징검다리’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그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파리총회에서 새로운 2020년 기후체제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 기간 동안 발생한 핵심적인 사건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향후 전망과 대응을 논의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이번 총회는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직후에 열렸다. 필리핀 기후변화위원회 위원 나데레브 사노는 총회기간 동안 단식을 하며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피해 구제를 위한 ‘손실과 피해’ 대응 체계가 비교적 쉽게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협상 막바지에 선진국들의 책임에 대한 보상과 별도 기구 설립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를 선진국들이 거부함으로써 애매한 타협안으로 마무리됐고, 재원조달에 관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성사되지 않았다.

일부 선진국들은 협약 후퇴를 이끌었다. 일본은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1990년 대비 25% 감축을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2005년 대비 3.8% 감축으로 하향 조정했다. 호주는 탄소세 폐지를 추진 중이며 이번 총회에 대표단조차 파견하지 않았다.

총회를 개최한 폴란드 정부는 수십 개의 에너지기업으로부터 약 265억원(2500만 달러)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과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논하는 총회 기간에 전 세계 석탄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석탄과 기후 정상회의’를 여는가 하면, 총회 의장인 폴란드 환경부 장관을 회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장관직에서 해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후총회

기후협약총회에서의 그린피스 캠페인. 그린피스는 총회의 성과 미흡에 항의하여 폐막 2일전에 철수했다(사진=그린피스)

지난 총회에서도 에너지기업의 후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긴 했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경제단체들과 에너지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 강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세계 온실가스의 63%를 전 세계 90개 기업이 배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기후책임연구소(CAI)에 따르면, 90개 기업 중 83곳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기업이다. 에너지기업에 ‘점령’ 당한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미래가 암울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임에도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보다는, 인천 송도에 문을 열 녹색기후기금(GCF) 재원 마련에 열을 올렸다. 2020년까지 1000억 달러 기금을 조성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선진 10개국이 GCF에 기여한 재원은 690만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책에 지원하는 자금의 5배를 에너지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기후변화 대책 기금으로 연평균 117억 달러를 지원한 반면 2011년 한 해에만 에너지보조금에 58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지구 온도가 평균 2도 이상 올라가면 기후시스템에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산업화 시대의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1조t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미 대기에 방출된 상태다. 지금과 같은 배출 수준을 유지할 경우 1조 톤에 도달하기까지 27년 남았다는 경고도 나온다.

또한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는 배출된 이후 대기 중에 남아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이미 배출된 5000억t의 절반인 2500t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27년이 아니라 불과 13년 남짓일 수 있다.

우리는 전 지구적인 ‘디스토피아’로 향하고 있는 걸까. 객관적인 조건과 전망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외적인 관심은 총회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대한 국내외 NGO들의 관심과 대응 또한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총회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를 보이콧할 수는 없다.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대응만이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시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 대응 운동의 획기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에너지활동가 중심의 운동을 넘어 노동, 보건, 농업 단체 등으로 확장하고 교육 및 캠페인에 주력해야 한다. 국제 NGO들과의 긴밀한 연대도 이뤄져야 한다. 총회를 점령해 가고 있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하지만 희망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번 총회에 대한 성명서 한 장 조차 나오지 않은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에서 향후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를 새로 조직해 운영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말 수립될 예정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국내NGO들의 대응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모일 것인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노동자·농민·진보정당·환경단체 등 모두가 연대하여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작금의 현대 문명에서 발로했으며, 우리는 사회의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전환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2011년 기후정의연대는 이러한 결의로 출범했다. 앞으로 이보다 더 나은 목적을 가진 연대가 구성될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응답하라! 기후정의연대!”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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