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줄까봐, 아파도 병원 못 가"
밀양 할매가 고마운 희망버스 승객들에게 보내는 편지
    2013년 11월 29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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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밀양의 부북면에 살고 있는 66세 한옥순입니다. 열두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평생 누구하고 싸워본 적이 없어요. 그랬던 제가 요즘 밀양에서 ‘야전사령관’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삼년 전 이치우 어르신 돌아가시기 전에 할매 열 명하고, 한전 용역 오십 명하고 싸우는데 내가 급하니까 작대기를 딱 내고는 미리 뛰어올랐어요. 할매들이 뒤로 열 명 올라오는데 제가 “1중대는 오른쪽, 2중대는 왼쪽”이라고 외친 거죠. 군대도 가지 않았고, 중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저도 놀랬어요. 그런데 더 신기한 건 할매들이 그 말을 다 알아들었다는 거죠.

요즘 날씨도 추워지고 할머니들도 지쳐가고 있어요. 저그 경찰들은 진짜 무장을 한데다가 온풍기에 천막 다 있지. 저그들은 쪼금 추우면 계속 교대해 버스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 저희들은 여기에 와 있으면 병원에도 못가요. 병원에 실려가면 현장에 사람이 자꾸 줄어드니까. 현장에서도 힘들고.

경찰에 불려가면 할매들에게 괜히 공포심을 조장하다보니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진짜 상당하거든요. 예를 들어가꼬 천막에 가 있다가 집에 들어오잖아요. 집에 들어와서도 뭐를 해야 될지를 몰라. 벙벙하니 사람이 꼭 눈치 빠진 사람처럼 그래요. 안정이 안되는거죠.

항상 마음이 붕 떠있으니까 집에 들어와서도 잠을 깊게 못 잔다고. 헬기로 뭐 많이 나르고 이러니까. 시골이니까 논에 경운기 소리 나면 진짜 헬기 띄웠나 싶어 뛰어나오고. 밤에 자다가 조그만 소리만 들려도 “이 무슨 소리고” 하면서 뛰어나오고. 자다가도 계속 그런 불안에 시달리죠.

어느 정도냐면, 우리 마을 루시아가 내보고 계속 죽는다코 하지 말라고 하더니 지가 요번에 싸워보니 그런 마음이 들더래요. 뛰어 들어가서 죽고 싶은 심정. 이치우 어르신도 내만큼 계속 죽는다 캤다고. 말이 씨가 된다고 송전탑 막기 전까지 절대로 죽어서는 안 돼요. 지금은 박근혜가 지가 살라카믄 정신 차릴끼고, 지가 죽을라카믄 정신 못 차릴끼고 두 가지밖에 없어요.

“공사현장 들어가 죽고 싶은 심정”

지금 현장에는 계속해서 연행되어 가고 병원에 실리가고 지금 계속 그런 상태거든요. 지금까지 쓰러진 주민들만 해도 50명이 넘어요. 매일매일 그런 상태가 멀어지고 있는 상태거든예. 언론이나 사진으로만 현장을 보면 평온하고 조용한 거 같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거죠.

아무튼 저희가 하루하루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지만 힘이 되는 건 연대해주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지금도 울산, 마산, 부산 이런데 계시는 분들이 좀 가까우니까 자주 오세요. 젊은 엄마들이 오면 도시락도 싸와서 뭐 좀 챙겨주거든요. 그 분들 보면 ‘우리 일인데 저분들이 저래 와서 저러게 해주는데… 저 사람들 자기 일도 아닌데 저렇게 와서 해주는데 우리가 이래가꼬 되겠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들이 그 분들 정말 고마워하거든요. 자기일도 아닌데 여 와서 도와주는 거 너무 고맙다. 그래가꼬 우리가 싸워야 된다. 그게 용기를 주는 거고 힘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참세상 김용욱

사진=참세상 김용욱

11월 30일에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온다죠. 희망버스가 오신다는 거 자체가 밀양에 관심을 둔다는 거잖아요. 이게 누가 보면 진짜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한번 내려오는 것도 거리가 있고, 날씨가 겨울 날씨기 때문에 자는 거부터 쉽지 않죠. 부산이랑 울산에서 그런 걸 경험 했다고 해도 엄청 춥잖아요.

저희가 요즘 앉아가꼬 이야기 하는 것이 이런 거예요. 우리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먹는 건 어떻게 한다하지만 자는 건 큰일이다.”, 집집마다 일케 하고 절케 하고, 숫자를 얼마나 보내고, 이런 걸 우리끼리 계산을 하고 막 그러고 있어요. 그분들이 와주시는 거 자체가 마음이 없으면 못 오는 거잖아요. 와주시는 그 자체 너무 고마운데. 우리가 어떻게 그분들한테 해줄 것이냐는 고민이 하는 거죠.

희망버스 먹는 거, 자는 거 걱정하는 주민들

송전탑이 올라가면 저게 아파트 40층 높이로 올라가기 때문에 엄청나요. 거기서 보면 그기가 다보이죠. 이제 밀양 어디서든 철탑 서는 게 훤히 다 보일 거에요. 완전히 자연을 망치는 거죠. 그런데 박근혜 앞으로 열세 갠가 더 지을 라고 하잖아요. 그거 때문에 이거 계속 강행을 하고 있는거 같아요.

전국에 철탑이 한 900여개가 더 세워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세울라치면 우리 밀양처럼 나머지 지역 사람들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잖아요. 밀양을 잡아 제끼지 않으면 줄줄이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어쨌든지 기를 꺾어야 된다고 그거 때문에 경찰 병력도 엄청 오고, 공사도 더 하는 거 같아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거는 경찰병력이 빠져주는 거예요. 경찰병력만 없으면 우리가 한전하고 거그 들어가서 사람이 뭐 어떻게 되든지 한 번 싸워 보겠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안 되니까. 그렇다보니 밀양에 전국에서 이렇게 노동자들이 와서 함께 힘을 합해 준다는 그 자체가 힘이 되는 거예요. 우리 할머니들은 희망버스 오는 사람들을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 그런 마음인거죠.

그리고 인제 저희가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처음 오시는 분이 현장에 와서 현장을 보고 갔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가면 그분들이 또 아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전할 수 있는 힘이 되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한 분이라도 더 오셔갔고 현장을 보시고 우리를 좀 더 알려주시고 이렇게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모쪼록 많은 사람들이 11월 30일 밀양으로 모여서 현장도 보고, 우리들 힘도 주고,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술 정리=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필자소개
밀양 부북면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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