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파동 한편에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전시행정
        2013년 11월 27일 06: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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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마치 1970년, 유신정권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난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가 국정원, 국방부, 경찰, 행안부 등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선거개입 증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수사를 총괄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어느날 혼외아들 시비로 찍혀 청와대에 의해 내쫒기고, 윤석열 수사팀장마저 하루 아침에 쫒겨나면서 아예 청와대가 나서서 불법선거 수사 자체를 봉쇄하는 형국이다.

    어느날 내란음모죄가 등장하고, 현역국회의원이 구속되고, 국정원 프락치가 법정에서 이들 범죄 혐의를 입증하려 안달하고, 멀쩡한 정당을 해산하라고 국무회의에서 결의를 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조리 종북세력으로 몰리고, 어버이연합과 군복 입은 노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를 하고 있고…..

    여기다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앞장서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해대고, 심지어 신부님의 발언을 검찰이 국가보안법으로 수사를 하겠다고 나대는 형국이다.

    달(대선 불법개입)을 가르키는 박창신 신부의 손가락만 붙잡고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음모, 종북세력”이라고 길길이 날뛰는 꼴이 가관이다. 저놈들은 그렇게 함으로서 대선 불법개입 사건의 본질을 숨기고,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훌륭한 국정수행”을 기대했다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마저 “대한민국을 망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조용히 권력을 내려놓으시라”는 동영상을 올렸겠는가?

    검찰, 경찰, 국정원, 군부, 나아가 언론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독재권력의 전형이 2013년 11월,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나라꼴이 이렇게 돌아가는 와중에 박근혜 정권은 민생에는 관심도 없다. 아니 민생관련 공약은 줄줄이 폐기되거나 후퇴하고 있고, 여의도 정치는 이미 실종 상태다. 여기다가 지상파 방송이나 거대 제도언론들은 이미 정권에 제갈이 물려버린 꼴이다.

    한편에서는 낯 뜨거운 박 정권의 노골적 전시행정이…

    그런데, 이런 대한민국 한편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치적을 쌓기위한 전시행정이 낯 뜨겁게(?) 추진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고용율 70% 달성이라는 공약 추진 현장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이 선거에서 공약한 ‘고용률 70%’라는 숫자를 쫒아가는 꼴을 보라.

    15세~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을 현재 65%에서 2017년까지 70%로 끌어 올리려면 일자리 238만개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 중 93만개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정부는 이달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2017년까지 국가공무원은 6%, 지방공무원은 9%, 국가 공공기관은 10%까지 시간제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마다 시간제 채용 인원에 대한 ‘강제 할당’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쪼개 4시간 근무하는 시간제를 2명씩 채용하도록 정부가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채용 박람회

    더욱 가관인 것은 26일,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공동 주최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다.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박람회에는 롯데, 한화, CJ, GS, 한진, LG, 삼성, 신세계, SK그룹, 신한은행 등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및 협력사가 대거 참여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 호텔신라 등 20개 계열사가 2년 계약직 6천명을 채용한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손해보험,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롯데하이마트 등 10개 계열사가 참여해 점포 및 매장관리, 안내·상담직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에서 1천34명을 뽑는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등 6개 기업이 캐셔·판매·상담원 등 1천6명에게, CJ그룹은 11개 계열사가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자 등 509명에게 일자리를 각각 제공한다.

    LG그룹은 14개 기업이 406명을, 한진그룹은 대한항공·한국공항 등 7곳에서 객실승무원, 탑승수속·안내직원과 리무진 운전기사 등 400명을 채용한다. 이밖에 한화그룹 150명, 신한은행 200명, GS그룹 150명, SK그룹 100명 규모로 채용이 진행된다

    재벌과 자본이 박근혜 정권의 입맛에 맞추느라 숫자 놀음에 덩달아 깨춤을 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게 뭔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로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1일 몇 시간씩 일하는 근로형태를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

    1993년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출범한 김영삼 정권은 OECD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하여 1996년 12월 12일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버리고 OECD 29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OECD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개방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로 노동법 날치기가 이어진 것이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에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국회의원들이 쥐새끼들처럼 국회에 모여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제를 통해서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시대를 열었다.

    2913년 11월, 이제 박근혜 정권이 “고용율 70% 달성”을 외치며 만들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것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쪼개거나, 또다른 유형의 저임금,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더기로 양산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닐것이다.

    고용유연성, “언제든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버려도 되는, 값싼 양질의 노동력” 어디서 늘 들었던 주문이다. 그렇다 자본의 숙원이었다. 자본을 위한 정권, 자본에 의한 정권, 자본가 정권의 본질은 이런 것인가?

    조만간 내가 일하는 현대자동차에서도 새로운 차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하고, 정비하는 곳곳에 일자리를 쪼개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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