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함께 꾸는 꿈
[청소노동자행진 연속기고8] 계단 밑 칸막이 안쪽이 그들의 휴게실
    2012년 06월 15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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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을 10년 가까이 다녔다. 그렇게 오랫동안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동아리방이나 회의실이나 식당을 이용하며 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자주 가는 곳을 청소해본 일은 동아리방 청소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학교는 참 깨끗했다. 한 때 호텔이 될 뻔 했다던 가장 큰 건물의 로비 바닥은 항상 빛이 났고, 주점으로 더러워진 화장실도 다음 날이면 마치 거짓말처럼 깨끗했다.

동덕여대 청소노동자 집회(사진=참세상)

돌아보면 종종 마주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께서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을 보면서도 잠시 인사를 하며 지나칠 뿐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청소를 하시는구나 하며 지나치기만 했다.

그러다 언젠가 추운 겨울, 중요한 모임에서 밤을 새고 새벽에 첫차를 타고 학교에 오게 된 일이 있었다. 몸이 피곤해 텅텅 비어있을 좌석을 생각하며 어서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버스. 넓은 뒷좌석에 앉아 편히 쉬고 싶은 생각에 후다닥 올라간 버스에는 사람들이 좌석을 다 채우고도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대부분 50, 60대의 어른들이 잔뜩 몸을 웅크리고 가방을 하나씩 품은 채 버스에 몸을 싣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앉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눈시울이 아른거렸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려온 얘기들은 나의 좌절 따위는 단번에 날려 보냈다.

젊은 사람들에 밀려서 구하기 힘든 일자리가 겨울이 되어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들, 건물 청소를 하며 있었던 일들을 꺼내 나누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들. 우리 부모님 세대의 힘든 노동의 이야기들이 버스에 가득 실려 있었다.

매일 이렇게 해가 뜨기도 전에 청소를 하러, 확실하지 않은 일감을 찾으러 버스를 타는 분들을 보며 처음에는 내가 너무 나태하게 지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더 가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일찍부터 일하러 나가야 하는 이 분들의 일,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일하시며 함께 지내시는 분들의 ‘일’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알고보니 학교에서 직접 고용을 한 것도 아니라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을 했다는 것. 내가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던 계단 밑 칸막이 안쪽이 그 분들이 쉬시는 휴게실이라는 것, 그렇게 일찍 나오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도 쥐꼬리만 한 임금이라 제대로 된 생활을 꾸리기도 벅찬데 이마저도 해마다 해고될까 걱정을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청소노동자의 일이었다.

3회 청소노동자 행진을 같이 준비하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꿈은 사실 그렇게 거창한 꿈도 아니다.

일하는 만큼,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 무리한 꿈인가? 일을 하면서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인가? 해마다 해고될까 걱정할 일 없이 안정된 고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인가?

청소노동자의 이러한 요구는 소박하지만, 사실 사람으로서, 노동자로서 매우 당연한 요구다. 너무나 당연한 꿈, 포기할 수 없는 꿈인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함께 꾸는 것은 청소노동자들만이 아닌 대학생들, 청년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꾸는 꿈이어야 한다. 우리 같이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자! 6월 15일 3회 청소노동자 행진에 당신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초대한다.

필자소개
진보신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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