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협상 타결
    한반도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은?
        2013년 11월 25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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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란과 ‘P5+1(안전보장이사회 5개국+독일)’의 협상이 24일(현지시간) 타결되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이란은 6개월 간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서방은 경제제재 일부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농도 5% 이상의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우라늄 농축 장비인 원심분리기의 증설 중단 ▲신형 원심분리기 사용 중단 ▲기존 농도 20% 농축우라늄 비축분 제거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아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나탄즈ㆍ포르도 핵시설 상시 감시에 합의했다.

    서방은 ▲추가 제재 중단 ▲귀금속ㆍ자동차ㆍ석유화학제품 수출 허용 ▲원유 판매대금 동결 해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 제재 완화로 이란은 6개월동안 약 60~7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얻을 것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반응 :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환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첫 번째 진전”이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도 “이란과 서방국들이 이란 핵 문제의 기념비적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논평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란과 6개국 모두가 승리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새 지평이 열렸다”며 “이란 국민이 온건 노선을 지지했기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권리를 인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제재는 풀어준 나쁜 거래”라고 맹비난하는 입장이다.

    이란 핵 문제로 협의를 진행하는 각국 대표들의 모습

    이란 핵 문제로 협의를 진행하는 각국 대표들의 모습

    협상 타결 자체는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 신호, 그러나 북핵과는 상당한 차이

    최종 해결이 아니고 6개월 간 행할 것에 대한 잠정적 합의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협상을 통한 타결 자체는 세계적인 비핵화,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등은 공공연히 협상 자체를 비방하고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에 중요한 진전을 이뤄낸 것 자체는 리비아와 서방의 핵협상 타결-중동 민주화 바람 속 리비아 정부 붕괴 등의 상황에 의해 협상에 부정적,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태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고 케리 미 국무장관(24일) 등이 공언하는 상황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핵 협상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이란-북한의 핵개발 상황 등의 객관적 차이에 대한 차이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 자체도 차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주 강연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제재를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우선, 양국의 핵개발의 진전 정도와 이에 대한 효율적 대처 방안에 대한 인식에 기인한다.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벌써 세 차례나 핵 실험을 했기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즉 핵무기를 아직 보유하지 않은 국가와 이미 보유한 국가가 비핵화에 임하는 태도가 같지 않고, 협상의 난이도가 다른 것도 객관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관련된 문제이지만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안에 있는 반면, 북한은 2003년 탈퇴해 그 바깥에 있는 차이도 존재한다.

    이 문제는 NPT체제의 안정성, 효용성을 입증하고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난이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수월성과 어려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래 NPT체제 안에 있다가 임의로 탈퇴해 핵개발을 시도하는 북한을 인정하는 경우 NPT체제의 안정성을 해치기에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을 NPT체제로 돌아오게 하고 비핵화를 루는 것일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도 협상 통한 타결 위해서는 한국의 적극적 역할 필요

    그런데 혹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란은 협상에 참여하고 북한은 협상에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현상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협상은 그것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6자회담 조속 재개에 소극적인 것은 미국이듯이 협상의 전제조건, 그것을 통해 이루려는 결과물에 따라 밀고당기기가 진행되는 것이 협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의 주요 주체가 협상을 통해 반드시 타결을 이루어야 할 강력한 필요성을 느끼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핵-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북한은 본격적인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거나, 핵을 포기하면 본격적인 경제건설이 가능하겠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국제적 압력에 의한 핵포기의 길을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행하고 있다는 각종 자체 개혁이나 중국의 부분적 협력으로는 본격적 경제건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수 있겠으나, 북한 지도부는 현상유지의 길 즉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대충 그럭저럭 지내기)’의 길을 갈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도 현상 유지의 길을 택할 수 있다. 즉 국제적 핵 비확산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북한에게는 핵물질과 기술의 이전 불가라는 레드라인을 고수하는 한편,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국의 MD체제와 한-미-일 동맹체제에의 편입,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현실화 등을 통한 대중 견제를 실질적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으로서는 북의 핵능력 강화와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간 대결체제 형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므로 이런 현상 타개의 강력한 주체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중국도 그런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므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6자회담을 조기 재개하고 일괄타결을 추진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저농축 우라늄 인정과 한반도 비핵화에의 영향

    이번 협상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5%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에 대한 농축활동은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북의 농축우라늄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판단된다.

    즉 5% 이상의 농축우라늄은 안 되지만 그 이하는 허용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농축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북한에게도 일종의 가이드라인 혹은 협상의 모멘텀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체의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한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과 충돌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농축은 부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핵무기, 핵에너지의 평화적 목적 이용 항목과 부합한다고 할 수도 있으나, 후쿠시마 사태로 상징되는 탈핵발전의 시대적 요구와 충돌하는 것일 수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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