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방식, 싸우는 방식
    [책소개]『싸우는 사람들』(김남훈/ 씨네21북스)
        2013년 11월 23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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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에서 기술이란 무엇인가. 육체적 지형적 상황적 불리를 유리로 전환하는 마법의 키이다. 엔진 출력이 크면 클수록 빨리 달릴 수 있다. 작은 차가 큰 차를 직선도로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 코너에서 과감하게 더 안쪽으로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그것이 기술이고 전략이다.

    자기의 필드를 개척하고 삶의 방정식을 새롭게 만들어낸 사람들

    현역 프로레슬러이자 방송인, 저술가, 강연자로 활동하는 ‘육체파 지식노동자’ 김남훈이 진행한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 30인의 인터뷰를 묶었다. 힐링과 멘토링이 넘치는 시대, 네 잘못이 아니라며 가벼운 위안을 주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이다.

    김남훈은 28세란 늦은 나이에 단지 어릴 때 꿈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레슬러로 데뷔했다. 현역 프로레슬러의 개체수가 지리산 반달곰의 숫자보다 적은 국내 프로레슬링계의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일당 15만 원짜리 경기를 뛰기도 하고, 경기 중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를 겪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 결과 제14대 일본 DDT 프로레슬링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타칭 ‘육체파 지식노동자’이다. 육체파와 지식노동자, 어울리지 않는 이 어휘의 조합에 김남훈이란 인터뷰어의 독특함이 있다.

    운동선수는 자기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극한대의 육체적 학대를 통해 그것을 신체에 강제로 인스톨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치트키는 통용되지 않는다. 쉽게 가거나 질러갈 방법은 없다. 하루하루 노력하고 조금씩 개선해 어느 경지에 이르는 것. 육체파 김남훈이 여느 지식노동자와 차별점을 갖는 지점이다.

    그런 그가 싸우는 사람들을 만났다. 프로레슬러로서, 격투 스포츠 해설가로서, 그는 인터뷰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격투기 기술로 치환해 분석했다.

    십여 년째 프로레슬링 선수와 격투 스포츠 해설가로 살아온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격투기의 기술로 치환하여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저 사람은 어떤 강점을 살리고, 어떤 약점을 보완해, 어떤 전략으로 승부하는가.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안전한 길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의 방정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과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서문 중에서

    오지 전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탁재형 피디, 인도, 네팔, 캄보디아에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17개를 만든 사진가 김형욱, 소신껏 발언하기 위해 경찰대를 그만두고 자유인이 된 프로파일러 표창원, 이종격투기 대회 UFC에서 ‘코리안 좀비’란 별명을 얻으며 분투하는 정찬성 선수, WWE에서 전설이 된 일본인 프로레슬러 타지리 요시히로, 최고의 격투기 해설가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격투기 선수로 뛰어든 김대환 해설위원, 합리와 상식을 무기로 온갖 불공정한 거래들과 싸우는 참여연대 신미지 간사 등, 자기 분야에서 부딪치는 갖은 어려움과 싸우며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인생 필살기를 담았다.

    스펙 쌓기와 취업이 일상이자 목표가 된 시대이다. 세태를 한탄할 일은 못 된다.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음은? 무엇을 위해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모범답안에 없는 영토를 스스로 확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행복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음을, 그것을 얻기 위해 싸우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싸우는 사람들’의 기술을 힌트 삼아 자기만의 필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싸우는 사람들

    – 표창원의 기술은 스트레이트 펀치다. 모든 격투기에서 스트레이트 펀치는 가장 기본이면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발목이 돌면서 회전력을 만들고 허리까지 돌려 체중을 싣는다. 그 힘을 어깨를 통해 주먹 끝까지 실어보낸다. 온몸의 관절과 근육이 유연하면서 절도 있게 움직여줘야만 강한 펀치를 만들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정의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괴롭힐 수 없도록 법과 질서가 지켜지고, 외부의 적에 대해 똘똘 뭉쳐 같이 대응하는 사회.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만든 구범준 피디의 기술은 헤드락이다. 헤드락에서 중요한 건 머리를 조르는 팔이 아니라 몸 전체를 통제하는 균형이다. 세상에 없던 포맷의 강연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배포하는 것까지,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통제하는 구범준은 전후좌우상하의 균형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 개그맨 남희석의 기술은 눈 찌르기다. 눈 찌르기는 반칙이다. 하지만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공격이다. 실패했다가는 손가락이 부러질 수도 있다. 그만큼 훈련과 각오가 필요하다. 개그맨에게 리바이벌은 없다. 못 웃기면 그대로 죽음이다. 남희석은 천연덕스럽게 웃기면서도 핵심을 잃지 않는다.

    – 오지 전문 피디 탁재형의 기술은 하이킥이다. 다리를 높게 들어올리면서 허점을 드러내고 중심까지 흐트러지기 쉬운 하이킥은 열 번 하면 아홉 번이 위험하다. 성공하려면 빠른 스텝으로 부지런히 상대를 몰고 가 혼돈의 상황에서 날려야 한다. 남들 안 가는 오지를 부지런히 다니며, 현대인의 심장에 한 방을 선사하는 탁재형은 오늘도 정글에서 하이킥!

    이 책에서 독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격렬하게 싸우지만 증오나 분노와는 거리가 멀다. 게임의 룰을 지키면서 상대와 관객의 존엄을 인정한다. 나는 그 싸움의 첫 번째 관전자로서 감탄과 용기를 얻었다. 이제부터 그들을 지켜볼 여러분도 자신만의 링에서 싸울 힘을 찾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인생이고 당신들의 시합이니까.-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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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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