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스기가 평화 담보물 아니다
    ‘비극의 괴물’ F-35로 차기전투기 결정해야 하나?
        2013년 11월 22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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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2일) 합동참모회의에서 차기전투기로 F-35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F-35는 막대한 개발 비용, 지체되는 개발과 도입 시간 때문에 미국에서도 악명이 높다.

    F-35 개발과 도입 사업의 부책임자를 맡고 있는 보그단 공군 소장은 ‘괴물’이라고 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매케인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비극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F-35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 이것이 최선의 결정인가?

    군이 밝히는 이 같은 결정의 이유는 역시 스텔스 기능 때문이다. 같은 미제 전투기인 보잉의 F-15SE가 단독 후보로 추천되었음에도 지난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부결된 이유가 스텔스 기능이 불확실하고 미흡하다는 것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어쩌면 예정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텔스 전투기가 꼭 필요하다는 그 전제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차세대

    차기전투기로 스텔스기가 필수적이라는 사람들의 첫 번째 주장은 핵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중거리 지대지미사일, 순항미사일, 글로벌호크 등 ‘킬 체인’ 구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복 과잉 투자일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과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북한은 한국의 각종 첨단무기 도입 사업에 대해 북침 준비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핵심적 동기 중 하나로 한미연합군에 대한 군사력 열세의 상쇄를 들고 있다.

    북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미군의 무기만이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보다 34배나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군의 대대적 군비증강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의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첨단전력을 개발 및 도입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북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지속하게 하여 위협이 더 커지는 이른바 ‘안보딜레마’의 전형적 상황이다.

    여권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미국, 중국, 일본의 이해를 고려했을 때 군사안보에도 마이너스가 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통상국가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자해적 안이다.

    결국 핵능력 증강을 저지하고 비핵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스텔스기 도입 등 군비경쟁이 아니라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 북한도 진정 경제건설을 이룰 의지가 있다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핵개발을 포기하는 단안을 내려야 한다. 비핵지대 선언으로 안보와 경협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몽골의 지혜를 배울 일이다.

    물론 각종 대화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북의 핵능력이 증강된 상황이기에 대화로 비핵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와 피로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핵 20여년의 역사는 대화가 중단되었을 때 북의 핵능력 증강이 급속히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텔스기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의 두 번째는 중국의 젠-20 개발, 일본의 F-35 도입에 대한 대응이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대국으로의 굴기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잘 대처할 일이다. 그런데 한-일 간에 독도 등을 둘러싸고 공중전이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미국 요인이나, 동북아 국제질서 등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인 비약이다.

    한국이 2002년 이후 도입하기 시작한 F-15를 일본이 이미 1980년대부터 도입해 대량 배치하고 있었다는 점, 즉 한일 간 공중 전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분쟁이 없었던 요인을 냉철히 판단하고,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F-35 도입은 앞으로 핵심부품 조달 등에 있어 일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고도 귀담아 들을 일이다.

    한-중 간에도 양국 간 요인 때문에 전투기를 동원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반도 전면전의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 개입하거나, 대만해협 혹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고 한미동맹 때문에 한국군이 끌려들어갈 경우 등을 고려해 그럴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안보 전략일 것이다.

    국제정치의 현실, 외교․안보․경제적 요인을 아무리 고려해보아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안보와 번영을 획득할 해법은 스텔스기 도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탈냉전질서 구축이라는 9.19공동성명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다.

    F-35 도입이 현명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그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이번에 8조 3천억원의 차기전투기 도입 총예산이 지켜진다고 할지라도 도입 대수가 적다는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추가 도입될 소지가 있다.

    사실 F-35는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대당 7천만 달러를 예상했지만, 현재는 2억 달러를 호가한다. 필수 무장비용 등을 합하면 2억 5천만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운영비용도 애초 장담과는 달리 F-16, F-18에 비해 60%이상이 더 소요된다고 한다.

    펜타곤은 F-35 도입에 3920억 달러, 수십 년간 운영유지비로 그 3배가량인 1조 1천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도입 결정된 대수를 운영유지하는 데만 약 25조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야 하는 것이다. 과도한 국방비는 구소련과 현재의 미국에서 보듯 나라 경제와 안보를 오히려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시대적 요구인 복지 확대의 걸림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도태되는 구형 전투기를 대체하는 차기전투기 사업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며 외국산 전투기 도입에만 목 맬 것인가?

    T-50 개발에 이어 한국형 차세대전투기사업인 KF-X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제공에 적극적인 유로파이터 등의 선택이 더 합리적일 수 있었다. 하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애걸하는 군 지도부와 현 정부에게 자주국방의 관점 속 합리적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는 게 난망한 일이긴 하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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