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는 주민 아니야?
    마포구청, 성소수자에게 공공시설 사용 불허 논란
        2013년 11월 20일 0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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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현수막 게재를 불허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 시정 권고를 받은 서울시 마포구청이 이번에는 성소수자에게 공공시설 사용 승인을 불허해 또다른 논란이 예고된다.

    20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과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무지개행동이 기획한 <커밍아웃 문화제>를 위해 홍대 나무무대 장소 사용을 신청했지만 마포구청이 이를 거부했다.

    마포구청이 행사장 사용을 불허한 이유는 “성소수자 행사가 민원을 야기”하고 “주민 화합에 지장을 초래하고 주민 갈등만 유발할 것”이며 또한 행사 장소가 “어린 학생들이 통행하는 개방된 장소”때문이다.

    앞서 마레연은 지난해 12월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등 2개의 현수막을 마포구 위탁 관리 현수막 게시 지정 업체에 전달했지만 마포구청은 문구를 수정하지 않으면 게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현수막-마레연

    마포구청이 불허했던 마레연의 현수막 문안

    이에 마레연이 성적소수자 혐오/차별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지난 6월 21일 인권위가 “광고문구에 한하여 이례적으로 객관성과 적정성 여부를 따진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적 접근”이라며 차별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마포구청은 <커밍아웃문화제>에 대해서도 올해 여름 홍대 인근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가 무단으로 개최되어 주민 항의가 있었다는 등의 핑계로 공공장소 이용을 불허했다.

    이에 무지개행동과 마레연 등 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정당이 20일 오전 9시30분 마포구청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마포구청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주민화합에 힘써야 할 역할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마포구의 공공장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주민화합’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소외시키는 데 일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관련 책임자들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촉구하며 특히 인권위 권고에도 불하고 마레연의 현수막조차 게시하고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즉각 게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마포구청의 불허 이유인 <퀴어문화축제>의 무단 개최 주장에 대해 “이미 홍대 상인회와 협의한 상황이었으며 집회신고까지 마친 상태에서 진행된 축제였다”며 “이제와서 무단 개최라고 문제 삼으며 승인을 불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마포구청이 ‘주민 민원’을 이유로 든 것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주민은 누구이며, 그 주민 화합에 성소수자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마포구청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화합’을 위한 행사를 방해하고 마포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를 주민에서 배제하는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 6월 진행됐던 홍대 거리의 퀴어문화축제 모습

    올 6월 진행됐던 홍대 거리의 퀴어문화축제 모습

    마포구청… “오로지 순수예술 활동과 아마추어 활동만 승인할 것”

    이와 관련해 마포구청 문화관광과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행사 장소 불허 이유에 대해 “6월 퀴어문화축제 당시 행사 주최측이 마포경찰서에 집회신고만 하고 구청에 따로 사용 승인 요청을 하지 않아 인근 상인들과 주민에게 항의성 전화와 방문이 많았다”며 “때문에 향후 ‘홍대 걷고 싶은 거리’나 ‘나무무대’의 사용은 계몽이나 선전활동, 상업성 목적에는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순수한 예술활동이나 아마추어 활동만 허가해주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주민항의의 이유가 예술활동이 아니라 일종의 선전 목적의 ‘집회’였기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집회라서 그런 건 아니고 왜 허가를 내줬냐는 항의였다”고 설명했다.

    <커밍아웃문화제>가 일정하게 선전활동이 포함되더라도 예술, 아마추어의 활동이기도 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결국 선전, 예술활동이 목적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현수막 게시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도시경관과 한 관계자는 “인권위의 차별시정 권고 이후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게시 승인하기로 했지만,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는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10명 중 한 명이라는 것이 통계수치의 문제가 있다”며 “인권위는 차별문제를 중점으로 다루기 때문에 시정 권고를 한 것이지만 옥외물광고에는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장광고 등은 금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명 중 1명이라는 통계수치가 불명확하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광고심의위원회에서 하는데 통계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게시가 곤란하다고 한 것”이라며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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