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AS비용의 비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관련 보고서 발간
        2013년 11월 19일 01:02 오후

    Print Friendly

    삼성전자 제품의 국내 가격이 해외가격보다 비싼 이유가 한국에만 부가되는 AS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며 이는 전체 국내 매출규모 17조원의 약 10%인 1조7천억원이 AS비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일지라도 ‘무상수리비’ 면목으로 평균 10% 내외의 금액을 더 주고 산다는 의미이다.

    19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최종범 조합원 죽음을 통해 본 AS노동자들과 소비자 이중 피해 실상과 개선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기했다.

    PSSP

    특히 연구소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이미 지불한 AS비 이외에도 무상 수리기간 이후에 발생한 AS나 무상수리 대상이 아닌 AS에 대해서도 별도의 비용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2012년 한해 동안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추가로 지불한 AS 비용이 4천억원으로 이미 지급된 금액을 더해 약 2조1천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AS를 총괄하는 삼성전자서비스에 2012년 지급한 돈은 6천억원에 불과하다. 실제 소비자에게 환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AS비 1조7천억원 전액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지급해야 마땅하지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AS비 이익으로 챙겼다는 것이다.

    삼성, 소비자 호주머니 털고, 불법파견으로 부당이익 취하고 있어

    보고서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센터의 96%, 전체 직원의 87%를 외주 도급업체로 운영하고 있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전체 AS의 90%이상은 외주 업체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에서 6천억원, 소비자들에게 4천억원을 받아 이 외주 업체에 지급한 돈은 2012년 기준 고작 3천3백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전체 차원에서보면 약 2조1천억원을 소비자로부터 받아 90%의 AS업무에 단 16%만 쓴 것이다. 결국 소비자도 AS비 명목으로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것이고, 노동자도 삼성전자의 이러한 부당한 구조덕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직고용 종사자의 평균 월 임금은 729만원이지만, 도급업체 종사자의 평균 월 임금은 약 280만원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장의 보수도 포함되어 있어 종사자들의 임금은 실제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엔지니어 임금만 보면 약 250원 내외로 동일노동을 하는 직고용 엔지니어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직의 임금격차가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격차이다.

    보고서는 외주업체를 통해 고용되어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이 불법파견 여지가 크다며, 삼성전자서비스가 이 불법파견을 통해 얻는 이득이 연간 5천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임금차별 이외에도 임금체계와 극단적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로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을 수리 건당으로 지급해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성수기에는 주8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노동을, 비수기에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게 된다며 이는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엔지니어의 실제 임금명세표를 조사한 결과 성수기와 비성수기 임금 격차가 400%에 달했고, 비성수기 임금은 최저임금에 미치지도 못하는 87만여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월급제로 운영되는 수리업 정규직 노동자의 성수기, 비성수기 임금격차는 단 6%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서비스와 도급업체 사용자들이 이러한 불법적 임금체계를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 ‘가짜’ 임금명세서를 발급하는 방식을 써왔다고 밝혔다.

    시간당이 아니라 분단위 원가 계산 방식으로 임금 갈취

    보고서에 따르면 도급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시키는 일을 정해진 수수료를 받고 수행하는데 이 수수료 책정 방식에 분 단위로 노동시간을 갈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업체에 주는 수수료는 크게 보면 직접수리비와 간접비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수리비는 <제품/난이도 별 표준수리시간 × 노임단가>를 기본으로 해 방문수리 시 추가로 발생하는비용(교통비와 상담비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표준수리시간’은 분(分) 단위로 직접 수리에 들어가는 노동시간만 책정하기 때문에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동시간을 무료노동으로 처리한다.

    만약 삼성전자서비스가 15분을 설정한 수리 유형을 AS할 경우 3,375원(15분×225원/분)을 엔지니어가 받는다. 그런데 만약 고객이 제품수리 이후 추가로 문의를 5분하고, 제품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5분 정도를 더 수리하게 되더라도 이 10분은 노동시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15분치의 급여만 주는 것이다.

    업무량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제조업의 컨베어라인에서도 통상 시급 방식을 택하는데도 분 단위로 업무량을 끊어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서비스식의 발상이라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초(秒)당 타이핑 속도를 측정할 수 있으니 표준코딩속도를 초단위로 측정해 초급 개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서비스 간접노동자들의 노동, 임금착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업체에 지급하는 직접수리비가 너무 작다보니,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갖가지 간접비를 복잡한 형태로 도급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야간휴일수당, 근속수당, 4대보험과 관련한 사회보장비 등을 다소 황당한 방식으로 지급받게 된다. 야간수당이나 휴일수당이 노동시간이 아니라 건당으로 지급받는다든가, 사회보장비가 건 당 수수료에 지불되기도 하고 업체에 지원되기도 하는 등 체계 자체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도급업체는 노동자들의 임금 부분을 임의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착복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노동자에게도 모두 불합리한 구조 개선해야

    보고서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 고 최종범씨의 죽음과 삼성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모두 삼성전자 AS정책의 피해자라고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AS 비용 지출을 현재보다 5천억원 늘리면 현재 불법파견 상태인 도급 노동자들을 직고용하고, 소비자에겐 과도한 AS비용을 낮춰 제품 가격을 5%내외 인하하면 노동자, 소비자 모두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 9월말 발표한 협력사 상생방안에 대해서는 “새로운 노조탄압 지원책에 불과”하다며 전반적인 AS와 관련한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 링크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