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노동정치 향한 다양한 모색 진행
    통합진보당 아닌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하는 흐름들
        2012년 06월 14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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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터지면서 제일 곤혹스러운 곳은 노동계이다. 민주노총은 중집 결정을 통해 이석기 김재연 사퇴 및 중앙위 혁신안이 관철되지 않는 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으로 이어져온 노동계의 지지 정당 경로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 통합을 비판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는데, 민주노총 지도부가 통합진보당 지지 방침 결정을 강행하였고, 비례대표 부정선거 문제가 터지면서 더욱 곤혹스러워진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와 산별대표자들의 다수는 통합진보당의 혁신비대위가 중앙위 결정사항을 관철시키고 일정하게 당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구 당권파가 다시 당권을 잡거나 당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제명되지 않고 일정한 세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2011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사진=금속노동자 신동준)

    이와 유사한 입장으로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전현직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이 노동포럼이라는 느슨한 조직을 구성하여 민주노총의 재편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성규 전 위원장과 신승철 전 사무총장,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등이 주요한 성원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은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구 당권파를 비판하면서 통합진보당 내부의 혁신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 중 일부는 통합진보당의 개조와 혁신 가능성에 회의적이고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노동운동 내의 중앙파 혹은 현장파라고 불리웠던 세력들이 통합진보당도, 진보신당도 아닌 새로운 노동정치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고, 이 노동정치 흐름이 중심이 되어 진보정치를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조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과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이 제안하여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과 이정행 기아자동차노조 전 수석부위원장과 김일섭 대우자동차노조 전 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 활동가 모임(변혁정치모임)’ 그리고 김승호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와 조상수 공공운수연맹 수석 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노동자모임이 그것이다.

    제안자모임은 작년 12월부터 새로운 노동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서와 지난 시기의 노동정치에 대한 비판적 평가 의견을 제시하면서 노동 활동가들의 모임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진보신당의 당원 일부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는 20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혁정치모임은 모임 제안서를 공개적으로 돌린 이후 지난 6월 9일 대전에서 활동가들이 모여서 1차 토론을 진행하였고, 사이버노동대학도 6월 1일 100여명의 활동가이 모여서 노동정치에 대한 평가와 전망 토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의 통합진보당으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염원과 기대를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을 하면서 새로운 노동정치의 조직과 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진보신당에 대해서는 이후 같이 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의 진보신당은 노동정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적 평가 또한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현장실천연대’라는 노동운동 활동가 조직도 이들 세 그룹과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현장실천연대’는 통합진보당와 별개의 새로운 노동정치에 대한 논의는 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상태라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이들 세 그룹은 과거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중앙파 혹은 현장파로 불리우면서 서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그룹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노동정치에 대한 공통의 지향점을 확인하면서 상호 토론과 의견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인 세 노동그룹이 공동으로 새로운 노동정치를 모색하는 공개적인 기구를 꾸릴 것인지, 아니면 서로 별도로 새 노동정치를 추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갈등관계와 불신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각개약진하는 상황이 되면, 통합진보당 사태로 노동정치에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현장 노동자들의 정서를 잡지 못하고 새로운 노동정치의 흐름은 큰 반향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이 흐름들이 함께 혹은 일부라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새 노동정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에 노동정치에서 마음이 떠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한편 진보신당 9차 전국위에서 진보좌파정당 건설과 관련한 결정도 이런 흐름과 연관되었다고 진보신당 한 관계자는 밝혔다. 10월말까지의 창준위의 활동시한을 한달 정도 앞당겨 마무리하고, 그때까지 함께 할 세력이 없다면 진보신당창준위 단독으로 창당 재등록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노동정치를 모색하고 있는 몇몇 흐름들에 대한 견제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와 관련해서 한 축으로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내부 징계와 당직 선거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통합진보당 내부의 구 당권파와 혁신파의 대결이 진행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또 한축으로는 통합진보당, 진보신당과 별개로 새로운 노동정치를 모색하는 흐름이 현장에서 형성되고, 이 흐름이 진보신당의 재창당 및 새로운 진보좌파정당 건설 과정과 어떻게 맞물려 갈 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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