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점상의 고단한 하루 일상
    [끝나고 쓰는 노점일기]아침 기상부터 밤 정리까지
        2013년 11월 13일 0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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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 펴기

    기상…을 해야 한다. 눈을 뜨면 손이 먼저 인사를 한다. 퉁퉁 부은 손을 주무르며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일어나서 씻고 나면 먼저 튀김할 달걀을 삶는다. 마차에서 순대 삶는 물에 달걀을 삶는 노점상도 있지만 나같은 초짜 노점상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달걀이 삶아지는 동안 무와 멸치, 다시마 등 오뎅국물을 낼 재료들을 다시망에 넣어 챙긴다.

    냉동실에 손질해둔 튀김할 오징어를 꺼내고 고구마는 씻고 떡볶이에 들어갈 파도 챙기고 깨끗이 씻어둔 오뎅꼬치도 챙겨야지. 야채튀김할 양파와 깻잎과 당근도 챙기고 아이스박스에 넣을 얼음물과 함께 모든 준비물을 가방에 넣는다. 전등을 켤 충전해둔 배터리도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장사하는 곳으로 간다. 마차에 도착하면 마차를 동여맨 고무바를 끌러놓고 천막을 친다. 천막의 양쪽 옆면과 뒷면을 치고 나면 전날 떠다놓은 물통과 식용유통 등으로 천막 아래를 고정시킨다. 천막을 얼마나 빳빳하게 잘 치느냐가 나름 노점상의 가오이다. 중간은 주름 없이 장갑 낀 손으로 힘주어 밀어 붙이고, 양쪽 모퉁이는 열어두어 환기구를 만든다. 천막 아래를 고정할 때는 직각이 아닌 대각선으로 물통을 밀어대어 천막 안 공간을 확보한다.

    재료상은 전날 주문한 물품들을 아침 일찍 마차 안에 넣어놓고 간다. 박스에 영수증과 함께 그날 장사할 물건들이 들어있다. 천막을 치고 나면 재료상에서 가져다놓은 재료와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아이스박스에 챙긴다.

    마차 위에 올라가 있는 짐들을 내려서 정리하고 마차 위를 닦는다. 오뎅통과 순대 삶을 통에 물을 받아 올리고, 떡볶이판에 물과 떡과 오뎅, 양념을 올리고, 튀김통에 기름을 붓고 가스의 불을 켠다. 다시망도 오뎅통에 넣어 불을 켜고 순대통에 순대와 내장을 각 부위별로 잘라 손대통에 넣고 불을 켠다.

    나는 일주일이 넘게 무거운 물통을 마차 위로 번쩍번쩍 들어 올려 떡볶이판 등에 부었다. 그걸 본 노점선생님이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왜 무식한 짓을 하냐며 웃는다. 무거운 물통을 굳이 들어 올릴 필요 없이 순대 삶을 통을 바닥에 내리고 물통을 기울여 따른 후 그 물을 여기저기 부으면 되는데 말이다. 노점에서는 모든 것이 배울 것들이다. 나는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물통을 들을 수 없는 날이 노점을 끝내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노점은 물통과의 전쟁이다.

    유1

    항상 고역인 물통

    음식 준비

    접시와 간장종지, 이쑤시개와 핫도그 꼬마김밥 등을 마차 위에 진열하고 나면 본격적인 음식준비이다. 튀김옷을 만들 대접에 튀김가루와 물을 넣고 반죽을 해둔다. 튀김반죽을 바삭하게 하기 위해 녹말가루를 약간 넣기도 하고, 전날 마시다 남은 맥주가 있으면 맥주를 넣기도 한다. 얼음물을 넣어도 좋다.

    기름에 온도가 오르면 만두부터 재빨리 튀겨낸다. 만두는 튀김반죽 없이 튀기기 때문에 가장 깨끗한 기름에 튀긴다. 만두를 튀길 때 온도가 중요하다. 다른 튀김보다 좀 낮은 온도에서 튀겨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의 온도가 높으면 금세 홀랑 타버린다. 만두를 튀기는데 어려운 것은 얘들이 잘 뒤집어 지지 않고 한쪽 면만 색이 짙어진다는 것이다. 튀김 집게로 뒤적거리며 잽싸게 튀겨 꺼내놔야 한다.

    만두가 다 튀겨지면 맛살의 개별포장을 벗겨 반죽을 묻혀 튀겨낸다. 내가 장사하는 앞 건물 5층은 한의원이다. 여기에 매일 오시는 아주아주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계신다. 이 할머니는 꼭 맛살튀김 한 개만 드신다. 이 할머니 때문에 맛살튀김은 안 팔려도 안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게맛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맛살이 튀김 중에서는 이문이 큰 편이다. 튀김을 1인분 살 때 구체적으로 어느어느 튀김을 달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하나씩 다 넣으면서 맛살을 넣어 파는 게 장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내가 맛살을 별로 안 좋아하니 맛살을 달라고 하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안 넣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빨그스름하니 색깔이 예뻐서라도 만들어두는 맛살튀김이다.

    그 다음 달걀 껍질을 벗기고 두 개는 오뎅통에, 두 개는 떡볶이판에 나머지는 반죽이 묻도록 밀가루나 튀김가루를 먼저 묻히고 그 다음 반죽을 묻혀 튀긴다. 김말이는 양쪽에 삐져나온 당면을 가위로 잘라내고 튀김반죽이 살살 굴려 반죽이 두껍게 붙지 않도록 튀겨낸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

    고구마튀김을 할 고구마를 썰어야 한다. 그런데 고구마가 너무 딱딱해서 썰기가 너무 힘든 건 둘째 치고 비슷한 크기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개인적으로 고구마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구마튀김을 조금만 만든다. 고구마가 엄청 비싸기도 하다. (2호 선생님은 고구마가 나오기 전까지 감자튀김을 하라신다. 감자튀김도 맛나다고) 고구마튀김을 썰 때 야채튀김에 쓸 짜투리를 따로 남겨놓는다. 야채튀김용으로 썰어 따로 챙겨둔다.

    그 다음엔 새우튀김. 꼬리에 반죽이 묻으면 예쁘지 않기 때문에 껍질이 벗겨진 채로 오는 새우의 꼬리를 잡고 몸통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반죽을 묻혀서 하나하나 튀겨낸다. 다음은 대망의 오징어튀김. 이즈음에서 한 번 쉬어줘야 한다.

    집에서 가져온 오징어를 꺼낸다. 오징어가 워낙 커서 하루에 한 마리면 된다. 오징어는 짝으로 시키는데 한 짝에 냉동된 오징어가 20여 마리가 한 덩어리가 돼서 온다. 그 날은 엄청 일이 많은 날이다. 손질할 때부터 잘해야 튀김갯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몸통의 아래쪽을 갈라 내장을 꺼낸다. 이때 몸통과 다리가 분리되는데, 다리 쪽에 붙은 몸통을 길게 남겨야 한다.

    오징어를 일일이 내장을 꺼내고 몸통과 다리를 따로 분리해서 씻어 물기를 빼고 나눠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둬야 한다. 이렇게 손질해둔 오징어를 가져와서 적당한 크기로 썬다. 오징어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몇 개가 나오는가가 좌우된다. 핵심은 길이가 일정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다리가 열 개면 튀김이 열 개가 나오는 게 아니다. 작은 오징어의 경우는 제일 작은 다리와 몸통이 연결되어야 다른 다리와 비슷한 길이가 나오고, 제일 긴 다리 두 개는 중간을 어섯이 잘라 아래쪽 한 개, 몸통까지 연결해서 한 개. 이렇게 두 개가 나온다. 큰 오징어의 경우 통통한 다리들은 중간에서 절반으로 나눠서 몸통까지 연결하면 두 개가 나온다.

    오징어 머리 부분도 일자로 자르면 길이가 짧기 때문에 지그재그로(연결부위는 살짝 얇게 들어가야 일자가 된다) 잘라서 개수를 맞춰야 한다. 오징어를 다 손질하고 나면 다 쓴 튀김봉지에 튀김가루와 오징어를 넣어서 튀김가루를 묻히고 몇 개씩 반죽통에 넣고 튀겨내야 한다. 새우나 오징어의 경우 밀가루를 묻히지 않으면 물기 때문에 기름이 튀어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오징어는 천천히 튀겨도 된다. 이때 손님이 많이 오기 때문에 후다닥 튀겨낼 필요가 없다.

    어쨌든 오징어튀김을 다 튀겨내면 마차를 펴고 두 시간 정도가 흐른다. 이제 야채튀김만 남았다.

    물론 그 사이에 순대 내장과 순대를 삶아 꺼내서 판 위에 올려놓고 떡볶이포장 비닐 두 개를 연결해서 위로는 김이 나가고 옆으로는 김이 새지 않도록 잘 여며 놓아야 한다. 순대는 뜨겁게 오래 가열하면 순대 비닐이 홀랑 벗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꺼내놓아야 하고 김이 새나가도록 위를 살짝 열어놓아야 한다.

    떡볶이도 끓으면 불을 줄여서 쌀떡에 양념이 배도록 해야 한다. 국물이 반쯤 졸았을 때 파를 썰어놓는다. 버너가 중간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동그랗게 비워두고 양념이 너무 쫄지 않도록 중간중간에 오뎅국물이나 물을 부어줘야 한다.(싱거우면 오뎅국물을, 짜면 그냥 물을 넣는다)

    오뎅국물이 끓으면 오뎅을 넣어야 한다. 오뎅은 두 번을 접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네 번 꼬아준다. 끼워놓은 오뎅을 오뎅통에 넣는다. 오뎅이 들어가야 국물에서 제대로 된 오뎅맛이 난다. 일단 넣고 손님이 없을 경우에는 계속 불지 않도록 몇 개는 꺼내서 통 위에 걸쳐놓는다.

    장사하기

    손님이 온다. 순대를 썰 때나 떡볶이를 담을 때 개수를 세는 표를 내서는 안 된다. 너무 초짜 티가 나니까…

    순대는 내장을 다 줄 건지 묻고, 튀김은 다시 튀겨서 떡볶이에 묻힐 건지 아닌지 묻는다. 대부분 묻혀 달라고 하는데, 그럼 다시 튀긴 튀김은 기름을 탁탁 털어 가위로 잘라서 떡볶이 통의 국물이 많은 부분에 넣고 비벼 담아준다. 포장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내가 제일 어려웠던 건 순대접시의 비닐을 잘 뒤집는 것과 쭉 당기면 풀어지도록 비닐을 묶는 것이었다.

    음식 중 가장 이문이 남지 않는 건 순대이다. 그런데 처음에 나는 순대 접시를 떡볶이 접시와 같이 썼다. 접시는 큰데, 순대는 몇 개 들어있지 않아 보여서 순대를 더 썰어 넣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본 노점상분이 순대용 작은 접시를 사다주었다. 그 접시는 다른 접시보다 적어서 중간용 비닐을 씌워놓으면 비닐이 너무 헐러덩 했다. 그래서 작은 비닐을 끼워 넣으니 너무 딱 맞아서 순대를 썰어 올려놓고 비닐을 뒤집어서 포장을 해줄 때 자꾸 순대가 접시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그 순대를 올려놓을 수는 없고, 한 개라도 양이 줄어든 것이니 그냥 줄 수도 없고 다시 썰자니 다시 장갑을 껴야 하고… 초보의 난감함이다.

    갑자기 손님이 밀려들 때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다. 순대는 톱질하랴, 떡볶이 개수를 세랴, 튀김 다시 튀기랴, 포장하랴.

    떡볶이는 1/3정도가 남으면 옆에 새로 떡을 올려야한다. 기존의 떡볶이를 한쪽에 밀고 다른 한쪽에 새 떡과 양념 물을 부어 끓여야 한다. 저녁 무렵 즈음이면 떡볶이를 쳐다보며 저걸 또 올려야하나 말아야하나가 가장 고민스럽다.

    오뎅도 중간중간 꼬치에 끼워야하고, 순대도 떨어지기 전에 새로 삶아야 한다. 짬짬이 순대소금을 소금비닐에 담아두어야 하고, 오뎅간장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체크해야 하고, 핫도그 케첩통과 머스터드 통도 점검해야 한다. 떡볶이판 가장자리에 양념이 너무 눌어붙지 않게 긁어주고, 튀김 기름의 찌꺼기도 걸러서 빼주고… 틈틈이 먹어주기도 해야 한다.

    다음날의 재료 주문은 6시 이전에 해야 한다. 그때까지 남아있는 재료들을 확인하고 다음날 쓸 양을 문자로 주문한다.

    정리하기

    일단 정리하기로 맘을 먹으면 남은 음식부터 처리해야 한다. 2층 피자집 배달하는 아이들을 부른다. 내 단골이기도 한데, 이 녀석들이 가장 즐겨먹는 건 달걀튀김을 종이컵에 넣고 떡볶이 양념을 듬뿍 부어주는거다. 그러면 나무젓가락으로 달걀을 으깨서 떡볶이 양념에 버무려 먹는다.

    이 친구들은 주말이면 따로 식사시간이 없단다. 평일에는 그나마 음식을 시켜먹는데, 주말이면 주문과 배달이 많기 때문에(홀도 넓다) 피자를 구워서 짬짬이 때우는 게 전부다. 내가 일 마치는 시간과 미스터피자가 문을 닫고 정리하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얘네들도 청소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내곤 한다. 내가 정리하는 시간이 늦으면 퇴근하는 애들을 불러 마차에서 먹게 하고, 내가 먼저 끝나면 음식을 싸서 올려보내준다.

    순대는 반 평도 안 되는 박스 안에서 밤새 계셔야 하는 경비아저씨에게 밤참으로 챙겨드린다.

    물론 남은 오뎅이랑 싸주기 애매한 것들은 내 입으로…

    제일 먼저 떡볶이판을 정리. 물을 부어서 옆에 묻은 양념을 잘 긁어내야 한다. 튀김기름은 튀김기름통에 붓고 뜨거울 때 쇠수세미로 닦고 키친타월로 깨끗이 닦아낸다. 순대통에 물을 받아 불을 켜고 퐁퐁을 풀어 식칼, 가위, 집게 등 집기들을 담근다.

    제일 먼저 도마를 닦고 집기들을 닦고 튀김을 진열해둔 튀김쟁반을 닦는다. 튀김냄비를 올려뒀던 버너에는 설거지통을 올려서 물을 붓고 끓여 세제로 닦은 그릇들을 헹군다. 오뎅통의 중간 칸막이도 꺼내서 닦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한곳에 모아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고, 세제로 그릇들을 다 닦고 나면 버리기 전에 수세미로 세제를 묻혀 마차를 닦는다. 세제담긴 통의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 집기들을 두 번째 헹구고 설거지가 다 끝나면 헹주를 빨아 마차를 닦는다.

    아이스박스와 튀김가루박스, 식용유통 등등을 다 마차 위에 올리고 마차 천막을 떼어내어 접어 마차 위에 올린다. 마차 주변을 쓸고 물통의 남은 물을 바닥에 뿌려 주변을 정리한다. 마차덮개 천막을 덮고 고무바로 두른 다음 마차 위아래 찬장을 자물쇠로 잠근다.

    이제 남은 건 집에 챙겨가야 하는 오뎅꼬치 등과 물통 네 개.

    물을 뜨러 약수터에 가야 한다. 차로 약수터에 가서 물통 네 개에 물을 가득 담는다. 마실 물로 쓸 생수병 서너 개에도 물을 담는다. 물통은 진정 무겁다. 물통에 물을 꽉 채우지 않으면 쿨럭여서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공기 없이 꽉 채워넣어야 한다.

    마차로 온다. 마차 뒤켠에 물통 네 개를 내려놓는다.

    집에 간다. 집에 가서 오뎅꼬치와 오뎅다시주머니를 씻는다. 오뎅국물 낼 재료들을 사왔으면 그것도 씻어 손질해둔다. 순대소금이 떨어졌으면 깨소금도 빻아야 한다.

    하루 일이 끝났다. 대략 밤 12시가 넘는다. 챙겨온 순대와 내장에 소주 한 잔 하고 자야겠다. 소주 한 잔 하며 손을 본다. 초보티 내느라 베이고 데이고 손이 말이 아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유2

    고생한 손가락^^

    필자소개
    전직 잉어빵 노점상. 반빈곤 사회단체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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