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나 의원실은 ‘민생 응급실’
    [인터뷰] "제가 필요할 때는 연락 주세요, 카톡도 가능해요"
        2013년 11월 13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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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나 의원 인터뷰는 <레디앙>이 한 것이 아니다. 몇번 인터뷰를 요청하고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회가 안되어 후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 인터뷰는 공공운수노조연맹 기관지에 싣기 위해 윤춘호 실장이 진행한 것이다. 다만 종이 기관지에 실리다 보니 인터뷰 기사의 양이 짧아질 수 밖에 없기에 레디앙에 전체를 실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 흔쾌히 동의하여 <레디앙>에 게재하게 되었다. 윤 실장에게 감사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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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장하나 의원을 인터뷰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아주 작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대회’에서 장하나 의원은 지지연설을 했다.

    연설의 내용은 크게 색다르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장하나 의원은 연설이 끝나고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회장에 돌아다니는 유인물을 모두 챙겨 배낭에 담았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무대 언저리에서 발언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자신의 발언이 끝나면 황급히 일어나기 바쁜 다른 ‘국회의원’의 평범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장하나 의원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장하나 의원의 소속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원회. 환노위는 국회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상임위다. 당 중진들이 쉬어가는 곳이거나 초선 의원이 고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국회 입성하자마자 처음부터 환노위 외에는 다른 곳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환경과 노동보다 소중한 것이 없잖아요. 그러니 단 한번도 다른 상임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죠. 혹시 내가 초선이고 어려서 원하는 환노위에 못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도 했었어요. 기우였죠.”

    초선이고 제주 출신이며 그의 말대로 ‘인맥’도 ‘물적 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제1야당 민주당 의원으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의기관이잖아요. 말 그대로 국민의 요구를 전달하면 되는데, 저는 제가 특출나게 잘 나서 의원이 된 게 아니라 평범한 시민으로 의사당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만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거죠. 어려운 분들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거든요.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고 내가 느끼는 일들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장하나 의원(사진=공공운수노조연맹)

    장하나 의원(사진=공공운수노조연맹)

    국회 내외에서의 발언이나 의정활동, 그 밖에 하는 행동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민주당 보다는 진보정당에 어울릴 법하다. 그런데 그는 민주당의 당원이다.

    “제가 아마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다면 그냥 열심히 하는 당원에 그쳤을 거예요. 국회의원이 되기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당이 저 같은 사람에게 열려 있었던 것이죠.”

    장 의원이 비례대표 청년 몫으로 국회에 들어온 것이 2년째다. 두 번의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그 만의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노동조합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래도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는 자기 얘기를 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도 최근에는 알바노조나 청년유니온, 콜센터노조 같은 새로운 직종의 노동조합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에요. 첫해에는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철탑에들 올라가시는지, 자꾸 올라가시니까 정말 사람 살려야 된다는 마음만 들더라구요. ‘아 내가 중심 잡고 일을 파악하고 일을 정말 잘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의 이런 노력이 올해 국감에서 큰 감동을 불러왔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회에서 증언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힘 있는 기관장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을 치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누리고 있을 때 그는 캄보디아의 노동자들을 불러다 놓고 원없이 얘기하도록 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착취를 당하는 현실이라면 캄보디아 국회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국회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잖아요? 그들이 증언을 한다고 해서 바로 모든 현실이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거죠. 그게 바로 제 할 일이잖아요. 힘없는 사람이 하고 싶은 얘기하고 싶을 때 마이크 대주는 거 말이에요”

    투쟁하는 노동조합, 억울한 민중들은 국회의원의 격려와 도움이 절실하다. 모든 문제를 국회의원에게 해결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국회의원의 힘은 여전히 크다. “현장에서는 국회의원의 힘과 연대를 많이 원해요. 제가 늘 함께 할 수도 없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괜히 사진이나 찍고 상황도 모르면서 인사치레로 말 한마디 하고 도와줬다고 생색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사실 많이 공부해요. 공공부문 민영화나 비정규직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배우고 있어요.”

    그는 인터뷰 전날 잠을 못잤다고 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또 다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밤늦게 문상을 다녀왔는데 많이 울었고 슬퍼서 쉽게 잠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이라는 대규모의 도시에서 지하철, 도시철도는 누구나 이용하는 곳이잖아요? 또 내가 그 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 기관사가 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일하는 분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스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작년에도 똑같이 문상을 갔어요. 어제도 가서 노조 위원장님에게 앞으로 이런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게 작년에 드렸던 말씀하고 똑같은 거예요. 그러면서 그 동안 나는 뭐했지? 1년 동안 내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장하나2

    그런 감수성 때문일까? 장하나 의원실은 ‘민생 응급실’을 자처한다. 응급실에서는 모든 병을 고쳐낼 수는 없지만 사람을 일단 살려놓고 보는 곳이다.

    “국회에서 많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데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법과 제도만 찾을 수는 없잖아요. 내가 당장 바꿀 수는 없어도 가까이 갈 수 있고, 정말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못하면서, 정말 그런 사소한 것 하나 못하면서 국회의원이라고 어깨에 힘들어가면 안되는 거죠”

    하지만 응급실은 응급실을 뿐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술도 해야하고 집중 치료도 해야 한다. 아직은 본질적인 치료는 어려운것이 민주당 초선의원의 현실임을 그도 잘 알고 있다.

    “사실은 저의 조그만 노력을 많은 노동자, 싸우는 분들이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저를 더 많이 알리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저를 필요로 할 거고요. 그런 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았으면 해요.”

    그는 자기를 더 많이 이용해 달라고 했다. 그의 명함에는 개인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다. 보좌진들이 개인 번호를 넣으면 피곤할 것이라고 만류했지만 그가 고집을 부렸다 한다.

    “국회의원들 명함 보면 사무실 번호만 있잖아요. 그게 무슨 명함이에요? 우리나라 시민들 굉장히 상식적이에요. 전화번호가 공개됐다고 밤 늦게 전화해서 보도블록 깔아달라고 하겠어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 정작 저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분들이 제 번호를 모르면 안되잖아요. 현장에서 제가 필요할 때는 연락을 주세요. 전화가 어려우면 카톡을 가능하답니다.”

    큰 집회 현장을 둘러보면 아마도 십중팔구 장하나 의원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스스럼 없이 인사하고 명함을 요청한다. 그리고 장 의원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면 된다. 참 쉽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연맹 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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